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배 광양상공회의소 사무국장

▲ 박형배 광양상공회의소 사무국장

돌아보면 경제위기의 시작을 예고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일반화돼 있었다. 코로나19는 다만 위기의 진행속도와 후폭풍의 크기에 촉매제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시스템에 국한된 위기인 반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실물경제 전반의 위기로서 과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며, 경제불황이 길고 깊을 것이란 예상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기업도시 광양에도 경제위기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유럽 25개 철강사, 미국 12개 철강사가 가동을 중단했고, 세계의 주요철강사들은 고로 가동 중단, 감산 등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도 현대제철이 지난 1일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 또한 최근 개보수를 마친 광양3고로의 가동 시점을 연기하고, 16일부터 포항과 광양의 일부 생산시설을 멈추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라인의 가동상황에 따라 유급휴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과거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2개월 동안과 2012년 일부 시설의 1개월간의 인위적 감산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중국의 치킨게임으로 철광석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하니 포스코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자동차와 조선업계 철강수요의 급속한 감소로 설마설마 했던 세계1위 기술력의 포스코마저도 생산설비의 일부 가동 중단과 유급휴업 그리고 협력사 직원 15% 감축 방안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직종과 연령대 상관없이 실업률과 임시휴직자와 무급휴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연일 접하면서도, 우리 광양과는 무관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낙관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포스코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안타까움과 걱정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이 직접 제철생산현장과 연관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30년 넘는 세월을 부대끼며 함께 사는 동안 제철산업과 공동운명체가 된 지 오래인 광양시민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우려는 더 크고 특별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평소 공기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는 것처럼, 기업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역설적 상황을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당연한 것들이 그립고, 당연한 것들이 기다려지는 지금, 어쩌면 애초부터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란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 이후, 달라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많은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고용유지와 임금상승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무얼 선택할 것인가? 경직된 경제구조를 바꾸고 일자리를 나누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비현실적인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걱정과 한숨만으로 위기를 이길 수 없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이 세상은 빛만이 존재하거나 어둠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이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위기는 썰물과 같다는 말처럼, 오늘의 어려운 상황이 끝나게 되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의 소중함과 애초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때, 우리는 어떻게, 또 얼마나 변해 있을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세계철강 시장의 선두주자라는 포스코의 위상과 기술력과 품질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중국의 저가공세와 수주경쟁은 과거에도 늘 있어왔고, 월드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월드탑프리미어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여왔다.

과거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온 포스코의 저력을 믿으며, 광양제철소 3고로에도 하루빨리 불길이 타오르고, 광양경제가 힘차게 재도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의 응원과 격려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힘내라, 포스코! 힘내라, 광양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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