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광양여고 2학년

▲ 김민서 광양여고 2학년

작년 2019년에는 천만 관객 영화가 5편이나 배출됐다. 2014년의 천만 관객 영화 4편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약 5천만 명이라고 생각했을 때 천만 관객 영화는 국민의 5분의 1이 관람했다는 의미이다. 그 정도로 국민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재미로 선택되어지는 영화가 아닌 단지 여러 시간대에 다수 분포되어 있다는 이유로 관람객이 영화를 관람했다면 일방적으로 대중들의 기호를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으로 제지한 것이다.

실제 2019년 12월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2>가 국내 상영관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입, 배급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스크린 독과점은 이러한 할리우드 대작뿐만 아니라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이용해 이익을 취해 한국 영화도 문제이다. 대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및 판매하는 과정에서 관련성 있는 기업들로 계열사를 이루는 대기업 수직계열화는 영화산업에서도 대기업이 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 배급과 상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괄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의 시작에는 멀티플렉스의 확장도 한몫한다. 멀티플렉스란 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이다. 영화 전용 대형 건물일 수도 있고 기존 건물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5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이다. 기존 영화관과 비교한다면 복수 영화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상영하기에 관객의 영화 선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단지 영화에 대한 수요만 충족하는 것이 아닌 쇼핑시설, 음식점, 서점 등과 같은 편의시설 등의 연계로 종합적인 문화소비시설로 복합화 되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다면 이러한 멀티플렉스는 수요가 충분한 대도시 및 중소도시에 설립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농촌과 소도시의 사람들은 영상문화에 소외될 수 있다. 누구나 양질의 문화를 동등하게 누리기 위한 대안으로 ‘작은 영화관’이 생겨난 까닭도 그 때문이다. 작은 영화관의 티켓 가격과 매점에서 판매되는 물품의 가격은 멀티플렉스에 비교한다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최대 강점 때문에 전국 32곳에 있는 작은 영화관은 높은 호응에 힘입어 연내 50여 곳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영화관에 비해 0.08%에서 0.58%로 작은 영화관은 이미 사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렇게 좌석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작은 영화관의 최대 강점이었던 저렴한 티켓 가격이 논란이 되었다. 작은 영화관은 영화 상영에 따른 수익배분금이 상업영화관의 65~76% 수준에 그쳐 결국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은 영화관에서 발생한 수익은 배급사가 받아 마땅하지만 그 대금이 지자체나 위탁업체 수입으로 전환되기에 배급시장의 이익을 침해한 셈이다. 작은 영화관의 확산과 높은 호응에 따라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결코 적자가 아님에도 지자체나 위탁업체로 수익이 가는 것은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문제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스크린 상한제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오후 1시~11시와 같이 관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같은 영화 상영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자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그러나 박스오피스에 개봉 중인 영화들은 대략 100편정도 된다. 인지도 높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점유한다. 이는 결국 1년에 3~4차례 있는 스크린 독과점을 일 년 내내 과점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다. 결국 인지도에서 밀리는 다른 영화는 개봉기회 조차 얻기 힘들다.

또 다른 해결방법은 스크린 쿼터이다. 스크린 쿼터는 국내 영화의 진흥을 위해 자국 영화를 1년에 몇 편 이상 상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한국영화 상영을 2개월마다 1편 이상씩 총 연간 6편으로 정하고 총 상영 일수는 90일 이상이다. 그러나 미국영화협회의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스크린 쿼터 일수를 줄여주면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을 하자 여론은 스크린 쿼터를 폐지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영화인 111명의 집단삭발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저지하는 의사를 확고히 하였다.

모두가 양질의 문화를 누려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그러한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영화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건 대중의 올바른 의식과 인식이다. 상업적인 영화만 계속 나온다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오로지 그러한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여러 독립영화, 사회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 영화에 관심을 가질 경우 상영의 폭은 넓어진다. 관람객인 우리의 성숙한 선택이 영화산업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으며 영화로 인한 스크린의 감동은 오래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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