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서 광양여자 고등학교 1학년

중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폐렴’ 감염자와 증상자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미국, 프랑스 등 감염자는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우한시에서 다른 시로 가는 차로를 막고 그 외에도 여러 주요 도시를 봉쇄 조치하며 불안과 공포는 증폭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리장성을 포함한 중국의 주요관광지 역시 폐쇄되었다. 눈점막 감염 뿐 아니라 감염자의 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국에서도 4명으로 증가하였고 마스크와 보호경은 동이 날 정도로 사재기 열풍에 휩싸였으며 소리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격리조치를 하여 더 이상의 확진자를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과거에도 나병, 문둥병이라 불리던 한센병은 일제강점기에 환자들을 모아서 1916년 전라남도 고흥의 소록도라는 섬에 병원을 건립하고 격리치료를 하였다. 하지만 병원장 재량으로 환자를 처벌할 수 있는 ‘징계검속규정’과 일본인 원장의 원생을 향한 횡포는 격리치료라는 명목하에 탄압이 난무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당시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던 소록도에 병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조백헌 원장이 원생들의 현생과 후손들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간척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원생들은 과거 주정수 원장이 자신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시했던 여러 사업들이 결국 그들의 노동력만 착취했으며, 원장의 독재와 횡포를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기에 조 원장도 불신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척되던 간척사업은 원생들의 힘든 노역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상부의 압박으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았고 1989년 오마도 간척지는 일반인에게 분양되었다.

이청준은 4.19시대의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던 당시를 소록도를 통해 집필했다고 볼 수 있다. 간척사업과 과거의 여러 공장건설은 오직 원생들의 노동력과 충성심을 필요로 했기에 원장들은 그들을 독재하거나 우회적으로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단결심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마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반공 구국 정신의 확산과 4.19 혼란, 그를 틈 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위한 새 낙토 건설 운동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마을 운동 속에서 5.16 이후의 독선적 국가 경영 형태엔 핍박받던 우리나라의 과거 정치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책 제목은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이다. 마치 당신과 우리, 선을 긋듯이. 한센병 환자들은 새로 부임해 오는 원장들이 실시하는 여러 사업들이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닌 ‘당신들을’ 위한 것이며 이 땅은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감염자의 마음을 모른다. 그들이 소록도가 아닌 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한센병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말이다. 그리고 부임해 오는 병원장들이 원생들을 어떠한 태도로 대하고, 결국 원생들이 그들의 동상을 부수게 되는 과정까지 성치 않은 몸으로 착취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후에 조 원장은 원장이라는 어떠한 직책이나 임무가 아닌 그냥 조백헌으로 소록도에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원생과 건강인 사이의 결혼을 주선한다.

어떠한 집단이나 단체의 총책임자는 그 구성원들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리더의 시작임을 알아야 한다. 구성원들 스스로에 의한 원장 선출이 당연한 자유이며 그들 스스로 주도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갈 때부터가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상호간 믿음 속에서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인 비상사태가 선포될 위기에 놓인 현대판 페스트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속에 처한 모든 우리는 삐져나오는 그물이 아닌 서로 뭉치며 도와서 일시에 그물을 팽창시켜야 한다. 눈에 보이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보이지 않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대처한다면 영원히 바이러스에서 놓여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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