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어제와 같은 날이지만 달력이 바뀌고 년도가 바뀌면 우린 새해라고 말합니다. 여하간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양하게 계획과 소망을 나누면서 특별히 작심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주초를 끊겠다든지, 살을 뺀다든지, 어디를 여행한다든지, 뭔가를 이뤄간다든지, 만들든지, 젊은이들 가운데는 솔로에서 탈출한다는(결혼) 등의 마음을 먹게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책과의 씨름이 가장 큰 작심입니다. 매일 읽을 분량과 매주, 매월 읽어가야 할 책의 분량들을 선정하고 있긴 한데 벌써 이즈음에 오면 흔히들 작심삼일에 멈추는 일이 벌써 생겨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분께서 작심삼일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깨어진 그날부터 다시 시작하면 작심삼일이 반복되다가 어느새 이룰 날이 온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엔 다이어리보다 스마트폰으로 일정과 계획들을 관리하는 일이 많아져서 작년말과 올해 초에 다양한 작심을 위한 앱들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견하는 평범한 진리는 작심을 하는 것과 안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계획을 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맞이 하는 일(事)이나 날(日)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닥치는 일을 처리하는 결과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맞이하는 일과 닥치는 일은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삶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맞이할 수 없는 긴박하게 닥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이 그렇게 닥치는 일이라면 숨이 막히겠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예측 가능한 일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충분히 작심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은 예상 이상임은 선진들이 보장하는 바입니다.

작심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이 외에도 참 많은데 먼저 분주함에서 탈피하게 됩니다. 그것은 삶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먼저인지 그리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구분하게 되고, 그래서 시간에 여유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자투리 시간들을 활용하게 되어 의외로 이 시간의 요긴함으로 하루를 남들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닥치는 일을 하면서 매일 바빠 죽겠다 하면 그렇게 살다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일을 맞이 하는 날로 살아 간다면 그 삶은 훨씬 더 여유로울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새해만 우리에게 새 날이 아니라 어젯밤에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뜰 때 맞이하는 그 날은 매일매일이 새 날(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를 살아도 새 날로 살고, 또 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보람있고 소중하게 보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작심(作心)하며 살아갈 때 이 한해도 세상이 어떠하든지 일상에서도 유유자적(悠悠自適)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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