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판 치솟는 동부권 “지역정서 무시한 처사”

사흘 사이 총선을 둘러싸고 지역이 요동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3일 광양·곡성·구례선거구에 담양을 끼워 넣는 선거구획정안을 내놓자 여야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곧바로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실상 기존 광양·곡성·구례지역을 중심으로 선거를 준비가 한창이었던 예비후보들 역시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경선을 코앞에 둔 권향엽·서동용 예비후보는 지역구 조정 전 단수공천이 확정된 담양 출신 이개호 최고의원 출마 가능성 등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도 정작 3일을 넘기지 못했다.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비판하더니 결국 순천 분구를 철회하고 순천·광양·곡성·구례지역을 갑·을로 나누는 조정안을 전격 합의한 뒤 7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해룡면을 제외한 순천시 △승주읍 △서면 △황전면 △월등면 △주암면 △송광면 △외서면 △낙안면 △별량면 △상사면 △향동 △매곡동 △삼산동 △조곡동 △덕연동 △풍덕동 △남제동 △저전동 △장천동 △중앙동 △도사동 △왕조1동 △왕조2동을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선거구로 묶고 기존 광양·곡성·구례·지역구에 인구 5만5천여명의 해룡면을 포함시켜 을선거구로 조정한 것이다.

인구 상한 기준을 넘는 순천시를 분구하지 않고 기존 단일선거구로 유지하기 위해 신도시인 신대지구가 있는 해룡면을 떼어내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에 붙이는 꼼수를 둔 셈이다.
이 같은 선거구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혼란은 더욱 커졌다. 당장 순천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갑 선거구에서 제외된 해룡면을 둘러싸고 해당 지역정치권과 주민들이 반발이 비등한 상태다.

지역 정서에 크게 반하는 선거구획정인 데다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각 정당별 경선과정에서 새로이 포함된 해룡면 주민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해당 지역주민 참정권과 당원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광양·곡성·구례지역을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하던 광양지역 예비후보들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이다. 단일 지자체 가운데 일부 지역만을 떼어서 다른 선거구에 붙인 사례는 선거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인 데다 생면부지 해룡면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려야 하는 부담도 상당한 까닭이다.

지역정치권에선 황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인 가운데 이번 변수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구획정이 현역의원인 이개호 최고위원이나 서삼석 의원을 배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담양을 포함하는 선관위 획정안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순천의 인구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해룡면을 포함 시킨 여야 조정안은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긴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지역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선거구 나누기라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입장에선 우리 민주당이 이해 불가한 선거구를 획정한 주범으로 인식될 수 있어 가뜩이나 집안싸움이 심한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악재나 다름없다”며 “민주당 책임론이 확산될 경우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예비후보는 “현 광양·곡성·구례지역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선거를 치르고 있다. 총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인구 5만명이 넘는 해룡면을 추가한 것은 정치적인 도리를 넘어 후보들은 물론 유권자를 무시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해룡면민들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이곳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구 상한선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해룡면을 포함 시키면 을선거구는 인구 25만명에 이르는 또 다른 공룡선거구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민주당 영입인사인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전 대구고검장)의 전략공천이 현실화되면서 서갑원, 노관규, 장만채, 김영득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들 예비후보가 민주당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유불리를 따져 을 선거구를 선택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A 예비후보의 경우 공천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을선거구 지역 여론 파악에 들어갔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편 이처럼 경선 잡음에 과열경쟁, 여기에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각종 지역 곳곳에서 불만과 비판이 흘러나오면서 민주당에 비판여론이 상당하다는 점은 향후 전남 동부권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광양·곡성·구례선거구는 물론 전남 동부권 전반에서 민주당 총선 행태에 파열음이 터지는 모양새여서 선거구 획정과 경선 이후 싸늘해진 민심은 민주당 후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본선 후보자가 결정될 예정인 이번 주를 지나면 경선 탈락 후보가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수갑·을과 광양·곡성·구례선거구 모두 여론과 다소 동떨어진 경선 주자 결정을 놓고 내분이 일어난 가운데 무소속 출마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순천 역시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의 전략공천이 현실화되면서 전남 동부권 여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후보 누구도 당선을 안심할 수 없는 전선이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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