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신문사 앞. 네모반듯하게 쌓아 올려진 수백 장의 따끈따끈한 신문이 지난주 신문사의 정신적 사투와 치열함을 담고 독자들의 평가를 기다린다. 광양시민과 함께해 온 시민신문은 어떻게, 누구를 통해 세상에 나오는 걸까? 아이템 회의부터 교열작업까지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시민신문의 일상을 아직 때 묻지 않은(?) 수습기자의 눈으로 엿본다. <편집자 주>

# 나는 ‘수습기자’다

시민신문 면접이 있던 날. 대표님은 신문사라는 낯선 직장의 첫 이미지였다. 흐트러짐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간단한 신상으로 물으시고 “기자는 뭐라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하셨다. 면접 전 이미 예상했었지만 막상 질문을 듣자 머릿속은 잠시 그럴싸한 답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스쳐 갔다.

눈은 끔뻑거리고 머리는 미사여구를 찾아보려 애를 썼지만, 나의 순발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 열사람 물으면 아홉 사람이 답할 “사실을 글로 쓰는 사람 아닐까요?”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대답을 했다.

언론사 면접 기 출문제라도 독파하고 왔어야 했나 잠시 후회하는 찰나였다. 대표님은 담담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어조로 “기자는 정보나 소식을 확인하고 올바로 전달하는 전달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중년의 언 론인에게 연륜이 묻어나는 철학이 물씬 풍겼다.

그렇게 ‘수습기자’라는 단어를 달고 시민신문의 가족이 됐다. 지금까지 내 머릿속 기자라는 직업은 멋진 커리어우먼의 상징이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화장에 칼 같이 다려진 오피스룩을 입고, 창이 큰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하 며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리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신문사 합격 소식을 듣던 그 날 밤.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멋진 차도녀 윤별의 성공 드라마를 상상하며 혼자 낄낄거렸다고 고백한다.

완벽한 망상 그 자체였음을 출근 3일 만에 깨달았다. 그날은 광양에 3천여명의 시민이 운집하는 행사가 있던 날이라 시민신문에서 기자 3명이 파견됐다. 대표님은 전체 분위기가 다 읽히는 사진을 되도록 많이 찍으라고 주문하셨다. 떨어뜨릴까봐 목에 건 카메라는 이러다 자라목 되는 건 순간이겠구나 싶게 무거웠고,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손목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컷을 찍을 땐 단상이나 사다리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여의치 않자 의자 두 개를 포개 올라서서 사진을 찍는 곡예를 했다. 운영진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나를 관계자로 오인하고 화를 내거나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그 게 종일 행사장을 누비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오늘 본 것에 대해 모두 기록하는 일이 남았다. 믹스커피를 한잔 타서 홀짝거리며 나는 밤늦도록 컴퓨터 자판과 씨름을 했다.

한번은 선배인 김보라 기자를 따라 고로쇠 약수를 취재하러 백운산을 갔다. 차로는 더는 진입할 수 없는 깊은 산중까지 들어가 고로쇠 채취 사진을 찍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비탈진 산기슭을 아슬아슬 내려가는데, 선배는 “이러니 우리가 치마에 구두를 신을 수 있겠어요?”라며 후배기자의 오피스룩에 대한 환상마저 야무지게 깨주었다.

엄청난 착각과 직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에 험난한 기자 생활에 겁도 없이 발을 디뎠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착각은 용기를, 환상은 새로운 도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굳이 ‘1만 시간의 법칙’까 지 논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이루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을 믿고 묵묵히 가야 함을 깨닫는 요즘이다.

나는 ‘수습기자’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전 달자라는 본분을 지키는 ‘취재기자’로 성 장하기 위해 꾸준히 동분서주할 것이다.

# 편집국 사람들 - 개성이 ‘하모니’를 이루다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에 권위의식을 내던진 시민신문의 ‘발행인’이자 ‘대 표이사’ 박주식 대표. 기자는 듣는 것을 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누구든 격 없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졌다.

‘대표’라는 직함이 주는 상사의 이미지가 아닌 같이 일하는 동료로, 오랜 경험의 선배 기자로 직원들을 대한다. 술자리가 워낙 많아서 과음을 수시로 한다. 직원들에게 점심 식사로 중마동 술국 잘하는 집은 모두 먹어 볼 기회를 자주 제공한다.

시민신문의 자유인 최인철 취재기자는 신문기자이자 시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직업군은 같지만 팩트만을 허용하는 글을 쓰는 기자라는 직업과 감각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는 시인이라는 직업은 같은 듯 극단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최 기자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글을 넘나들며 타고난 글쟁이 포스를 뿜어낸다. 시민신문의 묵직한 기사를 담당하는 최 기자는 오랜 기자 생활과 광양시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 사건의 본질을 알고 쓰는 시민신문의 중심축이다. 본인 의사는 전혀 묻지 않고 두 후배 여 기자의 밥 사주는 선배로 등극했다.

가끔 ‘너는 궁금한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라는 농담 같은 말을 한다. 농담은 농담일 뿐인가보다. 시민신문의 걸크러쉬 김보라 취재기자는 세상에 궁금한 건 너무 많은데 식탐도 없고 아주 적게 먹는다. 저렇게 조금 먹는데 취재할 때 나오는 끝없는 에너지의 근원은 어딜까 싶다. 분명 ‘밥심’은 아니다.

김 기자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거나 경험해서 의문을 풀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논문을 써도 될 만큼의 많은 자료를 분석해가며 끊임없이 정보를 체득해가며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천상 기자다.

마감을 해야 하는 금요일. 기사가 늦게 넘어오거나 취재기자들의 느슨해진 분위기를 ‘현타’ 카톡 한 줄로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시민신문의 막강파워 하민정 편집기자. 신문사 내에서 ‘금요일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매주 되풀이되는 금요일 야근은 하 기자의 “마무리 됐어요”라는 말과 함께 퇴근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신문의 마무리는 모두 하 기자의 손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꼼꼼함은 기본이요, 성실함을 두루 갖춘 그녀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일하는 성격이라 자발적 야근은 일상이다.

워낙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은 하 기자의 책상은 웬만한 건 앉아서 해결할 수 있는 신박한 아이템이 즐비하다. 신기해서 정보를 얻다 보면 나도 요즘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 같아 즐거움이 쏠쏠하다.

처음 입사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총무님!”이였다. 시민신문의 곳간주인 정수진 총무는 신문사 내부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척척 해결해준다. 심지어 여느 남자보다 기계나 물건을 잘 고쳐서 ‘손끝 야물다’는 말은 정 총무를 수식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신문사에 내가 모르는 손님이 오시면 실수하지 않도록 살짝 성함과 직함을 알려주는 센스 있는 분이다. 정 총무의 야무진 손길이 곳곳에 닿아있는 신문사 내부는 늘 단정하다.

박미자 차장은 시민신문의 광고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 특성상 신문사에서 상주하는 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특유의 친화력으 로 오래 알고 지낸 사람 같은 편안함이 있다. 나는 어떤 장소에서도, 벌떼 같은 군중 속에서도 청보랏빛 머리색의 숏커트 박 차장님을 한눈에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금요일마다 신문사에 오셔서 일주일의 핫이슈를 한 컷의 그림으로 담아내는 추산 김정국 만평 선생님, 시민 신문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기고해 주시는 분들, 우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글로 남겨주시는 시민 기자와 시민신문의 완성도를 위해 충고와 격려를 마다하지 않는 독자위원들, 매주 일요일 컴퓨터 상에서만 존재하던 신문을 지면으로 완성 시켜주시는 인쇄소 관계자분들, 신문을 배달해 주시는 집배원분들까지 모든 분의 수고와 노력 으로 한 장의 신문이 완성된다.

# 치열한 일주일을 담다

<아이템 회의>
사실상 일주일 신문 발간의 시작점이다. 취재기자마다 이번 주에 무엇을 취재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던 아이템을 제시하고,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기사로 쓸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논의가 끝나면 아이템 종류(정치, 경제, 사회...)에 따라 지면에 넣을 자리를 배치한다.

<취재와 인터뷰>
아이템 회의를 통해 다음 호에 실릴 기사가 정해지면 기자는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원은 누구를 만날지 결정한다. 취재원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기관·단체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데이터를 모으기도 하고, 기자의 인맥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감한 사항에서는 취재원이나 자료를 구할 방법이 없어 기자의 인내심과 한계를 시험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기사작성>
기사에 대한 대략적인 틀을 잡고, 기사 관련 수집한 정보나 인터뷰 내용, 통계자료, 보도자료 등 하나씩 살을 덧붙여 기사를 작성한다.

<편집과 교열작업>
완성된 기사는 편집기자에게 넘겨진다. 편집기자는 사진과 기사의 양을 고려해 정해진 면에 기사를 넣고 광고와 전체적인 디자인까지 고려해 지면을 완성한다. 완성된 지면을 출력 후 취재기자는 기사 작성 혹은 편집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는 교열작업을 거친다. 특 히 오탈자, 신문사 표기법에 어긋나는 표현,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를 꼼꼼히 읽어가며 확인한다.

<인쇄 , 배달>
교열까지 마무리한 신문은 발행인의 최종 확인을 거쳐 인쇄소에 맡겨지고 월요일 새벽 배부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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