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듣는 수업…집중도 떨어져

아직 익숙치 않은 원격수업 준비에 교사도 진땀

지난 9일부터 중3과 고3을 시작으로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져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뒤를 이어 오는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원격수업을 시작하고, 2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원격수업은 실시간 화상 연결로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등 동영상 수업을 보고 토론 등을 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감상문 등 숙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수업 방식을 채택하며 교사의 재량에 따라 두세 가지 유형을 섞어 쓸 수도 있다. 교사가 어느 방식을 선택하든 '가르침'과 '배움'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상 유례없는 첫 온라인 개학을 하는 날, 광양시민신문은 광양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시영 학생의 온라인 수업 모습을 지켜보며 원격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교실이 아닌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수업이 진행될 때 학생의 반응이나 행동을 지켜보며 온라인 교육이 현장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온라인 개학이 처음 시작된 지난 9일 오전 9시. 광양중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했는데, 1교시는 수업 대신 개학식 녹화방송으로 시작됐다. 여느 개학식과 마찬가지로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이어진 간단한 형식이었다.

2교시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진행됐다. 학교에서 대면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교사가 1교시에 45분 동안 수업을 진행하고 쉬는 시간 10분을 가진 후 다시 다음 교시가 45분씩 진행된다. 원격수업도 대면수업과 같은 패턴으로 수업시간이 배정됐다. 차이점이라면 1교시 수업 분량이 교사마다 달랐다. 당일 총 6교시의 교과목 수업이 업로드 됐는데 녹화된 과목마다 수업 분량이 적게는 20분 내외에서 많아도 35분을 넘지 않았다.

이날 원격수업은 교과목의 첫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라 포괄적인 개요 소개와 수업 진행 방식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대면수업만 해왔던 일반 교사들이 낯선 온라인 수업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서인지 화면 구성이나 수업 진행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광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과 장비가 부족하고 아직 온라인 수업이 익숙치 않은 교사들은 20분 남짓한 영상 하나 준비하는데 하루종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은 교사들은 동료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온라인 숙련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실시간 수업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의 출결은 해당 교시가 진행되는 45분 안에 교과목 교사가 녹화해 놓은 강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댓글 창에 질문이나 간단한 댓글을 달면 출석이 인정됐고, 댓글을 통한 질문은 실시간으로 교과목 교사가 확인과 답변이 가능했다. 해당 교시가 배정된 45분 안에 댓글을 쓰면 출석 인정이 되기 때문에 학생은 재생 버튼을 눌러놓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교사가 인지할 수 없었다.

김시영 학생은 “평상시 듣는 인강은 이미 온라인 강의가 익숙한 유명 학원 강사들의 강의라서 진행이 매끄러운데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 얼굴을 보면서 대면수업만 했던 분들이라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대면수업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온라인 수업을 하는 건 알지만 선생님들도 힘드실 것 같고 학생 입장에서도 어색하고 낯설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을 듣는 나도 집이라는 공간이라 자세도 편하게 하게 되고 마음의 긴장도가 떨어지니 집중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수업 듣다가 정지 버튼 누르고 다른 볼일을 보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않아도 댓글을 달면 출석이 인정되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이런 맹점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학교는 이런 맹점을 날마다 수업 내용에 대한 피드백과 과제제출로 보완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면수업의 경우 교사의 재량이긴 하나 날마다 과제를 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번 원격수업은 그날 업로드한 수업 내용에 관한 댓글을 통한 기본 피드백부터 시작해 날마다 과제를 제출하는 교과목이 대부분이다. 온라인학습 사이트 안에는 과제를 제출하는 폴더가 마련되어 과제를 통한 학습 여부 확인이 가장 많았다.

학부모는 최은미 씨는 “방학 이후 오전 내내 늦잠 자는 아이를 보면서 개학이 늦어지는 게 염려스러웠는데 온라인 개학이라도 해서 아침에 책상이 앉아있는 것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원격 수업이 인강을 듣는 것과 차별화된 공교육의 의미를 가지려면 매일 학습한 내용을 과제를 통해 교사가 확인하는 적당한 학습의 강제성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가 예상치도 못했던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학교도 이번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준비하지 않을까 싶다”며 “처음이라 우왕좌왕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학부모로서 최대한 공교육이 문제점을 빨리 보완해서 안정화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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