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나는 요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성당생활은 쉬고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몸을 낮추어 자세히 보고 자주보다 보니 평범한 것도 소중히 인식하는 마음 탓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현관문을 열고 모두가 곤히 자는 시간임에도 신문을 배달해주는 분께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아침을 돋보기 없이 활자들과 대면하며 생동감 넘치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연다. 50여 분간 스트레칭을 하면서 지난밤의 숙면에 대하여 감사를 한다. 눈 주위를 꾹꾹 눌러주고 턱과 뺨을 100여 차례 두드려 준다. 소금물로 헹궈준 잇몸을 부위마다 100여 차례 골고루 마사지를 해준다. 귓불을 당기고 무릎 관절을 강화하는 자극을 주며, 있는 힘을 다해 팔굽혀펴기로 마무리를 한다. 목탁을 두들이듯 묵주를 돌리듯 몸 공을 들이니 중심과 부위가 사랑을 주고 나누는 것 같다.

몸이 조금 불편한 아내가 냄새가 싫다며 죽기처럼 싫어하던 꿀에 잰 마늘을 먼저 챙기고, 사과반쪽 견과류와 비트, 고구마 등 철따라 5, 6가지의 과일과 채소에 잡곡밥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다. 이틀에 한번 두 시간을 속보로 쉬지 않고 산행을 하여도 무릎과 허리가 무리가 없음에 오늘도 감사한다. 등산을 생활화 한 뒤로는 칠년 이상을 감기와 병원을 잊고 사니 이 또한 고맙다.

식사시간에 잠간 스치는 영화<채비>에서 ‘일곱 살 같은 서른 살 아들’을 돌보다 죽음을 맞은 엄마가 지옥 같은 간병의 세월이아니라 “네 덕분에 한평생 행복하게 잘살다 간다.”고 말한다. 엄마의 말속에 얼마나 큰사랑이 켜켜이 쌓여 있는지 이해가 됨에 감사한다. 부족한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마음에 조금의 빈틈이나 계산이, 망설임이나 여유가 없이 살아온 30여년 세월이 그저 꿈같이 흘러갔는가 보다. 어떤 경우라도 슬퍼하지 말고 용감히 살아가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마저도 애써 참고 웃어 보이는 부족한 아들의 정직한마음이 또한 맑고 참 착하다.

도종한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이라는 시한구절을 읽어본다.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꽃 피우는 일이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어떻게 살아야 이렇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시로 표현할 수 가있을까. 노년이나마 시를 가까이 두고 벗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즐겨보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여행프로를 본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8살에 부모와 어린동생들을 사별과 이별로 보내고 홀로되어 술집간판을 그려주고 생계를 유지하며, 남은 물감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던 유럽 조오지아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박물관이 소개된다. 한 여배우에게 마음을 빼앗기어 전 재산을 처분하여 ‘백만 송이 장미’를 바쳤으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쓸쓸히 살아가다 56세에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지만 사후에 유명해진 원초주의 화가의 슬픈 사연이 소개된다. 앎은 감명의 깊이를 더하는가 보다. 그의 열정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내 삶을 다독여 본다,

벗들에게서 카톡이 온다. 건강을 챙기라고, 가능하면 자주 웃고 살라고, 이 나이에도 젊고 건강한 여자들의 모습도 한번쯤 눈여겨보라고, 조금 여유가 있으면 세상사 이치도 생각해보라고, 세상의 덧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후회할일은 줄여가라고,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생각과 관심을 가져 보라고, 예쁜 자연의 모습과 지혜로운 문장으로 마음의 구김을 다림질해 보라고도 한다. 회신도 소홀히 하는 친구를 변함없이 챙겨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자식들이 착하고 성실하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을 받고 살았는데 저마다 위치에서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서울에서 전해 오는 소식에 하루가 즐겁다. 나와는 달리 말이 별로 없던 아이들인데 아들녀석은 학회 참석을 위해 외국을 자주 들락이더니 이따금 대학에 출강도 한다고 한다. 딸아이는 전화만하면 바쁘다고 엄살을 부리고 밤낮 야근이라더니 요즘 여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 어린부장으로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장기목표에 대해 교육을 한단다. 재산은 물려주지 못해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만큼은 물려주기를 희망했는데 자식들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기만하다.

영리하고 더 배운 사람들이 모든 것을 더 많이 가지려는 세태 탓일까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뚜벅 뚜벅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세상을 밝히는 맑고 깨끗한 가치를 조금씩이나마 인식할 수 있는 세상공부가 두려움을 쫓고 설렘으로, 그리고 고마움으로 잔잔하게 다가옴을 느끼며 노년의 삶에 감사의 마음을 또 한 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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