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향옥 봉강 아이사랑 마을학교 글쓰기 담당

너무나도 흔해져 버린 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그 말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남의 아이들 섬기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부모, 조부모,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가정이나 학교 밖에서 겉도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체증처럼 가슴을 누르는 게 있었다는 봉강면 당저리의 조규홍 이장님. 그러잖아도 하는 일이 많아 망설이기는 했지만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을 돌볼 궁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덧붙인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의 사모님과 성도들, 봉강초 종이접기 강사(봉강초 졸업생), 해달별천문대와 허브박물관 등 특히 봉강면에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모두들 흔쾌히 손을 잡아주었다. 뜻 있는 길에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게 그들의 대답이었다.

요리와 글쓰기, 종이접기, 영화, 미술, 별 체험, 허브체험, 벽화 그리기, 지역 역사 탐방 등 수업시간을 설계하며 교사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돼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 5월 29일, 조촐한 개교식을 가졌다. 광양읍교회 장기주 담임목사님과 몇몇 성도들, 그리고 마을학교 교사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 데 이어 광양교육지원청 조정자 교육장님과 오미숙 교육과장님, 김신규 장학사님이 달려와 마을학교 교사들을 격려하며 마을학교의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더불어 마을학교가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첫 수업이 있던 6월 5일에는 여섯 명에 불과하던 아이들이 일주일 만에 열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마을학교 수업으로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확연하게 달라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의 인생 중에서 ‘아이사랑 마을학교’의 추억이 따스함으로 빛나는 한 조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든 군대든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주문처럼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친구 사귀어라.”
이제는 좋은 친구가 되라고 말해주자.
다른 아이들이 잘 자라면 내 아이도 행복하다. 내 자식뿐만 아니라 남의 자녀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나눠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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