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농협 “농협 이용 불편 호소해도 모르쇠 일관”

“노점상과 농협의 갈등 키운 건 광양시 무관심”
노점상 “생계 막막...불법 사실이지만 야속하다”

지난 7일 문을 연 광양농협 병해충상담센터를 둘러싸고 노점상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터져 나왔다. 농협 앞 인도를 불법 점유한 채 배짱 영업을 해 온 노점상들에 대한 불만과 이들의 생계를 둘러싼 동정여론이 오가는 가운데 광양시가 수년째 계속돼 온 숨은 갈등을 방관하다 결국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양농협 주변 인도를 점유한 채 이 일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과 광양농협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광양5일장이 열렸던 지난 11일이다. 광양농협은 수년간 민원제기에도 인근 노점상으로 인한 피해가 개선될 대책이 없자 장이 열리기 전 인도 곳곳에 비료 10톤을 적재해 판매대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불법으로 불법을 막은 것이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노점상들이 광양농협 측에 강력히 하면서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한동안 항의가 이어지자 광양농협은 인도에 적재해 놓았던 비료더미를 치우면서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묵은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광양농협 벼해충상담센터가 최근 본점과 맞물려 문을 열면서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 모양새다.

광양농협 측은 농협 앞 인도를 노점상들이 불법점유하면서 농협을 찾는 고객들의 불편이 크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고 특히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광양5일장 해당일의 경우 매번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점상이 난립하면서 관리와 지도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점상의 경우 인도를 불법점유한 것은 맞지만 5일장이 열리는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통용되거나 묵인되는 상황에서 광양농협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노점상의 생존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양농협 관계자는 “농협 앞은 버스정류장도 있는 까닭에 평일에도 노점상으로 인해 농협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상황에서 장날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노점상으로 난립으로 통행이 불편할 뿐 아니라 생선판매로 인한 냄새와 쓰레기 방치 등 관계 당국의 지도감독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노점상 측은 인도의 불법점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노점상의 막막한 생계대책을 외면하는 광양농협의 행위가 너무 지나치다”며 “특히 불법을 막는다는 이유로 불법을 자행하는 행위를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노점상과 광양농협이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십년재 이어온 해묵은 갈등인 데다 실제 시민피해가 발생해 온 지 오래된 터여서 손을 놓고 방관해온 광양시에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양농협 관계자는 “이번 갈등은 광양5일장이 광양농협 인근에 들어서면서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광양시가 적절한 행정계도를 통해 노점상을 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외면해 왔다. 결국 행정당국이 손을 놓으면서 우리농협과 시민, 그리고 노점상 간 갈등이 커진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병해충상담센터를 농협 현관 앞에 설치하려고 노점상들에게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양시에도 문서를 들고 수십번 찾아가 계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더해 “광양5일장은 최근 시설현대화사업을 실시했으면서도 이러한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인도 불법점유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이런 행위가 당연한 것인양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계도를 통해 바로 잡고 노점상의 생계대책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는 노점상들의 생계를 위해 5일 시장 안으로 입점하도록 권유할 계획이지만 시장상인회 등과의 합의 등 진행과정에서 만만찮은 숙제가 남아 있어 노점상의 인도 점유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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