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암산업 노조 27일째 천막농성…4조2교대 변경 등 요구

싸늘한 겨울 한파가 휩쓸고 있는 광양시청 앞.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해 벽두부터 성실 교섭과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힘겨운 천막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이 있다. 벌써 27일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구내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성암산업 노동자들이다.

사측이 지난 2018년부터 작업권을 포스코에 반납하겠다는 공문을 포스코에 보내 때아닌 매각카드를 꺼내든 뒤부터 교섭해태나 조합원 징계 등 교묘히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게 이들 노동자의 주장이다.

성암산업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성암산업 신준수 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 갑자기 회사지분을 매각하겠다는 통보를 시작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이를 이용해 임금교섭에 활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 매각카드를 활용해 갖은 부당노동행위와 작업장 생존권을 담보로 교섭해태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성암산업은 광양제철소 협력사 가운데서도 가장 건실한 사업장”이라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을 흘리고 포스코에 작업권 반납공문을 보낸 뒤 2018년에 이어 지난해 역시 불성실한 임금교섭으로 일관하면서 해를 넘겨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각설을 해마다 반복하면서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노조는 “노동자 알기를 돈 버는 기계로 여기는 경영자, 만나서 대화를 요구해도 숨어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비겁한 경영자, 책임질 줄 모르는 경영자가 바로 신준수 소모그룹 회장”이라며 “대한민국이 진정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런 비도덕적이고 철면피 악덕 경영자가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신준수 회장과 유재각 대표이사는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를 위한 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본인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암산업 노사는 지난해 11월 19일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7차례 임금협상에서 명확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포스코 상생협의회에서 발표한 직접노무비 총액대비 7%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3.8%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19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광양시에 쟁의행위 신고를 한 뒤 연장근로 없는 8시간 준법투쟁을 진행 중이다. 성암산업은 노동조합의 연장근무 거부로 운송 차질을 빚게 되자 지난 6일부터 일부 공장에 지입차를 투입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노조는 “원청인 포스코에서 지급한 직접노무비는 사업주가 챙겨도 되는 돈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라며 “원청에서 보낸 직접노무비를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고 되물었다.

또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단체행동을 결정하자 작업량을 타 회사에게 내주는 몰상식한 행위를 하고 있다. 더 나가 노동쟁의 찬반투표 기간 중엔 전 직원에게 겁박성 문자를 보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고 반복하고 있다”며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회사를 빨리 매각하고 현 경영자와 영원히 결별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근무형태 변경도 노사 갈등의 핵심요인이다. 현 4조2교대인 근무형태를 원청인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4조2교대로 변경하자는 것이 노조의 요구인데 반해 사측은 노무비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포스코는 물론 수많은 협력사가 이미 실행하고 있는 4조2교대 형태로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사측은 노무비용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강하게 거부하고 있으나 그 근거자료가 매번 두배 세배로 부풀려 노조에 제시하는 등 불신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족한 인원책정으로 잦은 연장근무를 강요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일개미로밖에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은 결국 조업안정과 안전사고 위험 해소에도 부정적 영향을 칠 수밖에 없는데도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은 사측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옥경 성암산업 노조위원장은 “성암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포스코 상생협의회가 대폭 증액한 직접노무비가 사측의 배를 불리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인 노동자에게 제대로 지급돼야 한다는 매우 당연한 주장”이라며 사측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또 “4조2교대는 야간근무 일수를 단축하고 불규칙한 연장근무도 줄여서 우리 노동자들이 좀 더 건강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포스코 최고경영진도 근무환경 개선으로 안전한 사업장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보다 여전히 돈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까지 사측의 태도를 볼 때 원만한 교섭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며 “원청인 포스코의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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