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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첫 재심 재판 1심서 ‘무죄’재판부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희생…깊이 사과”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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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7  19: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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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환영 “여순특별법 제정…진상규명 이어져야”

10.19 여순사건 민간인 학살 관련 명예회복의 물꼬가 트였다. 재판부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 씨의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사건를 두고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향후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무죄 선고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게 여순 관련 단체들의 평가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에도 탄력이 예상된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지난 20일 내란 및 국가 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 장환봉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순간 가슴을 졸이며 선고를 기다렸던 유족과 여순사건 관련 단체 회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무려 사건 발생 72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장 씨의 유족들은 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재판을 맡았던 김정아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에 적용된 법조는 포고령 제2호 위반으로 포고령 2호의 내용은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형소법 제325호에 따라 범죄가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해 무죄”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 여순사건 유족

김정아 부장판사도 눈물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됐다고 선언하게 됐다. 사과드린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장환봉 님은 좌익이나 우익이 아니다. 임은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 뒤 유족에게 사과하고 눈물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70여 년이 지나서야 잘못됐다고 선언하게 됐다.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고 이에 검찰과 법원 사무원들도 함께 일어나 고개를 숙여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방청객들은 이런 재판부에 박수를 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에 대한 확정판결이 없음을 전제로 집단 희생사건으로 분류됐다가 뒤늦게 판결집행 명령서가 발견돼 재심이 진행됐다”며 “복원을 위해 장기간을 들여 일일이 관련 기록과 증언을 모으도록 한 다음 유족과 목격자들이 그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공소사실을 이제야 복원한 후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과거사정리법에서 말하는 국가의 의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가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책무를 당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족, 시민, 연구단체는 아직도 특별법 제정 호소하고 있음에도 명예회복을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이 아직도 멀고도 험난하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이상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유족들 “감사하다. 국가가 이제야 사과했다” 눈물

장환봉 씨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로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순천에 도착한 후 이들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계엄군에 체포돼 22일 만에 처형됐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월 8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으로 순천 일대 민간인 438명이 군경찰에 의해 집단 사살됐다고 결론을 내린 뒤 장환봉 씨의 딸인 장경자(재심청구인) 씨 등은 지난 2011년 10월 과거사정리위의 결론을 토대로 법원에 1948년 당시 군사법원 재판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에 막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7년여가 지난 지난해 3월 21일 여순사건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여순사건 발생 72년만에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재심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해 4월 29일 순천지원 형사합의부가 첫 공판을 진행한 뒤 지난달 12월 23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반란군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 처해진 고 장환봉 씨에 대해 무죄 선고을 요청했고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72년 만에 재심재판 1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장환봉 씨의 딸인 장경자 씨는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감사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장 씨는 “국가가 진정한 사과를 이제야 했다고 생각한다. 증인들이 살아계실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번 아버지의 무죄 선고를 통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무죄가 되고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돼 역사가 올바로 세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관련 시민단체는 물론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김 지사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여수순천 10.19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 무죄판결과 관련 200만 전남도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이번 무죄판결을 계기로 여수와 순천 10.19사건 유족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려면 국가에 의한 학살을 인정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특별법 제정” 정치권에 촉구
전남도의회 “유족들의 명예회복 다행”
각계 “민간인 집단 희생 공식인정…진실규명”

특히 “전남도와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당시 1만여명이 넘는 지역민이 희생됐다. 국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야가 힘을 모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 뒤 “앞으로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합동위령제와 관련 유적지를 정비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올바른 교육을 펼쳐 역사를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판을 지켜보던 전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도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일제히 환호하며 기뻐했다.

여순 10.29사건 특별위원장인 전남도의회 강정희 의원“여순사건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억울하게 학살당한 사건으로 긴 세월 동안 유족들은 통한의 세월을 견뎌 왔다. 무죄의 명쾌한 판결이 내려져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어 다행”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순사건재심위원회는 “1948년 당시 민간인에 대한 군법회의에서 유죄를 받은 분들이 최소 3천명에서 5천명에 이른다. 사법을 가장한 국가권력의 폭력에 신음해야 했던 분들을 구제하는 일이 지역사회의 책무로 남았다”며 “위불법에 의해 학살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순민중항쟁 전국연합회도 “(이번 판결은)72년 전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돌아가신 46명과 여순민중항쟁으로 돌아가신 희생자 영령에게 무죄판결이라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며 “억울한 죽음을 추모할 수 있는 위령탑을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 추진해야 한다. 여순민중항쟁특별법 제정으로 진상 조사와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 시민단체연대회의 역시 “여순사건 당시 국가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집단 희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사건 진상규명의 소중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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