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비가온 뒤 숲길은 상큼한 냄새가 은은하다. 나뭇잎 틈새로 내려앉는 햇볕에 이름 모를 풀꽃들
이 기지개를 켜며 활짝 웃는다. 씨앗이 떨어진 위치도 빛을 가리며 버티고 서있는 나무도 원망이라고는 해본 일 없이, 싹을 띄우고 뿌리를 내리며 바램보다는 적응과 인내로 견디고, 존재함에 감사하며, 욕심을 비웠기에 깨끗하고 경이롭게 보인다. 이따금 비가 내려줘 목을 축이며 목욕을 하고, 산들바람이 기웃거리며 안부를 물어다 준다.

언제부터인지도 누구로부터 시작인지도 모르면서 밤이면 반짝이는 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낮에는 예쁜 무지개의 전설을 노래하면서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산책길 옆 풀꽃들을 오늘도 본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행복한 삶의 첫 단추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사랑과 건강을 이야기들 한다.

나는 벗들과 이웃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에 확대경을 대어보았다. 조용하지만 한결같은 편안한 표정 속에는 깊은 성찰이 안겨준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500만 송이의 꽃을 옮겨 다니며 1kg의 꿀을 모아 다복다복 담아내는 꿀벌의 성실함을, 뚝배기 된장국 같은 감칠맛을 스스로 체화해 가는 그소박함을, 비록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꾸준함으로
다져진 건강한 근육 같은 믿음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벗들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한 친구에게서 두 부부 점심이나 하자는 연락이 왔다. 다정한 인사성 이야기가 오간 다음 나는
친구에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너무나 소중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마침내 유망한 중견기업의 회계 담당 직원으로 입사를 했다. 오직 정직과 성실함 하나로 그는 상무까지 오르며 72세인 현재까지도 회사의 신임을 받으며 근무를 하고 있다. 경로 우대의 나이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입학했고 늦은 나이지만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또 다른 삶에 발을 내디뎠다 한다.

친구는 친구들 모임에서 내가 한 “칠순이 넘어 인생에 벅찬 도전 세 번을 해보면 삶에 새로운 인식이 열린다”라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 한다. 실은 친구도 그 나이에 회계 분야 1급 자격증을 두 개나 취득하고 계속 노력중이고, 전문대학에 재학중이며 곧이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계획이란다.

더욱 내가 감명 받은 것은 고등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정년을 맞이하였음에도 유일하게 현재까지 근무하게 된 것은 “사회도 학교이니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말고 취업을 하라”는 아버지 말씀 덕분이라는 ‘감사하는 마음‘이 진솔한 표현이었다.

벗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아무도 모르게 성의껏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자랑 한번 한적 없어도 2남 1녀의 자식들이 모두 크게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하고, 워낙 건강해 술을 좋아하던 친구가 약간 흔들리던 건강을 추스르는 힘은 누구 못지않은 성실성과 늘그막에 지적 호기심 외에 매사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한 친구 이야기다. 이 친구는 6.25 군경전몰유족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고 친척이 운영하는 주류회사에 들어가 정직과 성실함으로 입지를 넓혀 마침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하였다. 운도 따라주어 인수 뒤 모회사가 신상품의 개발로 항시 앞서가던 경쟁회사를 추월한 덕분으로 인수한 회사는 크게 성장하였다.

친구는 사장이기 이전에 상품의 하차와 짐 싣기, 소매점 관리와 외상채권 회수 등 모든 현장에
서 스스로 발로 뛰어 직원 관리의 노하우와 경영관리 능력을 키워왔다. 일상생활에서도 항시 친구들의 표준이고 모범이 되어주고 있다. 자식들도 성실하며 효심이 남다르다는 말이 들려온다. 나는 친구를 통해 내가 존경할만한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 확신이 가는 이야기를 듣는 행운을 경험했다.

친구는 전몰군경 유족연금이 있다는 사실을 법이 시행되고도 17년 이상 몰랐다 한다. 그는 매월100여 만 원이 넘는 돈을 이야기 당시인 3년 전에야 알고 수령했다는 것이었다. 주위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얼마나 아쉽겠냐는 위로의 말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보다 젊었을 때부터 연금을 받았다면 나의 소중한 이 성취감과 성실성의 습관 됨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호도 서운치 않았네.”라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삶에 대한 지혜로운 태도는 전파력이 있고 서로의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한다. 좋은 모습들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한다.

한평생 살다가는 인생, 나는 이런 친구들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벗하며 살다 감에 감사하며 살
아가고 있다. 누구는 수필을 잘 쓰는 비결은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이제 일상이 된 글쓰기가 주위 사람들의 삶과 모든 생명을 자세히 보고 자주 보라고 충고해 준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하라는 당부도 잃지 않는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