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 백운요’ 주인장 김정태 도예가

매화꽃이 막 피어오를 즈음인 지난 19일 매화축제 주행사장에서 전통도예를 하고 있는 백운요의 주인장 김정태 씨를 만났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생활한복에 잘 다듬어 기른 수염을 보곤 한 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배워봅시다>라는 코너를 하며 취미생활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하는 고민 끝에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무엇인가 내가 쓸 물건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싶어 그를 찾았다.

솔직히 물레(사진)를 돌리며 약간의 집중력과 손재주만 있으면 그릇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문외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도예가가 풀어내는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며 어쩌면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도예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얼마나 배워야 제대로 된 그릇 하나를 빚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서 첫 질문을 꺼냈다.

“삼촌께서 하동요를 운영하시는데 인근에서 지내면서 도자기를 굽는일에 장작 패는 일, 가마에 불 때는 일 등 허드렛일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10년을 눈여겨 봐 왔는데 어느 순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삼촌은 도예를 가르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도자기를 굽는 일이 경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삼촌께서도 처음엔 만류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전통도예를 누군가가 이어가야 한다면 자신이 꼭 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이자 3년이 지난 어느 날 차 한잔을 건네며 해보라고 허락하셨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지 8년째 접어든 그는 현재 전통도예 가운데도“ 분청자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자기를 빚는 일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김 도예가는 이 물음에 대해 간결하게“ 흙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라고 답했다.

“도자기를 빚을 수 있는 좋은 흙과 적당한 불, 그리고 바람을 이용해 흙이 가진 고유의 색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도예입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야지만 흙이 제 빛을 발할 수가 있죠.”

옥룡면에 있는 백운요에 터를 잡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도예는 기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자연의 일부인 흙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기의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죠. 그래서 좋은 자리를 찾다보니 백운산이 훤히 보이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좋은 일조와 적당한 바람이 있어 도자기를빚기엔 적당한 장소입니다.”

또한“ 흙을 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은 할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곧 날이 풀리고 경남 일대를 한두 달 돌아다니며 필요한 흙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흙도 6개월여를 숙성시켜야 비로소 좋은 재료로 탄생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흙을 구하러 다니면 다른 사람의 땅을 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요령 같은 것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항상 차량에 직접 빚은 도자기를 가지고 다닌다”며“ 상황에 따라 이 그릇으로 막걸리 한 사발 대접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땅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가는 말 가운데 깊이가 느껴져 일반인들이 배우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운요 전시장을 개조해 체험장으로 만들어놨어요. 누구나 와서 체험하고 흙과 친해진다면 도예가 갖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그에게 도예로서 경지에 이르는 것과 별개로 남은 소원이 하나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어갈 사람을 찾는 것.

김 도예가는“ 이제껏 제가 해 온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길 희망합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지요. 제가 가진 전통도예에 관한 재주를 배우고 이를 너머서 새로운 것들을 창작해 낼 수 있는 사람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에 누군가는 꼭 전통도예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