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화 아동문학가

▲ 조연화 아동문학가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내 고장, 내 나라의 개념이 없잖아요?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의 자랑스러움을 동화를 통해 알아간다면, 우리라는 소중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단단한 뿌리를 기반으로 어디서든, 어떤 위기에서든 쉽게 꺾이지 않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거라 믿어요. 그래서 전 지역의 이야기를 억지스러운 상황을 설정해 막 정보를 꿰어 놓는 것이 아니라 동화의 배경으로, 주인공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지역동화의 장르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동화를 좋아하던 한 아이가 있었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자라다 보니 친구가 없었다. 외롭고 심심한 아이는 동화책을 친구 삼아 유년시절을 보내며 동화작가가 되길 꿈꿨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네 아이의 엄마가 됐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녀는 잊고 지내던 동화를 다시 만났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다보니 동화는 어릴 때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관을 담고 있는 진실하고 정제된 문학임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꿈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현실의 삶을 살아냈다.

그녀의 인생을 뒤바꾼 건 ‘교통사고’였다. 크게 다쳐 혼자서는 몸을 뒤집을 수도, 화장실도 갈 수도 없이 한참을 병상에 누워만 지냈다. 힘든 시기였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는 좌절감과 우울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괴로움을 잊고자 더욱 독서에 매진한 그녀는 이럴 때일수록 ‘나를 위한 것을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에 병상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교류하는 인터넷 카페에 병상일기를 공유도 했다. 그러자 ‘힘을 받고 치유가 되더라’라는 응원이 많아졌고, 그녀는 그때 처음 글이 가진 ‘힘’을 느꼈다.

그래서 잊고 지냈던 ‘동화작가’의 꿈을 다시 꺼내들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힘들어도 지치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작은 것 하나, 추억 하나만 붙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녀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 한편 지어, 스템플러 찍어서 단 한권의 책을 만들더라도 한번 해보기도 결심했다.

건강을 되찾은 그녀는 대학에 입학해 국문학을 전공했다. 글쓰기의 기본과 문학적 소양은 익혔지만 졸업할 때까지 아동문학을 배울 수는 없었다. 전남 동부권에서 동화 창착을 공부할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광주의 동화 창작 교육기관 ‘이성자 문예창작연구소’를 알게 됐고, 2013년 12월 16일, 그 곳에 처음 방문하면서 그렇게 동화 작가가 되기 위한 한발짝을 내딛을 수 있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터미널로 달려가 고속버스로 오가기를 4년, 그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인 듯, 그녀는 전남 문화관광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창작지원금 받아 2016년 1월 15일 드디어 첫 장편 동화집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를 발간했다.

‘도서관에 내 책이 꽂혀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매일 상상했던 그녀는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가 도서관에 꽂혀 있는 걸 처음 마주한 순간,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바로 다음 책을 연이어 집필해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책들의 도서관 일련번호까지 외우고 있었다.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 <할머니의 마법수레>, <축구소녀 마루와 슈퍼닥터> 등 그녀가 집필한 동화에는 ‘광양’이 잘 묻어있다.

광양 태생은 아니지만 그녀는 산, 바다, 강이 다 있는 광양을 사랑한다. 특히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 중흥사, 마로산성, 정병옥 가옥, 매화마을 등등 지역 곳곳을 누비다보니 더욱 매력에 빠졌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섬, 태인도와 금호도의 김 재배 문화를 조명하고 옛 것은 사라졌으나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변모한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소재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마법수레>는 우리동네 시리즈의 한 편으로, 주인공이 할머니의 마법수레를 타고 광양읍 5일장에서 시작해 각 지역의 전통시장을 여행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광양읍 5일장에서 오랫동안 과일을 판매한 옥곡 주민의 이야기와 광양의 특산물 등도 등장한다.

<축구소녀 마루와 슈퍼닥터>에 나오는 마루는 중앙초 축구부 선수다. 우연히 방문한 중앙초에서 여자축구부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시골 작은 마을 아이가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인해 좌절하지만 슈퍼맨 의사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는 내용을 담았다. 가난과 생각지도 못한 불행에 맞서 자신의 힘으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강하고 밝은 마루를 통해 그녀는 아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면 이룰 수 있다는 자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란버스야, 안녕>은 통학버스 갇힘 사고를 당한 아이와 가족들이 그 위기를 어떻게 견뎌가는지 언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화다. 조금 묵직한 주제지만 가족 간의 사랑, 유대감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녀의 집필작 가운데 ‘베스트 셀러’로 꼽힌다. 이 작품은 그녀와 함께한 광주의 문우들의 평가와 독려 속에 평론가적인 눈을 키우며 완성됐다.

조연화 아동문학가는 “우리 지역에 동시를 쓰시는 아동문학가는 몇 분 계시지만 동화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 작품에 대한 조언해줄 동지가 필요해 광주까지 아직도 다니고 있다”며 “혹시 동화작가가 되고 싶으신 분이 주변에 계신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테니 연락달라”고 말했다.

<약력>
장편 동화로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 『할머니의 마법수레』, 『노란 버스야, 안녕』 , 『축구소녀 마루와 슈퍼닥터』가 있다. 광양 이야기 그림책 『바삭 바삭, 광양 황금김』을 썼으며, 최근에는 그림책 『치카푸카 어금이』를 쓰고 그려 발간했다.

2015년.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전남문화관강재단의 창직지원금에 선정됐으며 2018년, 2019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창작지원금 수혜를 입었다. 백병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인물동화 『대추씨 시인의 가을 기도』에 그림을 그렸으며 만화인 동호회 [오딘]의 창단멤버로 활동했고, 광주 미술대전, 전남 미술 대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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