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남자의 자격‘ 아빠밴드’ 1기 결성

요즘 한국가요계는 K팝 한류열풍과 더불어 7080세대의 추억 깃든 가요바람이 불고 있다. 20여년 전 노래방이 등장한 이후 노래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더니 이제 TV에서는 각종 오디션 프로가 넘쳐나며 전 국민의 가수화 바람도 함께 불고 있다.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팀을 구성한 아마추어 음악동아리 소개가 봇물을 이루며 중년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금호동에 사는 김윤표 씨(56)도 젊은 시절, 소위 음악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특히 찢어질듯 현란한 전자음을 내며 한바탕 울려 제끼는 그룹사운드의 음악과 음악인들을 동경했지만 살아오는 내내 그런 기회가 찾아오질 않았다.

어느덧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김씨는 4년 전, 금호동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악동아리 사물놀이패에 들어가 장구를 배웠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곳에 봉사활동을 겸한 재능기부를 다닐 정도가 됐다.

그러던 지난 2월, 김윤표 씨는 온라인에 떠있는‘ 아빠밴드 단원모집’ 홍보를 접했다. 아빠밴드는 광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음악에 대한 향수와 열정은 있지만 삶에 쫓겨 살아온 남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에 대한 열망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 기회를 위해 마련됐다.

‘악기연주에 관심 있는 기혼남성을 대상으로 선착순 9명의 아빠밴드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그는‘ 바로 이거야!’ 하는 마음에 곧바로 신청을 했다. 아슬아슬하게 8번째 신청자가 된 김윤표 씨는 첫 모임이 있던 지난 16일 중마동 강남병원 옆에 있는‘ 늘 노래 실용음악학원’의 연습실을 찾았다.

모임시간인 7시가 다가오자 김윤표 씨 마음은 점점 긴장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신청원서에 원하는 악기로 드럼을 적었지만 드럼은 아직 쳐본 적이 없는 그다. 그리고 56세라는 나이도 부담이 됐다. ‘젊은 친구들만 오면 어떡하지, 괜한 욕심을 낸 게 아닐까’하는 뒤늦은 후회도 밀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동갑인 회사 동료가 도착한데 이어 자신보다 더 지긋해 보이는 형님도 연습실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9명 모두 도착해 서로 소개하는 시간. 9명 중 50대가 4명이나 됐다. 그리고 60대가 1명, 40대와 30대가 2명씩이다. 평균나이 51세.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신청하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61세 큰 형님이신 서상설 형님은 은퇴한 지 5년이 된 분으로 젊었을 적부터 밴드를 꼭 해보고 싶은 꿈이 있으셨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비슷한 연배인 김웅광 씨, 김종환 씨, 박종화 씨도 각자의 신청동기를 얘기했다. 젊은 시절 포크기타를 치며 젊음을 불살랐던 추억을 안고 사는 김웅광 씨는 TV프로‘ 남자의 자격’에서 나왔던 아빠밴드 모습을 보며 베이스의 매력에 빠져 꼭 배워보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한다.

박종화 씨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곤 내 자신을 위해 뭔가 변화와 도전을 고민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과거에 그룹사운드 경험이 있다는 김종환 씨는 앞으로 좋은 팀이 만들어 지도록 열심히노력하겠다는 자기소개를 전했다.

그리고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한다는 정창곤 아우,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악기를 비롯한 음악을 배우고 싶다는 백근호 아우, 특별히 노래를 잘하거나 악기를 다루지는 못하지만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는 유광용 아우의 자기 소개가 끝나고 김윤표 씨의 소개 차례가 돌아왔다.

무슨 말로 자신을 소개할까 고민하던 그는“ 나이에 비해 자녀들이 어리다. 자녀들에게 젊은 아빠, 멋진 아빠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연습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 대중에게 멋진 연주를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자”며 멋들어지게 자신을 소개했다.

김윤표 씨는 자녀가 셋이다. 2녀 1남, 큰 딸은 24세, 막내아들은 대학교 1학년이다. 그 아이들 에게 젊고 멋진 아빠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어색했던 아빠밴드 단원의 첫 만남은 이렇듯 서로 비슷비슷하고 공감되는 사연들을 꺼내놓고 난 뒤 점점 친숙해져 갔다.

아빠밴드는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함께 연습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3번 정도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단원도 있지만 처음 접해본 단원도 있다. 아빠밴드를 지도할 늘노래음악학원 박현웅 원장은 첫 인사에서 “그동안 보기만 하고 듣기만 했던 밴드음악을 직접 연주하게 되면 뿌듯하고 보람있을 것”이라며“ 초보자가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연습에 참가하고 개인연습과 지도에 잘 따라와 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에 김윤표 씨는 안심도 되고 자신감도 생겼다.

매주 월요일 7시에 모여 연습하기로 했다. 각자 맡을 악기와 파트도 정했다. 드럼과 기타,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보컬 등 자신들이 원하는 파트를 정했다. 김윤표 씨는 일렉기타를 담당하기로 했다. 드럼을 맡고 싶었지만 드럼을 6개월 정도 배웠다는 정창곤 아우에게 일단 양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이 벅차올랐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브라보 브라보~오 마이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브라보~ 오 마이라이프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