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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에서 왜 사랑 이야기가 나와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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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7  11: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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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보릿고개’라는 노래가 유행을 타고 있다. ‘아야뛰지 마라. 배 꺼질라...’ 들을 때마다 아직도 눈시울이 젖어오는 것은 슬픈 가사나 곡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송쿠 밥 시래기죽이 놓인 밥상에 둘러앉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지금은 같이할 수 없는 그리운 분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릴 적 점심 대신 즐겨 먹은 추억 탓일까? 나는 고구마를 좋아한다. 식욕이 떨어질 때 한 끼양 채우기에도 무난하고 변비 걱정도 아예 모르고 산다. 나는 어릴 적 뒷산과 밭두렁에서 찔레순을 꺾어 먹고 개암과 명감 열매를 따 먹어 그런지 이 나이에도 턱을 많이 움직이며 먹는 거친 풋내 풍기는 음식이 더 좋다.

그런데 요즘은 고구마가 계절적으로 단경기(端境期)라 너무 비싸 감자와 옥수수로 대신하고 있다. 한 가지 음식 재료보다 철 따라 찾아오는 제철농산물들을 생각하다 보니 불현듯 구황작물(救荒作物)이 생각이 난다.

어머니와 누나들은 옥룡면 산자락을 넘나들며 쑥과 취나물을 캐 나르고, 아버지와 형들은 소나무 속껍질을 모두 던,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 있었다. 불순한 기상 조건에서도 상당한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었던 고구마, 감자, 수수, 메밀도 부족하여 쑥과 무, 소나무 속 껍질과 도토리 등으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을 나도 경험을 했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일상이 되어서일까. 많은 전문가가가 구황식품들이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음식이라고들 말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에 질린 탓일까? 일반인들도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시큼하지도 않은 소박 하고 겸손한 구황작물 음식들에서 또 다른 의미의 맛을 경험하였다고들 호들갑이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내 가슴에 새겨진 말들을 호출해 본다. 억겁의 세월 동안 생존과 진화에 매달려온 지구상 모든 생물은 나름의 특성과 소중함, 존재 의미와 실존의 몸부림을 간직해온 것은 아닐까?

1만 년 동안 인류를 먹여온 씨앗을 비축했던 구소련의 바빌로프 식물산업연구소 식물학자들은 2차 대전 당시 보급이 여의치 않아 굶주림으로 죽어가면서도 종자로 보관 중이던 쌀 한
톨 먹지 않고 보존했다 한다. 그 종자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은 농산물이 있고 이들 사이에 경중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릴 적 생각만 하면 추억과 상상의 그 시절이 꼬리를 문다. 학교를 파하고 집을 향하면 멍멍이가 어디서 보았는지 달려오며 꼬리를 치고, 꼬부랑길 따라 흐르던 도랑에서는 미꾸라지와 참게가 머리를 내밀고, 논두렁에서는 메뚜기와 여치가 튀어나왔다. 보릿고개의 추억 속에는 부족하였지만 비루(鄙陋)하지는 않았다.

나눔을 생각했지 차별이나 무시, 갑질 이라는 말은 애당초 생각하지도 않았다. 눈물이 많았어도 웃음 또한 잃지 않았고, 한과 아픔을 사랑으로 감싸며 문드러지는 속을 그래도 썩히지 않고 보리밥 단술처럼 발효시킬 줄 알았다.

소설『대지』를 쓰고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는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두는 농촌의 풍경과 소가 고생했다며 안쓰러워 달구지에 타지 않고 도리어 짐을 나누었고 소 옆
에서 걷는 촌 노인을 보고 한국인의 착한 마음씀을 찬양하며 오랫동안 머무른 중국보다 몇 차례 들린 한국을 조국인 미국 다음으로 사랑했다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이 비록 가난했지만 아름답고 선한 심성을 가졌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 할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죽음이 뉴스를 채우자 이타주의가 회자하면서 불현듯 보릿고개의 추억,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된다.

우리는 주위에서 형제자매들이 많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일수록 효심과 형제간 우
애가 더 깊은 이웃들을 자주 목격한다. 나는 옛날을 회상할 때마다 풍요와 편안함에서는 사랑과 나눔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예수님은 영생을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극락왕생에 대한 부처님의 설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된 자원과 인구폭증으로 날로 환경
이 황폐해지는 지구에 영생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영생이나 왕생은 누가 주는 축복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과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살아감을 나누어 갖는다는 희생정신을 성찰하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만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성찰이 있다면 너와 나 사이에 차별도 구분도 다름도 없지 않겠는가. 그건 곧 사랑 안에서는 네가 나이기 때문이다.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는 일상 속에서 나에 앞선 ‘우리’에 마음이 가고 부족할수록 나누어 가져
야 어려움을 견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체화되었을 것이다. “결핍이 최고의 유산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기는 미흡해도 가난했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것은 풋보리를 구워 먹고, 콩서리를 하고, 양지바른 언덕 아래서 납작한 돌 위에 고구마를 구워 나누어 먹던 소중한 친구들 사이에는 차별도 불평도 시기함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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