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당국 외면 속 농번기 앞두고 농민들 고통

인적이 드문 농촌 외곽에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버려진 쓰레기가 농로를 막고 있는 경우가 많아 농번기에 접어든 농민들의 불편이 큰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본격적인 모내기 철을 앞두고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 소리마저 바삐 들리는 광양지역 최대 곡창지대 광양읍 세풍 들녘.

1950년대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된 세풍 들녘은 광양농협과의 계약재배를 내세워 선샤인 광양쌀 등 친환경적으로 재배되는 광양지역 브랜드 쌀을 생산하는 곳이다.

들녘 곳곳에는 모내기를 위해 논을 고르는 트랙터가 바쁘게 움직이고 친환경 유기농 비료를 살포하는 농민들의 손길도 여념이 없다. 농민들에게는 5월과 6월이 1년 가운데 가장 바쁜 나날이다.

그런데 이곳 세풍 들녘에서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45) 씨는 최근 모내기를 앞두고 화물트럭에 유기질 비료를 싣고 가다가 깜짝 놀랐다.

세풍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들녘을 가로지르는 중군~세풍, 월전~광양항 등 새로운 도로가 개통된 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외곽 곳곳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 무더기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도로 터널박스는 물론 농기계가 지나가야 하는 농로에도 예외 없이 쓰레기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었다. 화물차는 물론 농기계조차 통행할 수 없게 농로를 막고 있었다. 이렇게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종류는 냉장고 등 폐가전제품과 가구, 일반 생활 쓰레기는 물론 법에 따라 따로 폐기해야 하는 건설폐기물과 유류 폐기물까지 섞여 있는 상태였다.

김 씨는 “세풍리 농로 주변에 쓰레기매립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며 “조금만 외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면 여지없이 무단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데 농기계조차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곳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양심 없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환경과 등 행정당국이 외면하는 사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세풍발전협의회 강승완 사무국장은 “이 같은 불법 쓰레기 투기는 비단 세풍만의 문제는 아닌 대부분의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아니겠느냐”며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농촌지역 쓰레기 무단 투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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