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숙 광양중마노인복지관장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영향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매우 심각합니다. 노인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청장년층의 부담 증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노인층 자체의 가계 부담만 해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 중 한 예가 노인 의료비의 지출에 대한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 여 년 전인 1990년 2,403억 원에 불과했던 노인의료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2010년 15조4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무려 64배나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노인인구 비율은 4.9%에서 10.5%로 5.6%높아졌는데 반해 노인 의료비 비중은 8.2%에서 33.3%로 25.1%나 수직상승했습니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1/3을 노인계층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한 비용만 계산한 것입니다. 노인들이 병․의원을 이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본인부담금과 병․의원을 오가는데 드는 비용, 자녀들이 부담하는 간병 비까지 모두 합친 사회적 비용은 20∼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정한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층에서 이 같은 규모의 비용부담은 결국 노인가구의 가계 부실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사회심리적인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없으면 안 될 것입니다.

지난 해 서울에서 치매를 앓던 부인을 살해하고 투신하려던 남편이 살인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형 건설회사 임원을 지낸 뒤 아들 부부와 함께 살던 남편의 은퇴 생활은 2년 전 부인이 치매 증세를 보이면서 흔들렸습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밑도 끝도 없이 남편을 의심하는 등 부인의 증상은 날로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5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했습니다. 그러나 78세의 고령인 데다 관절염까지 앓고 있던 남편은 간병에 지쳐 이전에도 여러 번 아파트에서 투신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때마다 홀로 남게 될 아내가 자식에게 짐이 될 것을 걱정했고, ‘같이 가자’는 남편의 외침은 절박함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 날 치매를 앓던 부인은 잠잘 준비를 하던 남편에게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고, 옷걸이와 베개 등으로 남편을 때렸고 “부모 없이 자라서 막돼먹었다.”고 욕까지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던 남편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부인의 목을 졸랐다.

노부부는 아들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으나 당시 아들가족은 모두 외출해 집에는 노부부뿐이었습니다. 아내가 숨진 뒤 남편은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네 어머니를 죽였다.”고 전했습니다. 아들이 급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씨는 8층 베란다 창문을 연 채 난간을 딛고 뛰어내리려던 차였습니다.

치매는 가족 전체를 파괴하는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환자 당사자만 관리가 돼야하는 게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의 건강관리 및 정신건강관리와 심리 상담이 필요한 대표적 노인성 만성질환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 가족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 및 정보제공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을까하는 의심이 됩니다.

한 가족의 비극은 그 가족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성 만성질환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여 좀 더 실효성 있는 국가정책의 실현을 통해 개인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지는 것을 너머 국가가 같이 책임져야하는 문제입니다.

어느 가정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노인성 만성질환에 대한 노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실제적인 제도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할 것 없이 지혜와 관심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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