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내 몸의 주인자리를 조금씩 양보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민 건강 보험의 혜택이 날로 좋아지기 때문일까 익숙하게 드나드는 병원에다가, 몇 개월 치 처방약을 들고 나오는 약국에다가 우리 몸의 주인역할을 조금씩 나누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큰 병이 아니라도 노쇠가 가져다주는 대사증후군을 거쳐 백내장, 무릎관절 및 허리수술로 주인역할을 조금 더 양보하다 마침내는 치매병원이나 요양병원에다 나머지 전체를 맡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행복에 관한 글과 어른으로 산다는 글들을 20여 차례씩 써보고 시에서 어렵게 마련해준 건강과 행복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인류가 탄생했다는 500만년은 두고라도 현생인류가 출현했다는 20만년 이래 수렵과 채집의 시대 인간은 위험을 피하고 먹고 살아가기 위해 오직 움직임으로 우리 몸의 주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일만 년 전에 시작했다는 농경사회에서도 일상의 차이는 있어도 삶과 존재의 의미는 변함없는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인간평균수명의 늘어남은 우리 몸 자체의 기능향상보다 기술과 의술 및 과학의 발전과 보다나은 섭생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는 없다. 그러나 편익이라는 미명하에 의존의 역사는 놀라운 속도로 인간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세탁기와 자동밥솥은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자동청소기에다 자동차는 오토도 부족하여 자율주행차가 이야기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무선 가전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좀 더 쉽게’를 지향하는 바람은 생명을 유지하기위한 최소한의 움직임마저도 귀찮아하고 우리 몸의 DNA에 남아있는 움직임의 추억은 물론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리고, 물이 흘러가고, 비가 내리는 등 만물의 요동침이 보내오는 ‘페로몬(pheromon)’이주는 에너지와 ‘공진(共振)’이 주는 활력을 잊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에서는 병의 처방만 익숙할 뿐 몸의 저항력과 에너지를 길러주는 충고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건강과 행복을 강의하는 분들도 마음가짐을 강조할 뿐 움직임을 바탕으로 몸의 기력을 높여 건강함이 주는 여유로움과 충만감의 중요성 즉 ‘몸공의 축복’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청중들도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에는 감명을 보내주지 못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는 꾸준한 움직임을 통해 우리 몸에 깊이 감추어져있는 활동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활력과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고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주위에 활력과 즐거움을 주고 집사람과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늙음이 유혹하는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내 몸을 추스르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나 의미 있는 교양프로, 드라마를 보면서 아침으로 50여분 스트레칭을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는 않아도 내 몸을 사랑하고 있다는 간절한 마음이 내 손끝을 인도한다. 예를 들면 독서를 위해 시력을 잃지 않으려 머리를 손가락들로 빗겨주고 눈 주위를 자극해 준다.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위해 손가락으로 잇몸을 마사지 해주고 턱뼈와 뺨을 힘차게 두드려 준다. 몸의 주인으로서 내 몸의 각 부위를 아끼고 다독여 주고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편안함과 용기가 생겨난다.

몸의 부위들도 “주인어른 우리도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알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우리의 존재함을 못 느끼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소.”라며 속삭여 주는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금년 여름이후로 6개월째 내 나이에는 버거운 극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틀에 한번 두 시간씩 한 번도 쉬지 않고 산행을 강행하고 있다.

근육의 통증이 아직은 샤워만으로 쉬 풀리지 않아 무리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할지, 꾸준히 하면 자연스런 일상이 될지, 나의 무릎연골이 버티어줄지 아직 확신은 없다. 그러나 내 온몸의 각 부위가 하나가 되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는 황홀함에 젖을 때가 있는 것이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준 것 같다 하자 산에서 만난 분이 “요즘은 서천 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조금은 쉬운 걷기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 한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나는 울퉁불퉁하고, 오르내리막이 있고,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숨차며 걷는 것이 스릴이 있고 더 정이 간다. 한적한 길을 혼자 걸으며 명상하는 것도 그리 좋다.

사람의 생각은 바뀔 수 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집사람과 보건소에서 연명치료 거부 등록을 했다. 아직까지는 한 피조물로 얼마를 살다갈지를 고대하기보다 얼마를 머물다갈지를 내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지금은 재미있는 독서와 글쓰기를 위해 눈이 별 탈 없이 계속 잘 보여야하고, 탐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을 위해 체력이 더 버티어 주어야한다.

무엇이 되고 싶다면 마음속에 희망의 그림을 그리는 것. 천국이라는 곳이 있다면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원도 한도 없이 살다가 내 스스로가 하차하는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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