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에 분노 “왜 순천시민이 광양 국회의원을 뽑나”

“우리가 멀쩡한 순천 국회의원을 놔두고 광양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획정에 대해 순천시 해룡면민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4.15 총선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는 중이다.

한마디로 성난 민심이다. 해룡면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해룡면 도로 곳곳엔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선거구에 편입된 데 항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개인 명의의 항의 현수막도 자주 눈에 띄었다.

국회는 지난 7일 4.15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뒤늦게 선거구를 획정했다. 그러나 당초 분구될 것으로 기대됐던 순천지역을 두고 분구 대신 순천·광양·곡성·구례지역을 묶은 뒤 갑을 선거구로 나누면서 전남 동부권에 충격을 안겼다.

순천시 △승주읍 △서면 △황전면 △월등면 △주암면 △송광면 △외서면 △낙안면 △별량면 △상사면 △향동 △매곡동 △삼산동 △조곡동 △덕연동 △풍덕동 △남제동 △저전동 △장천동 △중앙동 △도사동 △왕조1동 △왕조2동을 갑선거구로 묶었다. 순천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해룡면을 제외했다.

대신 기존 광양·곡성·구례·지역구에 인구 5만5천여명의 해룡면을 포함시켜 을선거구로 조정하면서 분노를 키웠다. 특히 동시 진행된 을선거구 민주당 경선에서 배제되는 상황까지 더해져 민심이 크게 악화됐다.

이 같은 민심은 곳곳에서 폭발했다. 지난 10일 해룡면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구 결정으로 순천시민의 권리와 주권이 도둑 맞았다”며 “헌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순천시 선거구를 찢어서 순천시민을 능욕하고 해룡면민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순천시민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불법과 위헌의 선거구획정을 뒤집는 행정소송·헌법소원 청구,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사회를 꿈꾸는 순천지역 대학생 모임도 지난 13일 해룡면 버드네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일 국회는 선거구획정안을 손바닥 뒤집듯 하루 만에 뒤집었다”며 “이기주의와 야합에 의해 법과 원칙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우리 지역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오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선거는 만 18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지만 이들이 마주한 것은 편법과 부당”이라며 “지속적인 선거구획정 규탄 집회와 모임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학생들은 이후 ‘해룡아, 돌아와’, ‘해룡아, 가지마’라는 선거구획정 규탄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해룡면 분할에 따른 분노는 곧장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거대여야 합의에 따라 이번 선거구획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번 선거구 분할의 주범이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까닭이다.

바닥 민심은 더 싸늘한 상황이다. 해룡면 농산물유통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해룡면에서 태어나 나고 자라는 동안 순천시민이라는 자긍심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줄곧 민주당 지지자로 살았는데 정작 민주당이 배신했다”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지구에 사는 정 모(48)씨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믿는 사람들, 이번엔 정신을 차리게 해줘야 한다. 순천시민, 해룡면민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며 “처음엔 투표장에 가지 않을 생각도 했으나 그러면 민주당을 돕는 것이란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 반드시 투표하겠다. 민주당은 절대 안 찍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순천지역 한 민주당 관계자는 “ 민주당원이지만 이번 선거구획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외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으나 단일 지자체를 분할하는 것은 선거법을 자체를 위반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중앙당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민심을 들여다보면 당이 선거를 망치려고 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드는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분구가 무산된 것도 악재인데 해룡면 분할에다 전략공천에 이르기까지 대형 악재가 연속으로 터졌다”며 “이대로 가다간 이번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강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한편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선거구에 포함된 해룡면 인구는 약 5만5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유권자는 3만5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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