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 싸이트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카드깡’

지역 상인, 단골의 ‘현금깡’ 제안 난감
적발 시 최고 징역 3년, 벌금 2천만 원 처벌

광양시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나눠준 지역화폐 ‘광양사랑상품권’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다. 상품권의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의 현금을 받고 파는 이른바 ‘상품권깡’과 ‘현금깡’이 은밀히 거래돼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광양시는 긴급재난생활비로 지급된 상품권을 현금으로 되팔다 적발되면 전액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등에는 광양시에서 배부한 광양사랑상품권이 ‘상품권 판매합니다’ 또는 ‘광양사랑상품권 거래’ 등의 제목으로 거래를 원하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게시한 글에는 20만 원 광양사랑상품권을 18만 원에서 19만원 선의 현금 교환을 원한다는 글이다. 한 게시글에는 “광양사랑상품권 50만 원(짜리를) 45만 원에 판매한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상품권 매물이 보였다. 사이트 검색창에 ‘광양사랑상품권’을 입력하자 액면가가 10만 원, 20만 원, 50만 원으로 다양했으며 여러 장을 한꺼번에 판매한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대개 10~20%를 할인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식이다. 상품권을 파는 사람들은 이사 등을 이유로 대거나 현금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들은 자체적으로 지역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는 지난 10일 공지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4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정부가 배포한 지역 상품권(지역화폐 포함)과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일부 중고사이트는 검색창에 해당 단어를 검색하면 검색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뜨거나 아예 검색어 자체를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부의 시책에 발을 맞추고 있으나 거래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상품권의 현금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지역상품권 거래를 원하는 글을 올리면 구매자가 바로 댓글을 달고 해당 판매 글을 즉시 삭제하는 방법을 써가며 은밀히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중고사이트가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화폐 현금거래 부작용을 막겠다며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판매자와 구매자가 게릴라식으로 접촉한 뒤 글을 삭제하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화폐를 사고파는 행위는 오프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상인들은 단골손님의 현금화(속칭 현금깡)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중동에서 건설 자재를 납품하는 한 자영업자는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현금깡’을 요구하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고 자주 거래하는 단골이 요구하면 거절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사실 현금깡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은 없어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물건은 팔리지 않고 돈만 오가는데 소비 효과가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중간 유통업자가 비정상적인 소득을 올린다는 점과 실제 지역 경기 활성화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공급 취지에 어긋난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광양시가 각종 재난기금을 상품권 형태로 지급해 시민의 생계지원과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의 의미로 배부했으나 소수 사람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이 같은 광양사랑상품권을 현금화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지역사랑상품권을 거래하는 건 모두 불법 행위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재난지원금 등을 목적으로 받은 지역 화폐를 거래하면 최고 징역 3년과 벌금 2천만 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광양사랑상품권을 어떤 형태로든 현금화하는 것은 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엄연한 불법 행위라 적발 시 환수조치는 물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광양시 조례에도 지역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및 지역화폐를 부정 유통하거나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명시된 부분이 있어 이를 검토하는 중이며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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