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두고 당 지침 작동…지방자치 훼손 비판

당내 이합집산 난무…‘민주당 내분 치닫나’
의원별 소신 투표 통해 다수당 논리 넘어서야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 지침 하달 방식 등 지방자치를 훼손했다는 비판 속에 어렵사리 제8대 광양시의회 원 구성이 끝났으나 여진이 상당하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파생된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 등으로 인한 의원 상호 간 갈등이 과거 의회 구성 때보다 심각하다는 후문이어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특히 의원 사이 불신이 깊어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에 걸쳐 제8대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선거를 마무리하며 하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하지만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투표권을 무시한다는 지적 속에 지난달 30일 치러진 의장단 당내경선 과정에서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당초 문양오, 박노신, 진수화 의원이 의장에 출마하면서 3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선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문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박 의원이 5표, 문 의원이 4표, 진 의원이 2표를 가져갈 것이 유력, 박 의원과 문 의원의 결선투표가 예고된 상황이었으나 문 의원이 급작스럽게 출마를 포기하면서 진 의원이 의장에 당선됐다. 문 의원 지지성향의 의원들이 진 의원에게 표를 던지면서 전혀 예상 밖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문 의원과 박 의원의 감정싸움에 진 의원이 어부지리로 의장에 당선됐다는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이 같은 민주당 내 의장 경선 결과를 두고 광양읍 출신 선후배 사이인 문 의원과 박 의원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감정이 악화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 의원은 급작스러운 문 의원의 의장 출마 포기를 두고 최근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경선”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이날 보낸 문자를 통해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로 광양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출마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분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경선 과정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 문자를 보낸다”고 전하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평소에도 관계가 소원했던 두 의원이 이번 의장 경선으로 인해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의장경선 과정에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 의원의 의장 출마 포기로 인해 당초 단독출마가 유력했던 최한국 의원 역시 유탄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문 의원이 의장 출마 포기에 그치지 않고 예상치 못한 부의장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결국 경선 과정에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수의원들에 따르면 경선 이후 문 의원과 최 의원은 서로 말도 섞지 않는 등 싸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의장단 당내경선 결과만 놓고 본다면 단독출마로 부의장을 내락받았던 최 의원으로서는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두 분 의원이 화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밖에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 두고도 여진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후보로 나섰다 패배한 의원들이 소속 의원들에게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등 원구성 이후 2주 가까이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민주당 중앙당 차원의 경선 지침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였으나 깜깜이 선거에다 이합집산에 따른 의원 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환 광양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출마는 의원 각자의 선택이 존중돼야 한다. 중앙당이 끼어들어 지방의회 의장단 구성에 입김을 넣는 방식은 대단히 후진적이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소수정당의 투표권은 무시된 것은 물론이고 깜깜이선거로 인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편 가르기와 편법이 판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차제에 지방의회 원 구성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논의 과정을 거쳐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장단 및 원 구성을 둘러싼 의원 간 갈등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공직사회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한 공무원은 “시의회 특히 의원 갈등이 여전하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 다음 주 업무보고를 앞두고 괜한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운영위원장인 서영배 의원은 “다음 주 의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의원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소 얼어붙은 의회 분위기도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후반기 의회가 본격 가동되고 일하는 의회를 실현해 나가다 보면 개인적인 갈등 차원을 넘어 상호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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