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아(문학박사, 광양문화연구회)

▲ 백숙아(문학박사, 광양문화연구회)

까꾸까꾸 가까꾸까꾸 까르륵 까꾸까꾹

임진왜란 때 섬진나루터 두꺼비 울음 울었던 곳

매화 향이 유혹하는 언덕배기 오르면

수많은 사연 담은 장독들이 인사하고

장독 사이사이로 넘쳐나는 사랑살이

굽은 매화나무처럼 등이 살짝 굽은 여인

구수한 경상도 말씨로 인사 건네는 매화 아씨

어여 오이소 어여 와서 여 앉아 차 드시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차랑 다식 폭풍 흡입

정신 차려 매화 아씨 이야기 좀 들어보자

경남이라 밀양 고을 부잣집에서 태어나

한약재를 사고팔던 어여쁜 홍 아씨는

시아버지 故 김오천 공 따라 머나먼 섬진 마을로

시집와서 평생을 매화 아씨로 살고지고

남편은 광산 사업 투자했다 실패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지쳤던지 현실 회피

매화 아씬 남몰래 도망가려 가출 시도

그때마다 매화나무 아래 엎드려서 울었지

흙은 내게 땅을 치고 울도록 곁을 주고

매화는 그만 울고 함께 살자 품어주고

몇 날 몇 밤 울고 나니 가슴이 뻥 뚫어져

뻥 하니 뚫어지는 시원한 바람 소리

정신 차려 눈물 닦고 주변을 살펴보니

산비탈에 홀로 피어 방긋 웃는 백합화

새하얀 백합화가 어찌도 그리 나랑 같던지

니 신세나 내 신세나 왜 이리도 외롭나

백합화야 백합화야 희고 또 흰 백합화야

네 향이 이 산천을 뒤덮어서 매혹해도

위로는 백운산 아래로는 섬진강뿐

사람 그리워 못 살겠고 외로워서 못 살겠다

새벽안개 솜이불처럼 덮여있는 저 섬진강에

사람들을 가득히 모아가며 살아가면 모를까

가슴 메는 통곡 소리 듣기라도 한 듯이

매화 사랑 유독했던 법정 스님 한 말씀

저기 저 산꼭대기까지 매화나무 심어서

진퇴의 인간 세상 천국으로 만들어라

마음에 찌꺼기들 다 버리고 살 수 있게

나는 못해 나는 못해 험한 농사 나는 못해

머리로는 안겠다며 뒷날부터 밤나무 베어내기

그 자리에 매화나무 심고 또 심어대니

1만 그루 넘는 매화나무 내 눈물 먹고 꽃 피우네

동산 가득 매화 천국 섬진강 향해 장관이라

진하고도 매혹적인 매화 향기 강산 점령

도시 사람 농촌 사람 죄다 모여들어서

얼씨구 절씨구 매화 향기 좋다 좋아

춘삼월 초입이면 어깨춤 덩실덩실

법정 스님 말씀대로 시름 털러 오는 사람

가슴 터져라 울음 울러 섬진강을 찾은 사람

섬진 마을 가득 메워 차량 대란 이어지고

못 살겠단 울부짖음 매화 향이 달래주니

이만 하면 되었다며 가슴 뻥 터지는 소리

인산인해 북적대는 매화 고장 세계 유산

밀짚모자 몸빼바지 고무신 신은 매화 아씨

슬픈 사람 외로운 사람 모두모두 불러 모아

섬진강 가득 채우겠다던 평생 소망 이루고

흙이 부르는 그 날까지 시들지 않겠다며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살고 싶다며 흥얼흥얼

매화 아씨 농사꾼, 고향 같은 농사꾼

사람들이 못 잊어 찾아오는 농사꾼

농사꾼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픈 매화 아씨

소박한 꿈으로 하루하루 매화랑 살아가는

광양의 자랑인 매화 명인 홍쌍리

수줍던 첫 만남 그 모습은 간 곳 없고

매화보다 더 환한 미소 천사 매화 아씨

메모지랑 전정가위 빼놓지 않고 챙겨선

어슷한 나뭇가지 싹둑싹둑 잘라주고

매화 방긋 웃을 때 카메라로 찰칵찰칵

꽃들과 나눈 대화 모두 다 기록하니

농사꾼이 문필가로 세상사람 본보기라

매화 아씨 세상 향해 외치는 당당함

좋은 인연 가장 많은 사람이다 자부하고

1만 그루 매화 엄마라 세상 부러울 것 없지요

매화꽃이 내 딸이고 매실들이 내 아들이고

아침이슬은 내 보석이고 방문객들 내 친구이고

흙은 내 밥이고 산천초목은 내 반찬이고

이 여인이 부러우면 흙의 주인 되어 보소

매화랑 흙이랑 산천이랑 초목이랑

밤낮으로 부여잡고 어깨춤을 둥실대며

홍 아씨가 즐겨 부르는 자작 노래 한 곡조

흙도 내 사랑이요 온갖 잡초도 내 사랑이요

흙은 우리 인간들이 오줌 싸고 똥 싸고

코 풀든지 침 뱉든지 뛰든지 달리든지

힘들고 고달플 때 땅을 치고 통곡해도

다 받아주니 그 큰 품이 어디 또 어디 있을꼬

흙에게 죄짓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

흙에 농약 제초제 절대 금지 좌우명

우분 돈분 계분으로 천연비료 사용하고

잡초랑 풀들은 매화 아씨가 뽑아내고

매화나무 밑에는 야생화를 심었으니

그만큼 힘들고 인건비 팍팍 들지만

친환경농법만 고집하는 섬진강 매화 아씨

내 밥인 흙이랑 내 반찬인 산천초목

아름답게 가꾸어야 내가 살고 네가 살지

문학소녀 홍쌍리 마주 앉아 대화하면

바람처럼 번개처럼 하루해가 금방이라

매화 야생화 돌흙이랑 나눈 대화 기록하여

『매실 아지매 어디서 그리 힘이 나능교』

『밥상이 약상이라 했제』 건강 백서 출판하고

2011년 3월 30일 국립국악원에서

가수 유열이 진행하는 국악 콘서트장에서

'차 한 잔과 이야기' 다담(茶談) 1차 공연 중

매실 명인 홍 아씨 유열 눈물짓게 하고

관객들도 그녀 삶 앞에 경건하고 숙연했다지

임권택 감독 100번째 영화 ‘천년학’ 세트장인

매화 동산 초가집 주변에 문학동산 만들어서

고전 문인 최산두와 황현을 필두로

정채봉 박태상 김승옥 주동우

안영 등 광양 출신 거장들의

명시들이 매화 향 품고 섬진강에 빠져들고

정채봉의 엄마 잃은 오누이 이야기는

두 남매가 노닐던 모형 암각상 세워지고

법정 스님 도선했던 바위도 표시되고

12편 영화와 드라마 배경지로도 유명한 명승지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방문했지

일 년에 이곳 찾는 이 무려 150만 명 훌쩍 넘어

그 많은 사람들 짬만 나면 둘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화 아씨 옛날부터 인간 지남철 인간 종착역

찾아오는 손님은 누굴 막론해 반갑고

지인들은 결코 빈손으로 보내는 법 없다지

친정엄마처럼 다정다감한 조선 아낙 매화 아씨

그녈 만나면 누구나 한 결 같이 환한 미소

고향집 친정집 찾아온 듯 편하니까

고두심은 홍쌍리가 해준 밥상 엄마 밥상

김혜영은 신장병 투병 중 매실액으로 견뎠고

최불암은 한국인의 밥상 녹화 끝내고 가면서

내 여동생 두고 떠나는 듯 애잔하다 말했고

그 인연으로 문학 동산에 최불암 암각상 새겨지고

그 외에도 최란 배용준 유열 같은 연예인들

홍 아씨를 어머니로 부르면서 따르지만

홍 아씨 미소 뒤엔 숨겨진 아픔 많아

20대에 암 수술 30대에 류머티즘 겪고

교통사고로 7년 동안 등 굽은 채 살았지만

조상들의 지혜 담긴 토종밥상 매실 요법

자연요법 결합한 엄마 밥상으로 견뎠지

파김치 부추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동치미 고들빼기 민들레 온갖 김치들

10여 가지가 넘는 산야초 중 쇠비름이 으뜸이라

매실 된장 매실 고추장 매실 장아찌는 명약 반찬

순두부랑 버무려낸 톳나물 도토리묵

사람 성품 체질 따라 차린 밥상 엄마 밥상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토종밥상

그것이 백의민족 우리 음식 최고봉

홍 아씨가 가꾸는 야생화 단지도 일품이라

상사화 구절초 초롱꽃 민들레

금낭화 자운영 맥문동 벌개미취

목단 도라지 등 61종 야생화

3만 평 넓은 들에 꽃 천국 만들어

몸 안 좋은 사람 마음 아픈 사람

모두 와서 꽃 보고 쾌차하여 가라고

즉석에서 자작곡으로 부르는 노래 한 곡

내 고달픈 몸 내 서러운 맘

세상에 붙잡아 준 백합화야 흰 백합화야

니들이 아니었다면 난 진즉 죽었다

꽃들이 맺어준 세상 인연 덕에 정 나누며

부질없는 세상에서 정답게 살고지고

내년에 올 때까지 아프지 말라 울지 마라

사랑스러운 꽃과 대화 수백 편 창작 시로 잉태

조만간 시집으로 출산하여 세상 구경

홍 아씨 흙 사랑 말로 글로 다 못해

만나서 나눈 몇 마디로 어찌 다 형용하여

깊은 감동 만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하지만 홍 아씨 끌텅 같은 손등이랑

매화처럼 밝은 미소 정다운 그 말씨

섬진강을 메우고도 남을 거라 장담하지

새해 아침 일출처럼 힘차게 건농하여

세상에 제일 으뜸가는 매화 장인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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