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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의 詩가 있는 월요일.19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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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3  1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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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 나의 피
김남주

만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와도 같은 것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만인의 만인의 만인의 가슴 위 내리는
눈과도 햇살과도 같은 것

​토지여
나는 심는다 살찐 그대 가슴 위에 언덕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자유의 나무를

​그러나 누가 키우랴 이 나무를
이 나무를 누가 누가 와서 지켜주랴
신이 와서 신의 입김으로 키우랴
바람이 와서 키워주랴
누가 지키랴, 왕이 와서 왕의 군대가 와서 지켜주랴
부자가 와서 부자가 만들어놓은 법이, 판검사가 와서 지켜주랴

​천만에! 나는 놓는다
토지여, 토지 위에 사는 형제들이여
나는 놓는다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 나는 놓는다
바위로 험한 산길 위에
파도로 험한 사나운 뱃길 위에
고개 넘어 평짓길 황톳길 위에
사래 긴 밭의 이랑 위에 가리마 같은 논둑길 위에 나는 놓는다
나 또한 놓는다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 위에
매일처럼 오르는 그대 밥상 위에
모래 위에 미끄러지는 입술 그대 입맞춤 위에
물결처럼 포개지는 그대 잠자리 위에
구석기의 돌 옛무기 위에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오, 자유여 자유의 나무여

시인 김남주

1946년 전남 해남군 출생
창작과 비평 여름호 잿더미 발표
1980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징역 15년
시집 진혼가 외 다수
단재문학상, 윤상원상 외
1994년 췌장암으로 사망

김남주는 시인이다. 다만 시인이고자 했으나 시조차도 무기여야 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는 시를 무기로 삼은 ‘전사’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체 게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시는 민중을 억압하는 독재자에게 맞서 싸우는 민주주의 제단 위에 기꺼이 타오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쓰여졌다. 그리고 그 삶 역시 그 제단에 함께 놓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인 김남주 앞에 기어이 혁명가라는 말을 덧씌웠으나 그는 죽는 날까지 시인으로 살다 죽었다.

시인의 아버지는 가난했고 끼니를 잇기 위해 남의 집 머슴으로 살았다. 그리고 한쪽 눈이 성치 않았던 주인집 딸과 결혼했다. 시인의 어머니다. 시인은 어머니를 사랑했으나 착취의 구조에는 결코 동의하지 못했다. 시인은 혁명을 꿈꾸었다. 권력이 민중을 짓밟는 세상을 뒤엎고자 했고 그 길 앞에 놓인 고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1980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을 선고받고 투옥된 그는 철학과 인문,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깊은 독서와 고민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해 가는 와중에도 시를 놓지 않았다. 종이가 없을 땐 우유팩을 긁어가며 시를 썼다. 그렇게 쓴 시들이 1984년 첫 시집 <진혼가>에 묶인 시편이다.

그는 1988년 형집행 정지로 출옥했다. 그리고 6년 뒤인 1994년 췌장암으로 죽어 5.18 영령들이 묻힌 망월 묘역에 함께 묻혔다. 출옥 후 그의 시는 무기라는 옷을 벗고 비로소 서정성을 되찾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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