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 도로와 인도 오가는 위협운전 빈번

고객과 업주 배달 지연 독촉 난폭운전 부추겨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주문이 많이 늘어나자 배달 기사들이 ‘신속 배달’을 위해 각종 교통 법규 위반이나 ‘곡예 운전’을 서슴지 않으면서 도로 위 ‘흉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양시에 따르면 지역 내 등록된 오토바이(이륜차) 수는 2018년 12월 기준 6597대에서 2019년 12월 말 기준 6585대, 2020년 8월 말 기준 6618대로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의 이륜차 등록대수는 미미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019년 한해 이륜차 등록 대수를 2020년 8월 말에 이미 넘어서며 오토바이 차량 등록 대수가 대폭 증가 추세를 보였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보다 배달음식이 크게 늘면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증가했기 때
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올해 8월 말 기준 지역 내 이륜차 교통사고는 23건, 사망자는 1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이륜차와 관련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보다 배달음식이 크게 늘면서 이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로도 내 길, 인도도 내 길
불법·난폭운전 심각


실제 지역 내 곳곳에서 음식을 보다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은 물론 중앙선과 인도를 넘나들며 곡예 운전 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컨테이너사거리 대로와 접한 골목길. 배달대행업체 오토바이가 빨간 신호를 보고 멈춰 섰다.
멈춰 선 것도 잠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오다가 빨간불을 무시하고 가속 핸들을 돌려 빠르게 교차로를 빠져나갔다.

▲ 신호를 위반 하고 횡단보도를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가 위험천만해 보인다

다른 쪽 방향에서 진입하던 배달 오토바이는 노란불로 신호가 바뀌자 경적을 울리며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사이사이를 끼어들어 속도를 높이며 교차로를 지나간다.

한 배달 오토바이는 차량들이 신호에 걸려 정체되자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 두리번거리더니 차량 진출입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신호와는 상관없이 내달렸다.

그렇게 달린 배달 오토바이는 시야로 확인할 정도의 다음 신호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그렇게 사라졌다.

또 배달 오토바이들은 도로와 인도를 넘나들면서 경적을 울리며 인도 위를 걷는 시민들을 위협하듯 지나가기도 한다.
시민들은 인도에서까지 오토바이를 피해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광양읍에 거주하는 김 모(32)씨는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가로지르거나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진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신호대기하고 있는 차들 사이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볼 때면 교통법규 라는 게 있는지 의문이 들정도다”며 “시민뿐 아니라 배달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신호체계 조차 지키지 않고 달리는 그들을 제어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동에 거주하는 정 모씨(36)는 “중마시장 앞 대로에서 차들 사이를 누비는 것뿐 아니라 인도 위까지 올라와 달리는 일부 배달 오토바이를 볼 때면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며 “헬멧 외에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춘 배달 기사를 거의 못 봤다. 시민과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보호장비라도 제대로 갖추고 신호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무인 차량 단속 카메라로 단속할 수 없어서 타인의 신고나 사고 발생 시 적발, 현장 교통경찰이 직접 캠코더 촬영을 해야만 단속할 수 있다"며 "추적해 단속하는 것도 안전상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오토바이 단속에 현실적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더 빨리·더 많이’
강요하는 상황 속 배달대행 라이더들


“칼치기(차량 간 주행)를 재밌어서 하겠습니까? 고객과 업주들이 독촉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업계 종사자 A 씨의 말이다.
배달종사자의 난폭운전을 부추기는 건 업계의 열악한 노동 여건 때문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A 씨는 “비 오는 날이나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배달이 늦어지면 독촉 전화가 빗발치게 온다. 빨리 갖다 달라고 독촉하는 주문자의 요구에 안전운행을 하면서 시간까지 맞춰 배달하는 것은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배달대행업계 상황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러 곳의 배달을 묶어 순차적으로 배달해야 그나마 돈이 되고 시간 절약도 되니 무리하게 주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대부분 배달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업체로부터 배달 건당수수료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시간이 곧 돈인 셈이다. 자영업자처럼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을 맺다 보니 고정급이 아닌 일한 만큼 버는 구조다. 부지런히 한 건이라도 더 뛰어야 기름값과 유류비 등을 제외하고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루 평균 50건 남짓 배당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끼니는 거르기 일쑤다.

송성근 바로고 동광양지사장은 “배달라이더 입사 시 회사 차원에서 산재보험 가입을 권하고 있지만 가입 여부는 라이더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밀려드는 배달 물량 소화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라이더의 안전운행을 실천하는 업체로 거듭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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