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전용이지만 오토바이·자전거 통행 방지 시설물 없어

태인동, 금호동행 배달대행 오토바이 시간 단축돼 종횡무진
경찰 고발, 국민 신문고 등 잦은 민원에도 광양시 수수방관

#. 광영동에 사는 A 씨는 며칠 전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지개다리 산책에 나섰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오랜만의 외출에 들뜬 5살, 7살 아이들이 한창 무지개다리를 뛰어다니던 중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달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것. A 씨와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배달 오토바이를 향해 “애들하고 부딪혀요”라고 목청껏 외쳤지만, 해당 오토바이는 들은 척 만 척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몇 cm간격으로 ‘쌩’하고 아이들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에 놀란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화가 난 A 씨는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토바이를 잡아 세워 “이곳은 보행자 전용도로인데 왜 오토바이를 운행하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배달대행업체인 ‘바로고’ 로고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있던 배달원은 정작 “하루에 이곳을 지나는 오토바이가 몇 대인데 나한테만 이러냐”며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A 씨는 배달 오토바이 번호판을 찍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 광영동에 사는 A씨가 무지개다리를 통행하는 배달오토바이를 막고 운전자에게 항의하고있다.

중마동과 금호동을 잇는 해상보도교량인 무지개다리가 ‘배달 오토바이’들의 지름길로 악용되면서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보행자 전용 교량인 무지개다리를 관리‧감독할 주체인 광양시는 잦은 민원에도 ‘단속의 어려움’과 ‘민원 증가’ 등을 핑계로 수수방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광양시는 2017년 6월 지역주민의 교류 활성화와 이순신대교를 연계한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8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총연장 302m, 교폭 4.8m 규모로 중마동쪽의 삼화섬과 금호동을 연결하는 해상 인도교인 무지개다리를 설치, 개통했다. 이후 시가 2018년 6월 20억 원을 투입해 이곳에 경관조명을 설치하면서 무지개다리는 산책로이자 쉼터로, 또 중마-금호를 잇는 가장 짧은 보행로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면서 중마동에서 금호‧태인동으로 이동하기 가장 짧은 동선인 무지개다리를 통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급격히 늘었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중마동에서 금호동을 가려면 길호대교나 금호교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돌아가야 하지만 무지개다리로 가면 10분까지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치킨집이나 중국집 등 한 곳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배달원들과는 달리 배달대행 오토바이들은 시간당 많은 곳에 배달하면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무지개다리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신고하더라도 현장에서 바로 적발되지 않으면 운전자를 찾기 힘들어 과태료 부과가 어렵기 때문에 지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는 배달원들이 많다”며 “오토바이가 아예 진입을 못하게 시설물을 설치하면 되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무지개다리 초입에는 ‘자전거 탑승 금지’라고 적혀 있을 뿐,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나 별도의 시설물은 전무 했다.

진입이 자유로워서 배달 오토바이는 물론, 전동 킥보드와 전기 오토바이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과 대리업체 기사들도 많다는 증언이다.

금호동에 사는 한 주민은 “보행자만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경계심을 늦추고 이용하다 오토바이나 전동 킥보드 등과 부딪힐 뻔한 사례를 목격한 것만도 수차례”라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앞만 보고 달리는데, CCTV도 설치돼 있는데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최근 국민신문고와 경찰 고발을 통해 관련 민원이 몇 차례 있었다”면서도 “무지개다리는 도보전용교량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주행은 금지되지만 유모차나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경우도 있어 민원이 예상돼 볼라드 설치를 검토했다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CCTV는 방범용으로, 통합관제센터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오토바이 통행을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오토바이 통행과 관련된 과태료 부과나 단속은 경찰 권한으로, 경찰들도 인력에 한계가 있어 하루 종일 그곳에 상주해 단속해달라고 요구하기도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광양 경찰은 “보행교량이기 때문에 보행자전용도로 통행 위반에 해당하는 이륜자동차 통행은 4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이는 운전자가 특정될 경우에만 가능해 사실상 오토바이의 경우 소유주와 운전자가 다른 상황이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며 “진입을 못하게 볼라드만 설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양시 관계자는 취재가 이어지자 “입구에 진입 금지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볼라드 설치도 재검토해보겠다”면서도 “시민의식이 따라줘야 하는데, 참 아쉽다”는 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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