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광양여자 고등학교 1학년

▲ 김민서 광양여자 고등학교 1학년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현대인들의 실현 가능한 작은 일탈을 의미한다. 이 단어처럼 정말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현재의 삶에 피해를 주는 무리한 요구들은 자칫 욕망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런 욕망이 충족된다고 해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단편소설인 ‘버드나무 길’에서는 주인공이 사교적인 은행원이면서 금욕·원칙주의자로 종교적 집단의 수장을 완벽하게 연기해 사회적으로도 철저하게 두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은 물질적인 풍요와 여유로운 삶을 위해 은행원일 때 횡령하고 잠적해버림으로써 미리 준비해 온 쌍둥이 형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일상의 무료함을 스스로 못 이겨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절망하게 되고 심리적 지지대였던 훔친 돈마저 도둑맞게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믿으려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제 2의 인물로 빙의된 주인공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야 하는 황폐한 삶에 처하게 되었다.

주인공뿐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들 몇 가지의 인격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를 만나 어디서 만나고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심지어 SNS를 할 때도 우린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정도로 새로운 인격을 계속 만들어내기도 한다. 혼자가 아닌 주변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까닭에 사람들은 당연한 듯이 여러 얼굴로 사회 속에 존재하며 그런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현대인들의 자아상은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며 만족한 삶을 살고 있을까?

‘버드나무 길’에서 주인공이 돈 많고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해서 가치전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최근 음원 사이트의 순위가 조작되었다는 폭로와 함께 유명 가수들의 음원이 사재기 된 것임이 드러났다. 돈을 주고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같은 노래를 계속 스트리밍해서 결국 순수하게 대중들이 선호했던 음원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이라고 여겨지는 국가가 행복지수가 높다는 객관적인 자료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소유와 만족을 동일선상에 높고 이해하면 안 되는 까닭도 정신적인 만족이 없이는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현재의 삶을 감사하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자신의 좌표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 내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수많은 패러다임을 거치며 사람들의 의식도 다양해졌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는 사회는 여러 인격을 가진 개개인 스스로가 빚어낸 현상이다. 한 명당 몇 개의 얼굴을 지니고 살고 있는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떨어뜨린 얼굴은 없는지 자신도 모르게 생각나지 않는 얼굴은 없는지 누가 누구에게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적은 없는지…. 비로소 인지된 자신을 찾으려 해도 이미 뒤섞인 자아들로 인해 제 자리를 못 찾을 수도 있다.

균형 잡힌 삶의 중요성은 내공이 단단해진 사람만이 알 수 있으며 행복은 좇아가지 않고 현재의 소유와 지향을 점검해야 느낄 수 있다.

버드나무 길에서 만난 우리의 여러 인격들을 떠올리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었는지 더듬어 보아야 한다.

의식조차 없어 흘려보냈던 인격들을 분리수거해 찬찬히 스스로를 느껴야 할 때이다. 패러다임으로 점철된 사회현상에 의해 강제된 인격이 아닌 자신이 빚어내고 선택한 인격체였단 사실을 인지하게 될 때 행복은 손만 뻗으면 되는 거리에서 미소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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