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현 정부 신뢰…현장복귀해 열심히 일할 것”

“광양시와 시의회‘ 대기업 눈치 보기’ 마음 아팠다”

올해 초부터 불어닥친 성암산업 노사갈등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그리고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포스코 투쟁과는 결을 달리하면서도 광양지역사회의 우려를 키운 대표적인 노사갈등으로 치달았다.

임단협과 근무형태를 둘러싸고 노사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국면을 이어간 끝에 결국 성암산업 노조는 광양시청 앞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성암산업 노사갈등이 시민사회에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성암산업 측이 또다시 꺼내든 분사 매각카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건 지난 3월 8일 합법적인 파업을 결정했지만 이를 유보한 성암산업 노조가 전격 돌입한 부분 파업이었다. 성암산업 노조는 2개월여 천막농성에도 사측의 변화가 없자 이날 새벽부터 4시간 부분 파업을 통해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 사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달았다. 포스코와 사측은 조합원에 대한 현장출입을 봉쇄했고 노조는 출근투쟁에 돌입하면서 파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성암산업 측이 또다시 꺼내든 분사 매각카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후 성암산업의 분사매각 돌입, 조합원을 비롯한 전 직원에 대한 전적동의서 제출 요구, 4개사 분사, 지난달 30일 폐업 및 전적동의서 미제출 조합원 145명에 대한 집단해고 및 폐업, 노조의 국회 앞 무기한 단식농성으로 이어지면서 성암산업 노사갈등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계속됐다.

결국 벼랑 끝으로 치닫던 성암산업 노사갈등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였다. 노조의 무기한 집단 단식 농성이 5일째 이어지자 경사노위가 지난 3일 중재안을 내놨고 포스코와 포운, 성암산업 노조가 이를 놓고 협상에 들어간 지 18일째 되던 지난 20일 최종합의를 도출하면서 전격적인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22일 천막을 걷어내는 현장에서 박옥경 위원장을 만났다. 200일 가깝게 농성에 들어갔던 자리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 박옥경 위원장

박 위원장은 “20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몸도 지치고 불안한 마음 중에도 조합을 믿고 따라와 준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응원해주신 시민사회에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 과정이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노조는 인사, 회사는 단협 부분에 서로 양보하면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힌 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며 “이제 상호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투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사의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포스코가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면 위에 끌어 올린 것”이라며 “무엇보다 노조가 있는 하청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법으로 원청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는, 포스코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부분 파업 후 원청사가 조합원 출입을 통제하고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전적동의서 제출요구, 일방적 폐업과 집단해고 통보 등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참담했다”며 “무엇보다 시의회나 광양시는 적극적인 중재를 꺼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의 영향력에 벗어나지 못한 것을 느꼈다. 원망은 하지 않지만 지나친 대기업 눈치 보기나 반노동적 정서가 있다는 게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믿고 동행해 준 조합원 동지들이 있었고 노동존중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며 “무엇보다 시민단체와 각 정당의 도움과 내밀어 준 손은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 현장 복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상생하고 조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지역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과 적극 소통하는 노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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