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당일 접속 장애, 동영상은‘ 버벅’

초등생 영상 접속도 숙제도 사실상 부모 몫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교 1·2학년 2차 온라인 개학이 지난 16일 이뤄져 원격수업을 통한 공교육이 시작됐다. 앞서 9일 중3과 고3학년의 사상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의 뒤를 이어 초등 1~3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이 원격으로 수업을 시작한 셈이다.

중3과 고3의 1차 온라인 개학 첫날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사이트 접속 장애와 교육 콘텐츠의 질적 문제를 드러냄에 따라 이번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2차 온라인 개학은 이런 미비점을 보완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1차 온라인 개학에 비해 2차 온라인 개학은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훨씬 많음에 따라 개학 당일 오전 접속자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교육부가 이를 어떻게 잘 해결할지 학부모들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16일 아침 9시 중동에 위치한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시현 학생의 가정을 방문해 1차 온라인 개학과의 차이점과 교육 수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e학습터 로그인부터 진땀

김시현 학생은 온라인 개학날 아침부터 어머니와 원격수업 때문에 진땀을 뺐다. e학습터에서 이뤄지는 초등학생 원격수업은 복잡한 아이디와 영어 대소문자를 구분하고 숫자와 특수기호를 혼합 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로그인할 수 있다. 김시현 학생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사이트 접속을 시도했지만 화면은 정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접속한 e학습터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메인화면은 다른 화면으로 연동되는 작고 많은 링크(단어나 그림 또는 정보 개체를 다른 곳으로 선택적으로 연결)가 존재해 김시현 학생과 어머니는 이것저것 링크를 눌러보고서야 ‘게시판 이동’이 적힌 링크 안에 수업 내용이 올라오는 것을 알았다. e학습터를 처음 접속한 학생이 과연 바로 수업 내용이 들어있는 링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었다.

1교시 수업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된 동영상으로 클릭을 하자 동영상 재생이 안 됐다. 동영상 아래 댓글창에는 왜 동영상 재생이 안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열 개 넘게 적혀있었고 교사는 접속 폭주로 인한 장애이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댓글로 답했다.

몇 번의 동영상 재생 시도 끝에 시청 한 1교시 온라인 개학 영상은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나 별다른 진행 없이 코로나 예방수칙 안내와 텅 빈 학교가 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5분이 넘지 않은 동영상이었다.

김시현 학생은 “오늘 엄마가 월차를 내시고 e학습터 로그인부터 수업 내용 재생까지 도와주셔서 학습량을 마칠 수 있었지만 당장 내일부터 혼자 할 수 있을지 겁나요”라며 “선생님이 접속자가 너무 많아서 그런거라고 댓글로 말씀하셨지만, 동영상이 자꾸 멈추니까 공부 흐름이 끊겨서 딴짓도 하게 되고 놀고 싶어져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 교시부터는 과목별 수업으로 학생의 학습 내용 숙지 여부 확인에는 학습 동영상을 일정 시간 재생하는 방법, 수업 내용에 관한 댓글을 쓰는 방법, 학생이 교과서에 문제를 직접 푼 후 사진을 찍어 사진 파일로 첨부 등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 수업 방식에도 맹점은 존재했다. 중고생에 비해 아직 컴퓨터가 서툰 초등학생이 e학습터에서 그날 분량의 수업 내용을 찾아 주도적으로 학습량을 소화하고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경우 교과서를 펼치고 재생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수업을 듣다가 문제가 나오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교과서의 문제를 푼 다음 다시 동영상 재생을 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오가며 초등학생 스스로 학습을 주도해 수업을 듣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성인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초등학생 스스로 학습주도 어려워

또 교과서에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 과제 내용을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휴대폰으로 과제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사진 파일을 옮겨서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초등학생이 스스로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원격교육이 과연 엄마들 숙제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는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김시현 학생의 어머니 정순진 씨는 “온라인 개학으로나마 1학기가 시작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원격수업을 시키는 것도, 숙제를 봐주는 것도 모두 부모 몫이 된 기분”이라며 운을 뗐다.

정 씨는 “아침부터 e학습터 로그인이 안 돼 아이랑 진땀을 빼고 수업 내용이 담긴 동영상도 30분 시도 끝에 겨우 재생했는데 상업성 광고 후 수업 내용이 나와 공교육 콘텐츠에서 상업광고가 나오는 게 의문”이라며 “아이들이 e학습터 사용이 어려워 댓글로 질문을 계속해도 교사가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으면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교사나 학생 그리고 부모까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덧붙여 “부모 둘 다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가정도 문제지만 컴퓨터 활용이나 정보화에 뒤떨어지기 쉬운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의 경우 과연 학생 스스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균등한 교육을 받는 것이 공교육의 의미이기에 어떤 환경의 학생도 차별받지 않고 대면수업 만큼의 교육적 효과를 가지려면 빠른 시일 내에 이번 원격교육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양읍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온라인 개학 당일 접속 장애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고 강의를 다 들었는데 진도율이 0%라는 학생,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학습 시간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등의 다양한 불만 댓글에 답변하느라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있었다”며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과제 제출에 비중을 두고 출석을 체크 할 생각이지만 교사들도 진땀 나기는 마찬가지”라며 고 충을 털어놨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