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떠나는 정인화 국회의원

▲ 정인화 국회의원

29일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마무리된다. 이제 불과 11일이 남은 셈이다. 새로 구성된 여야 원내대표가 오는 20일 마지막 본회의에 합의하면서 20대 국회의 역할은 이번 본회의가 마지막인 셈이다.

20대 국회는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 등 그 어느 때보다 파고 높은 격랑의 시기를 보냈다. 시민사회는 몸싸움만 하는 20대 국회의 모습을 보고 ‘동물 국회’라는 비아냥 섞인 딱지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수많은 법안이 쌓여 있음에도 일은 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은 탓이다.

20대 국회를 뒤돌아보는 정인화 의원 역시 이 같은 평가가 당연하다고 했다.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만난 정 의원은 “국민을 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회의원들, 거대여야가 정쟁에 몰두하면서 국민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자주 보여준 국회였다”며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고 정말 처리하고 싶은 법안과 제도들이 많았는데 다 해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특히 헌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을 무겁게 한다”는 말이 뒤를 이었다.

정 의원은 “일하지 않는 국회는 존재가치가 없다. 대표 발의한 법안과 수많은 개정안이 정쟁을 일삼는 동안 사라질 처지에 놓이고 보니 아쉬운 게 한둘이 아니다”며 “법안 대개가 다 농어민과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그래선지 지난달 21대 총선 이후 정 의원은 한 달여 남은 임기 동안 빠짐없이 국회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소속 상임위원회가 행정안정위원회여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무엇보다 국가재난지원금 등 14조3천억 원에 이르는 추경예산을 처리한 데 이어 기업에 대한 긴급지원대책도 마련하고 지역 화폐 부정유통 방지대책 마련도 촉구하는 등 바쁜 일정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은 건 여순사건특별법이다. 민주당엔 특별법 제정 당론 채택을 호소했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에게는 특별법 통과 합의를 호소했다.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쓴 제20대 국회로서도 여순사건특별법이 통과되면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 정 의원에게 회한이 없을 수 없다. 그는 지난 4년을 돌이켜 “앞만 보고 국민만 보고 달려온 4년이었으나 혹여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하는 다소 허약한 생각을 가지고 소홀히 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되짚어보게 된다”며 “보다 치열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다”고 회고했다.

국회 4년은 결코 순탄했다고 볼 수 없는 시간이었다. 거대 양당에 맞서 다양한 국민의 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국민의당에 입당, 20대 총선 당시 제3지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선택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으나 깊은 뿌리를 가지지 못한 당내는 어지러웠다. 2018년 바른정당과 합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이 쪼개지는 쓰라린 정치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정 의원은 결국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하고 탈당한 뒤 박지원 의원과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과 함께 민주평화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또다시 2019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으로 당은 쪼개졌고 정 의원은 이후 무소속으로 남았다. 초선이었으나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다 겪은 셈이다.

정 의원은 “제3당을 열망하는 국민의 염원 속에 출발해 정당이 결성되고 4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소멸해 버린 건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제3세력을 원했던 국민의 실망감을 드린 것도 문제지만 거대 양당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3의 목소리를 낼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은 한국정치사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대 국회 말미엔 대한민국 정치는 다시금 양당 구도가 돼버렸다. 국민의당 탄생이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흡수해 해소할 수 있는 정치지형을 만들 수 있었으나 입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게 회한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헌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못해 아쉬워

정 의원에게 있어 4년 의정활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사태인,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고 당연히 국정을 농단에 이르게 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정 의원은 “‘촛불혁명’이라는 말을 맨 처음 쓴 당사자가 자신”이라며 웃었다.

정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촛불을 들게 했고 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물러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무서움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다. 국민들이 결국 국회와 정치권을 움직였고 대통령 탄핵을 이끈 놀라운 사건이라고 평가한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대통령 탄핵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에 국민이 일어나 항거했고 그것을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통해 발화시켰다. 이것이 국민의 힘”이라면서도 “이제 시간을 두고 탄핵 당시 우리의 선택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사건은 한진해운 해체였다. 당시 농해수위 소속이던 정 의원은 한진해운이 해체되는 것만은 막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광양항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거대 해운사인 한진의 해체는 국내 해운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안이 제의되면 ‘정인화에게 물어봐라’할 정도였다.

“그때 당시 조선소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었다. 이는 결코 한진 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 해운산업과 그곳에 성실히 일해왔던 노동자들, 그리고 국민을 보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여전히 한진해운의 해체는 바다의 고속도로 하나가 없어진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이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큰 공을 들였던 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전문에 넣는 헌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이다. 4년이 흘러간 현재 그 같은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공산이 커졌지만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정신을 헌법에 넣고자 4년 내내 노력해 왔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미 충분한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많은 준비를 했으나 서로 싸움만 하고 헌법 개정이 막히면서 밀리고 말았다”며 “서명운동 한 달여 만에 1100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국민합의가 이루어진 것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순사건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여순사건특별법을 이야기를 해 왔다. 노근리사건, 제주4.3항쟁, 거창사건은 다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유독 여순사건특별법만 발목을 잡았다”며 “호남지역 당선인들이 모두 약속한 만큼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제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4년 동안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고 의정활동을 했다. 그래도 소신 있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주민들이 있었기 때문”며 “금요일마다 내려와 주말 지역구민들을 만났다. 왜냐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야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정 의원은 “마음을 추스르면 지역을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을 구상 중이다. 바로 ‘남도경제문화포럼’”이라며 “농업과 해양은 물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철강산업과 항만, 문화와 관광을 주제로 체계적인 연구와 논의를 시민사회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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