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겨울이 오기 전에 쌀뒤주에 쌀을 채우고 김장하고 땔감을 해둬야 등 따습고 배부르게 겨울을 날 수 있다” 겨울에 땔감을 마련하기위에 산을 오르시면서 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처럼 기름이나 연탄이 사용하기전에는 나무가 난방재료였기에 겨울에는 일년 쓸 땔감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큰 산 아래 사는 이들에겐 나무장작을 만드는 일은 남자들에게 중요한 일이었기에 매일 동네 아이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서 장작용 나무를 한 짐씩 지고와서 도끼로 적당히 나무를 쪼개어 처마 밑에 그득히 채워 가면 불을 때지 않아도 훈훈해 졌습니다.

불쏘시개로 쓸 솔잎(가리 또는 갈비라고도 했습니다)도 모아두면 땔감 준비는 다 된것입니다. 가장은 아무라 어려워도 양삭과 땔감 준비하는일은 소홀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연일 유난히 많이 춥습니다. 평소 눈 구경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 지역도 벌써 몇 번째 눈을 봤습니다. 응달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 운전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우리를 더 춥게하는 소식들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열심히 장작을 준비하는대로 혜택을 보는 시절과 달리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기름과 전기로 난방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그 연료비가 인상됩니다. 거기다가 생필품이며 물가가 오르는 요인들로도 더 불안합니다. 뼈골이 빠지게 지게질 하는 만큼 든든했던 때와는 달리 아무리 발버둥쳐도 오르는 물가만큼 따라가기가 버겁기만 합니다. 가장이 미리 준비하지 못해 당하는 면도 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힘에 부칩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이유도 알고 보면 결코 우리가 사용량이 많은 것도 낭비하는 것도 아닌데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요금 폭탄을 때리고 있는 현실이 몸도 맘도 더 굳어 추위를 더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원전확대 개발을 정당화하고 효율을 따져가며 민영화를 추진한다거나 살림이 어려워 진 것을 애꿎은 국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자꾸만 이러한 조짐이 있어서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땔감을 마련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고, 마련된 연료를 아끼며 사용하는 일도 모두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개발하지.말아야 할 연료나 환경을 지키는 정도의 깨어 있는 의식을 고양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런 성숙한 의식이 부족하므로 우선 곶감이 달다고 욕심을 내서 하나하나 빼먹다 보니 자꾸만 자원은 고갈되고 잃지말아야 할 것들까지 문제가 됩니다.

독일 국민들이 지금 우리와 같은 상황에도 세금가중의 부담과 생활의 불편과 손해와 퇴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것을 감내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음을 기뻐하며 기꺼이 에너지 정책을 바로 잡아가고 불편한 삶을 감수했다는 사례를 보았습니다.(지식채널e '행복한 불편'-큐알코드 참고)

아직 봄은 멀건만 유난히 추운 겨울, 이제 이 겨울을 지나고 회고하는 어느 날에 혹독한 시련이 우리를 더 강하게 했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도 결코 눈앞의 이익과 순간의 안락을 위해 양심을 팔지 않고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았다고 자녀들에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겨울을 나기를 우리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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