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 봄기운 가득 담은 향긋한 음식

봄이 오면 봄기운 불어넣는 음식도 있기 마련이다. 바다와 강은 물론 산들녘에 피어나는 온갖 봄나물들이 입맛을 돋운다. 특히 봄이면 나물류가 제격이다. 갓 순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쑥, 냉이, 머위, 취나물, 참나물, 달래에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두릅과 옻순에 이르기까지 봄 햇살보다 많은 식재료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잔뜩 긴장한 탓에 바깥출입을 꺼리게 되는 요즘이지만 제철 음식보다 몸에 좋은 약은 없다는 선조들의 채근을 떠올리면서 우리지역 봄철 음식을 찾아 잠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편집자주>

도다리 쑥국

봄철 바다와 땅의 기운이 조화를 이룬 도다리쑥국

쑥은 봄을 틔우는 식물이다. 봄을 부르는 정령이자 대표하는 식물이 바로 쑥이다. 한파가 몰아 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어느 날 햇살이 제 법 따숩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이미 들녘에는 언 땅을 비집고 싹을 틔우는 쑥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곧 봄이다.


한반도 전역에서 쑥은 지천으로 피어난다. 그런 까닭에 쑥을 매개로 한 음식은 전국 어느 곳 이든 잘 발달돼 있는 한반도에서 가장 친숙한 식자재 가운데 하나다. 쑥버무리에다 쑥밥, 쑥 튀김 등등 입맛을 돋우는 봄철 음식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쑥 특유의 향과 쌉쌀한 맛을 내는 치네올성분은 소화를 돕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 중에도 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봄철 식자재는 바로 도다리다.

도다리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봄에 제맛을 내는 생선인데 쑥과 마찬가지로 가 장 흔하게 잡히는 생선이다. 이 도다리와 쑥이 만나 맛의 향연을 이루는 게 봄이 오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하는 도다리쑥국이다.

한반도의 봄을 여는 남해안, 한려수도의 중심지에서 비롯된 음식인 데다 바다와 들판의 봄 전령사, 도다리와 쑥이 어우러져 입맛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살이 통통하 게 오른 도다리와 겨울을 뚫고 싹을 돋아낸 햇쑥 은 무기질, 비타민에 더해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철에 도다리쑥 국을 세 번만 먹으면 한 해 건강이 걱정 없다”고 주장할 정도다. 본래 도다리가 비리지 않은데다 향긋한 햇쑥까지 어우러지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시원한 국물맛'에 매료될 그런 풍미가 담 겼다. 광양읍 터미널 맞은편에 자리 잡은 유정가 든은 때마다 제철음식 상차림을 내놓아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현재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역시 도다리쑥국이다. 광양읍까지 나오기가 꺼려진다면 중마동 호 반아파트 후문에 둥지를 튼 대동식당도 도다리 쑥국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이 주저된다면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집에서 끓여 먹어도 좋을 메뉴다. 봄이 오는 길목. 몸을 부드럽게 일깨워 줄 시원 향긋한 국물이 그립다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으로 봄기운을 몸에 담을 일이다.

벚굴

벚꽃 피는 계절엔 꽃구경보다 영양 듬뿍 담은 벚굴이 최고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몸을 섞은 진월면 섬진강 하구에는 그래도 봄 향기 가득한 섬진강 명물 벚 굴 수확이 한창이다. 과거에는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는 벚굴이 자생했다 하나 환경오염 등으로 이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진강 하류에서만 자연산 벚굴 채취가 가능하다. 맑은 물을 자랑하는 깨끗한 섬진강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보물 중 하나가 벚굴이다.


벚굴은 섬진강 하구 일원에서 자라는데 서너 개가 한데 모여 서식한다. 일각에서는 그 모습이 물속에 핀 벚꽃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벚꽃이 필 무렵에 맛이 가장 뛰어나서 붙여졌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보통 2 월 중순에서 4월 말까지가 제철로 꼽히는데 광양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바다에서 나는 일반 굴보다 크기가 열 배에서 스무 배가량 크고 속도 여문 게 특징이다.


벚굴은 크기가 작게는 20∼30㎝에서 크게는 어른 손바닥보다 큰 40㎝에 이를 정도로 바다 굴 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요즘 뽀얀 알맹이에 살이 올라 제철를 맞고 있다. 상큼한 향과 봄맛이 살아있다.


싱싱한 벚굴은 주로 구워 먹지만 바다 굴보다 비린 맛이 덜해 날것으로 먹기도 한다. 진월면 망 덕리 일대 식당에서는 생굴과 구이는 물론 회무 침, 튀김, 죽으로 요리된다. 2∼4명이 먹을 수 있 는 5㎏에 5만원선이다.


벚굴은 맛도 맛이지만 영양가도 높다. 단백질 과 무기질·각종 비타민·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인 병 예방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연 함유량이 높아 남성의 정력 증진에 좋은 데다 여성 피부미용에 좋은 고영양 식품인 벚굴은 글리코겐과 타우린이 풍부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 되도록 해 당뇨 개선에 그만이다. 예로부터 진월면에선 강 속에 사는 ‘비아그라’로 불리기도 했다.


냉이 : 냉이는 봄을 대표하는 나물 가운데 한다. 최근에야 계절에 상관없이 구할 수 있는 나물이 됐지만 그래도 제철인 3월과 4월 초에 이르는 기간에 제대로 된 냉이맛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냉이는 다른 봄나물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풍부하고 철분과칼슘 등 무기질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이다. 혈압수치를 조절해 정상혈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시력을 보호하고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달래장

뭐니 뭐니해도 봄기운 불어넣는 건 다양한 봄나물


냉이는 국이나 찌개로 주로 먹는다. 여기에 냉 이와 궁합이 잘 맞는 날콩가루를 묻혀 된장국을 끓이면 영영학적으로 우수한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보다 어린 냉이는 나물로 데쳐 먹기도 하는데 쌉쌀한 맛이 겨우내 잠들었던 입맛을 깨운다. 요 즘은 밥이나 죽에 섞어 먹기도 한다.


달래 : 쑥과 함께 가장 짙은 봄의 향내를 가진 게 바로 달래다. 쑥 만큼은 아니지만 달래 역시 산들녘을 가리지 않고 자생하는 흔하디흔한 식 물이다. 달래는 혈관을 확장하고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는 효능이 있다. 또 세포를 강화하 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 노화 방지 에도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이며 특유의 향취로 식욕을 돋운다.


달래는 생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이나 생선 조림에 넣어 먹는다. 달래무침, 달래장아찌, 달래 전 등으로 조리해 먹기도 하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달래장이다. 달래장은 밥에 비벼 먹어도 입맛을 돋우지만, 무밥을 지어 함께 비벼 먹 으면 봄기운을 맛 보는데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취나물 : 취나물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것은 참취, 개미취, 각시취, 곰취, 미역취, 수리취 등이 있는데 그 중 참취의 향기가 가장 독특해 산나물 중에서 취나물의 생산량이 제일 많고 취나물이 식용으로 가장 많이 애용된다.


산야에서 뜯은 그대로의 생채로 이용되는 것 은 곰취와 참취인데 독특한 향기로 입맛을 사로 잡는다. 쌈이나 샐러드, 들기름에 볶음.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침, 국이나 전으로 다양한 요리가 가 능하다. 데쳐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냉장고에 급냉 보관하는데 식용부위는 어린 잎줄기나 잎 을 사용하거나 생으로 쌈을 싸 먹어도 그만이다.


이밖에도 작은 순을 잘라 나물을 무치면 향긋 한 봄내를 느낄 수 있는 머위나물, 고사리, 돌나 물, 엄나무, 더덕, 씀바귀, 묵나물, 잔대, 천궁, 쑥 부쟁이, 방풍나물 등등 봄철 음식은 봄나물로 시 작해서 봄나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