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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의 詩가 있는 월요일.6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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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7  19: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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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을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 속에서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 譯 김현

※ 아르튀르 랭보
- 1854년~1891년(향년 37세)
- 프랑스 샤르빌 출생
-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철
- 시집 일루미나시옹

랭보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샀던 때는 1996년이다. 물론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책을 사고 나면 반드시 표지를 넘겨 첫 장에 날짜와 구입처를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흔적이 남아 있는 탓이다. ‘2020년 4월 15일 광양서점’ 이런 식이다.

랭보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1996년 2월 28일 미래서점이라는 곳에서 내게 이사를 왔다. 복학생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미래서점이 어느 도시에 존재하던 서점이었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2월 28일이었으니 ‘솜리’라는 도시가 아닐까 추측만 될 뿐이다.

그리고 시집 첫 장에는 이런 글귀도 남겨뒀다. “길을 가다 또 무작정 걸었다. 도착한 곳은 서점이다. 그러나 애초에 작정하지 않았으므로 도착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그냥 이르렀다 정도면 되겠다. 서점 들리기 전 영화를 한 편 보았고 그 영화를 보면서 랭보를 생각했다. 그리고 서점에는 때마침 랭보가 있다. 유목민이나 집시종족의 피가 흘렀을 게 분명한 랭보는 떠돎에 그 삶을 제의했다”

랭보는 30년 좀 넘은 세월을 지구에 머물다 떠났다. 그때 지구는 암울했다. 세계적인 공황과 전쟁도 그러했으려니와 19세기가 220세기로 몸을 바꾸는 시기였던 만큼 정신의 영역도 역시 공황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던 시대다. 전쟁은 어쩌면 그 같은 정신적인 공황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청춘은 정착하기 어려웠고 전쟁터로 불려 나갔고 거리에는 빵을 찾아 헤매는 부랑아들이 지천이었다. 여기에다 개인을 옥죄던 기독교적 세계관이 서서히 해체되면서 종교가 배제된 개인과 그 내면에 집중하는 현상이 지식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고 단단한 벽을 부수듯 전혀 다른 세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랭보의 방황은 그의 문학에 고스란한 흔적을 남겼다. 기차표 없이 여행하다 경찰에 체포돼 며칠을 감옥에서 보낸 적도 있었고 국민군에 들어가 전쟁터로 향햐기도 했으며 독일군이 휩쓴 곳곳을 떠돌았다. 하여 자유는 가난했으나 그는 시를 썼다. 자유는 가끔 천진난만함으로 표장됐다. 신비주의 철학과 밀교, 마술, 연금술에 곤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런 독서편향은 곧 그가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는 힘이었다.

그의 천재성을 눈 여겼던 스승 베를렌과의 동성애 역시 그가 방황 혹은 유랑과 맞닿아 있으나 총격 사건으로 그 둘의 관계가 파경을 맞은 뒤 랭보 보헤미안이자 집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기독교나 부르조아 도덕성에 사로잡힌 세계를 경멸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의 시들은 해체와 그로 인한 무질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여전히 떠돎이었다. 걸어서 알프스를 넘었고 서인도 제도의 네덜란드 식민지 군대에 입대했다가 탈영했으며 독일 서커스단에 몸을 담고 스칸디나비아로 갔다가 다시 이집트와 키프로스 섬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또한 무기상이 되기도 했으며 무역상이 되기도 앴다.

결국 1880년경 아프리카로 건너가더니 상인·대상들과 함께 돌아다니다가 다리의 종기가 덧나 프랑스 마르세유 병원에서 한쪽 다리를 자르고 몇 달 후 숨졌다.

시 ‘감각’은 대개 시집<지옥에서 보낸 한철>에서 보여주는 시선과는 차이를 보여주지만 결국 랭보가 추구했던 ‘구애 없는 자유’라는 영역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다. 그 세계는 바람의 행보와도 같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 세계를 향한 동경이 시 곳곳에서 평소 랭보에게선 볼 수 없는 발랄함의 형태로 잘 드러난 게 시 ‘감각’이다. 어쩌면 아직 자신이 이르지 못한 궁극의 자유를 상상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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