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이익만 극대화” 부분파업에 이례적 입장문

노동계 “노동3권 부정하는 초헌법적 발상에 아연”
무조건 노조 탓…협력사 노조 전반에도 암묵적 협박

포스코 구내 운송업체인 성암산업 노조가 지난 8일 새벽 부분파업에 돌입한 것을 두고 성암산업은 물론 광양제철소 협력사협의회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노조비판에 동참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권에 관련도 없는 제3자가 나서 엉뚱하게 딴지를 걸고 있다는 비판 역시 만만찮은 상황이다. “실제 파업을 벌이겠나”며 안이하게 교섭을 진행해 오다 파업에 돌입하자 그 책임을 노조에 덧씌우려는데 급급하다는 게 노동계의 시선이다.

지난해부터 임단협을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성암산업 노동조합은 2개월여 천막농성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진척이 없자 지난 8일 새벽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미 파업찬반투표를 벌여 조합원 다수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였으나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채 광양시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해 사측의 성실교섭을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수개월 천막농성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여전히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하면서 교섭에 난항에 빠지자 일요일인 지난 8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부분파업 하루 뒤인 9일 노조는 “2019년 상생협의회에서 총액대비 7%로 발표함에 따라 총액대비 7%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나 결렬돼 현재 3개월 동안 시청 앞 천막농성과 준법투쟁 중”이라며 “현 노사관계는 2017년 회사 매각으로 시작돼 신뢰가 깨진 상황이며 32년 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 유재각 대표의 일방적 경영 방식으로 일어났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성암산업 박옥경 노조위원장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박옥경 노조위원장은 “협상 때마다 반복되는 매각 얘기를 꺼내며 성암산업 직원들을 고용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더욱이 포스코는 공장 내 조합조끼 착용하면 출입증을 회수와 출입을 정지시킨다고 겁박하거나 분사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개입으로 조합은 더욱 힘든 투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끝장 협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무시했다”며 “조합은 더 이상 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불법을 자행하는 경영자와 포스코를 용인할 수 없었다”고 부분파업 돌입 배경을 설명했다.

대내외 여건 고려치 않은 노조의 즉흥적인 파업

노조의 부분파업이 진행되자 성암산업도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성암산업은 유재각 대표이사 명의로 나온 호소문을 통해 “노조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파업을 단행했다”며 “대내외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노조의 즉흥적인 휴일 심야시간 파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100% 포스코에 의존해 기업을 경영하는 협력사 입장에서 노조의 기습적인 파업으로 도급계약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 리스크와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압박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여건”이라며 “아무리 단체행동권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고는 하나 삶의 터전을 볼모로 삼아서야 그 순수성과 정당성을 입증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성암산업이 소속된 광양제철소 협력사협의회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제철소의 구내운송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운송사에서 근로자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운송작업 중지 등 노사 불안정을 유발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근로가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일요일 새벽 시간대에 파업을 야기한 행위는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의도와는 다르게 상당히 악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 운송사의 임금 및 처우가 다른 업종 협력사보다 높은 수준이며 국내 운송업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행위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제철 조업에 심각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운송사의 파업으로 지금까지의 상생을 위한 경영진과 직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과연 근로자가 진정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행동권은 약자인 노조의 마지막 권리

그러나 박옥경 노조위원장은 “이미 파업을 결정한 상태라는 것을 사측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합법인 부분파업에 돌입했음에도 그동안 교섭에 미동도 하지 않던 사측이 마치 노조가 불법이라도 자행한 것처럼 호소문을 발표하고 광양제철소 협력사협의회까지 나서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모든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리기 위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인 줄 알지만 참 저급하고 야비한 술책이어서 말문이 막힌다. 단체행동권은 약자인 노조의 마지막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역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가 협력사를 내세워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권을 부정, 비난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단체행동권은 노사관계에 있어 약자인 노조가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다. 더이상 어떤 방법도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최소한 보장한 노동3권”이라며 “단체행동권이 마치 범죄라도 되는 양 여론을 호도하는 협력사 뒤에 노조를 와해하려는 포스코가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합법적인 부분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출입을 막은 것은 노사문제에 원청이 개입한 것일 뿐 아니라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무엇보다 협의회 소속 노사관계에 개입해 정당한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소속 직원과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 역시 감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성암산업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조업차질을 우려한 광양제철소 측은 즉시 대체인력을 투입해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부분파업 이후 현장에 복귀하는 조합원의 출입을 통제해 마찰을 빚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