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 광양제철 고등학교 1학년

▲ 조은서 광양제철 고등학교 1학년

4월, 네이버에 들어가니 오른쪽 상단 큼지막한 글씨가 보인다. ‘과학의 날-미래를 향한 가능성’, 과학의 날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뭣 모르고 따라했던 비누나 모기 퇴치제 만들기 같은 체험 활동이나 이전에 다녔던 영재원에서 과학축전 스태프로 참여했던 경험들이 기억의 주를 이룬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일들이었지만 기억으로 박제돼 어느새 편향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배웠던 교과서 속의 딱딱한 과학이 아닌 내 주관대로 마음껏 시도해보며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자유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 ‘세상을 바꾼 과학논쟁‘에서 과학은 상상을 상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격한 공감을 자아냈다.

보편적으로 과학의 정의는 세계의 구성, 변화 등에 관한 합리적 이해를 목적으로 수학과 실험의 방법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지적 탐구활동, 또는 그 결과물로서의 지식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배웠던, 배우는, 배울 과학은 상상에서 상식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굳혀진 결과물뿐이다. 이는 올바른 과학적 사고를 함양하기에 부정적인 양향을 끼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도 볼 수 있다.

과학적 사고는 원래 인간의 본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은 오랜 시간을 ‘감정에 의존한 판단’에 의해 생존해 왔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피하고,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찾아 먹는 것처럼 말이다. 거창한 이유 하나 없지만 이와 같은 방법이 인간 진화의 간단하고도 명료한 원리가 된다. 그럼에도 지금의 인류가 자연과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진 이유는‘의문을 가지는 사람’의 덕분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일지라도 “왜?”라는 의문을 갖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문명은 발전해 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비행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었고 다양한 장치를 설계했지만 라이트 형제에 이르러서야 풍동 실험으로 양력을 측정해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었다. 타고난 천성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완전한 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수많은 시간여행이 당연시되어진다. 단순히 의문을 가지는 것으로만 만족하기 보다는 그 의문을 해소할 방법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하며 그에 따른 결론 교차 검증의 중요성에 가중치를 두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고 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효과적으로 그릇된 정보를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뱀 위에서 코끼리 세 마리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어 땅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코끼리를 거북이가 받치고 있고, 거북이 밑에는 넓은 바다가 있다는 고대 인도인들의 말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과학적인 사고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오늘날 지구의 비밀이 밝혀졌다.

수학자 겸 과학자 야콥 브로노프스키는 “과학계는 어떤 사회에서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며 반대의견을 제시하거나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거나 정의, 명예, 인간 존엄성 등이 지켜질 때 자기 긍정이 뒤 따른다.”고 했다. 이런 반 권위주의적 가치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이다.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인류는 발전해 왔으며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가 맞닥뜨리게 된 게 4차 산업혁명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인 편리한 생활을 묶는 대표적 범주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로봇 공학, 사물 인터넷, 자율 주행, 3D 프린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운 점이 있다면 그에 대응하는 해로운 점도 있기 마련이다. AI의 보급화가 확대되며 노동 시장은 침체되었고 양극화를 초래하고 부인하고픈 봉건 갑질의 신분 계층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숙련자–저임금과 전문 인력–고임금으로 분리되어 중간 계층이 고갈된 사회는 이미 페달이 닳아 가속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가 내재된 과학적인 사고를 확장하여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편향에 기억과 관습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현대의 과학은 어느 때 보다 발전했지만 일반인들의 지극히 보통인 사회에서는 그 가치가 현저히 저평가 되고 있다. 인문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학문 뿐 만 아니라 체계적 생각의 근간인 철학이 무시되고 있으며 역사도 어영부영 다룬다. 과학을 비롯해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의문으로 시작된‘나’만의 답을 찾아 나간다면 우리의 유토피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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