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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로 거듭나기 위한 시작최혜원 광양 여자 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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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3  21: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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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원 광양 여자 중학교 2학년

자의식이 없는 채 살아가는 여성인 노라의 삶을 보여준 책인 ‘인형의 집’은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인 헬메르가 노라의 비밀을 알게 되고 보인 반응이나 행동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노라는 자신의 남편을 살리기 위해 차용증서를 조작하고 남편 몰래 그 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헬메르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지위가 위태로울 까봐 노라를 비난하고 “역겹다, 위선자” 등의 표현을 쓰며 부인을 창피해하고 원망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인데 고마움을 표하기는커녕 맹비난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자신의 남편인 헬메르에 종속된 삶을 살다가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남편과 자식을 위한 여성의 삶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자신을 찾아가고자 하는 과정을 묘사하여 여성 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노라는 남편과 헤어지기 전에 자신은 행복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른 채 헬메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노라는 그동안 남편, 자식을 위해 살았던 삶이 아닌 오직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가게 된다. 그 노라의 선택은 많은 여성들에게 큰 용기와 감동이 되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활동가 나혜석은 일제강점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해 공론화 시켰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며 그들에게 헌신하거나 희생하는 존재가 아님을 밝히며 당당히 맞섰다. 나혜석의 ‘이혼고백서’ 내용 중에는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 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라는 말이 있다. 나혜석은 남성이나 자식을 위한 여성이 아닌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우받길 원했으며 인간 자체로 존중받기를 바랐다. 그녀의 바람은 21세기에 사는 현재의 여성들에게도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사회 운동가인 이태영은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되어 양성평등을 실현 시키는데 앞장섰다. 1956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전신이 된 여성법률상담소를 세우고 10여 년간 활동하였다. 불우하고 소외받은 여성들을 위한 법률구조기관인 이 상담소는 1966년 8월 가정법률상담소로 이름을 바꾸어 여성뿐 아니라 남녀 모두의 권익을 위한 인권기관으로 거듭났다, 이후 1976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 다시 이름을 바꿔 공익법인이 되었다. 이 상담소에서 벌인 사업 중 하나인 '가족법 개정운동'은 1989년 이혼여성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모계·부계 혈족을 모두 8촌까지 인정하도록 했다. 또한 호주제폐지 등 여성들의 낮고 무시당했던 지위와 권리를 되찾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의 사회 운동가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이었던 팽크허스트의 열렬한 추종자인 데이비슨의 묘비에는 ‘말보다는 행동을(Deeds, not words)’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에밀리 데이비슨은 영국 최고의 경마들이 참가하는 가장 유명한 대회의 참정권을 요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경마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달리는 말에 치여 안타깝게 사망하였지만 수많은 여성들은 그녀를 기억하며 장례식에 참여했다. 당시 신문들은 정신 나간 여성 참정권 운동가가 경기를 망쳤다는 식으로 보도하였고, 왕의 기수가 다친 사실을 더 중요하게 다뤘다. 이러한 신문들의 보도 태도는 여성들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였고 장례식이 끝나자 참석한 여성들은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승리! 승리!”라고 외치며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우리 스스로 누구인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질문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자아를 탐색하는 일은 자의식을 지닌 개체로 성장하는 바른길이며 자아정체성을 올바로 형성하는 방법이다. 신체적 특징이나 사회적 존재, 종교관 등 외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면 내면적으로 바람직한 성숙을 꾀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으로 부족함 없이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의 집의 노라가 오랜 시간 끝에 자의식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처럼 청소년들도 자신의 자의식을 갖추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사소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며 ‘나란 존재가 누구인가?’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질문을 해야 한다. 누군가가 시킨 대로 하는 타율적인 삶이 아닌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는 청소년기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던 조선사회는 과거이며 그때를 거울삼아 21세기에 관습처럼 행해지는 부당한 인권유린은 없어야 한다. 성별을 떠난 우리 모두는 자의식을 가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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