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진 (사)광양민족예술인총연합회 대표

광양버꾸놀이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독창적인 요소들이 여럿 담겨있다. 버꾸놀이의 독특한 너름새가 그것이다. 광양의 버꾸놀이는 허리를 굽히고 땅바닥을 기듯이 북을 치는 것이 특징이다.

허리를 구부리고 있어서 힘이 들지만, 악기의 아래 테두리를 매기며 북을 연주하는데 적합한 자세다. 광양에서는 북채로 북의 테두리와 복판을 두드리면서 쇠나 장구가 치는 촘촘한 시김가락까지 북으로 연주한다.

가락이 빨라질수록 북의 복판과 테두리를 누비며 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북가락을 세밀하게 연주하기 위해 북의 위치를 조정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허리를 구부려 북을 치는 것에 대해서는 윗대 어른들부터 강조해온 전통이다. 그래서 상쇠나 수버꾸가 치배들을 관찰하다가 허리를 굽히지 않는 버꾸잽이를 발로 차버리거나 판에서 퇴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한 버꾸놀이의 전통은 전남 남해안 일대에서 공유하는 특징인데, 그중에서 광양지역은 유독 버꾸잽이의 자세까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버꾸놀이에는 역동성과 세련된 기제가 있는데 광양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버꾸놀이를 전승 하고 있다. 하나는 여러 명이 함께 연행하는 합동 버꾸놀이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장기를 보여 주는 개인 버꾸놀이다.

합동 버꾸놀이는 북소리의 웅장함과 집단의 역동성을 보여주는데 특징이 있다. 버꾸놀이를 할 때는 북 끈을 팔꿈치 위쪽에 고정시키고 엎드린 상태에서 땅을 기듯이 북을 친다.

이때 북채로 북의 테두리와 복판을 번갈아 치면서 발림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 고 소리 또한 웅장하다.


개인 버꾸놀이의 경우 다른 연희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장기를 표현할 수 있는 점에서 변화 의 폭이 크고 예능적으로도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버꾸놀이의 가락 구성은 ‘자진버꾸-된버꾸’로 구성되는데, 개인적으로 예능이 뛰어난 사람은 굿거리장단에 해당하는 늦은버꾸로 시작하기도 한다.

버꾸놀이에서 ‘늦은버꾸’는 광양 버꾸놀이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남 남해안지역에서 발견 되는 버꾸놀이는 자진모리 형태의 장단에 맞춰서 연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광양의 개인버꾸놀이 에서는 굿거리장단에 맞춰서 하는 늦은버꾸놀이가 추가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장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데 북이라는 악기(도구)는 우렁찬 소리를 내 기운을 북돋고 진 군을 알리는 소리(암호)로 쓰였다. 북소리의 웅장 함에 기운을 얻어 단결된 힘을 과시하고 그 장단 에 호흡을 맞추어 비장한 겨루기(전쟁)를 치뤘다.

광양을 포함한 서남해안권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군고(軍鼓)혹은 금고(金鼓)는 이 명칭에서 나타 나듯, 나라가 위급했던 전란 시 해양세력들이 민 병대가 되어 공동의 적을 몰아낼 때도 쓰였다. 그 만큼 우렁차고 단결된 힘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농악이다.


이순신 장군의 수군으로, 물길을 잘 알고 북을치며 호흡을 맞춰 노를 저었을 사람들 중에 광양 현감 어영담과 그 병사들이 있었다. 또한 광양 지역의 승병들과 의병들은, 인근 절들과 백운산 자 락에 은거하면서 북소리에 맞춰 병사들을 훈련시 켰고 전투에 참가해 승리하였다.


갑오년 농민전쟁 때도 농악을 하며 기운을 북돋았는데, 섬진강 건너 진주성 싸움 때 광양사람 들도 참여했다. 북을 들고 전쟁을 독려하는 그 기운들은 지금도 광양버꾸농악에 오롯이 남아 있 다. 엎드려 살금살금 기어가는 듯한 앉을사위에 서는 은폐하는 듯한 춤사위로 남아있다.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나 춤을 추었다는 배김사 위와 매도지 가락에서는, 우렁찬 그 기운으로 상 대를 일순에 제압하고 승리를 이루는 비장함이 깃들어 있다. 군고인 광양버꾸농악은 그 쓰임새 로 보아 승부욕을 최고에 달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비장함으로 고무되게 하는 매개물이다.


농악으로 승부를 걸기도 한다. 즉 김매기가 끝나면 수십 명의 농군이 농악대로 변하여 마을 간 에 접전이 일어난다. 이 접전에는 양편이 용기(덕석기)를 앞세우고, 영기를 양쪽에 꽂아서 진을 만 들고 나발을 불어서 접전을 청한다. 그러면 다른 편에서 같은 요령으로 응하게 되는데, 이때 마을 간에는 일종의 <농악 경연>이 벌어지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또한 줄다리기에서도 고을 원님의 입회하에 인덕과 우장으로 나뉘어 덕석기를 꽂고 영기로 진 영을 나누어, 큰 줄다리기와 함께 행해서 승부를겨루었는데, 그해 승부에 따라 이긴 쪽 마을에서 진 쪽 마을로 시집을 오면 시어머니가 호된 시집살이를 시켰으며, 이긴 쪽 마을에서 진 쪽 마을로 장가를 오면 동네 청년들이 신랑을 호되게 다루었다.


광양버꾸북춤에는 우아함이 담겨있고, 연주의 북과 더불어 형상의 버꾸북은 샤먼의 집행에 그 쓰임이 있다. 악기의 시원으로 작은북이 있다. 높이 들어 올리기도 하고, 형상화하여 여러 형태의 춤을 추었다.

그 북소리로 헌악 했고, 그 북 몸짓으로 헌무했다. 북을 내려 바닥을 쓸어대며 땅과 밀착하여 지신을 위무함에 자연에 대하는, 북을 들어 올려 하늘을 떠 받추고 하늘. 별. 달. 태양을 위무함에 우주에 대하는, 치밀한 장단에서는 마치 선율의 향연으로 현악기와 관악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헌악을, 펼쳐진 북 몸짓에서는 마치 섬진강가를 학이 나는 듯, 백운산의 낙락장송 길고 푸른 가지 위에 다리를 접한 듯 하는 고고한 우아함의 헌무가 담겨있다.


하늘과 땅, 우주와 자연, 신과 인간을 소통케 하는 샤먼의 북소리, 샤먼의 북 몸짓이 형상된 우아 함으로 깃든다. 즉 하늘과 통하고 땅을 울리며 사람에 깃들어 바이칼의 샤먼에서 부여국의 영고, 그리고 군고의 버꾸에 담기면서 시원에서 현재로 이어져 있다.


“현재의 위기를 버텨, 새 기회인 4월의 고개를 넘어 버꾸놀이로 신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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