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보드, 각종 규제에 묶여 8년간 제 역할 못 해

11월 광양해비치로 선샤인 해변공원 사업 준공
새로운 야경 연출에 미디어보드 역할 중요
광양제철소 “장기 방치로 재가동 어려워, 철거예정”

오는 11월 광양해비치로 야간경관조명사업 준공을 앞두고 광양제철소에서 설치한 ’미디어 보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광양제철소는 장기 방치로 전면적 보수 필요하고, 경관물로 최종 준공돼 상영되는 영상물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강화된 ’빛공해방지법‘에 저촉될 수 있어 재가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보드‘는 2012년 5월 이순신대교의 임시 개통에 맞춰 완공됐다.
이순신대교 초입, 금호동 628-4번지에 설치돼 ‘스틸 트리(STEEL TREE)'로 명명된 미디어 보드는 세 그루의 나무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흔히 볼 수 있는 홍보전광판과는 달리 원형으로 생겨 사면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44억원이 투입된 조형물은 철골과 LED조명으로 돼 있으며 화면면적만 해도 2천㎡에 이른다.

당시 포스코는 여수엑스포와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개최, 이순신대교 개통으로 광양지역에 외부인의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또한 미디어보드 설치로 포스코는 지역 관광홍보는 물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구성을 통해 지역과의 소통 강화도 기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360도 어느 각도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보드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며 “미디어보드를 통해 포스코는 지역 관광홍보는 물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구성을 통해 소통을 강화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디어보드는 가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동을 중단했다.
영상물에 포스코와 광양시의 광고가 일부 포함되자 이를 광고물로 볼 것인지 조형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된 것이다.

광양시는 미디어보드가 옥외광고물인지 조형물인지를 놓고 2012년 9월 행정안전부에 질의를 했고, 행안부는 “국가 등이 공공목적 홍보 전광판에 공익 내용을 표출하고자 할 경우 이런 설치물이 청사 또는 건물부지에 있어야 가능하다”며 “전광판에 표출 내용을 수시로 변환하면서 표출할 경우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기업홍보, 도시마케팅, 광양브랜드, 특산품, 관광명소 등 광고물에 해당 되는 내용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조형물로써 옥외광고물은 아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행안부의 답변에 따라 광양시는 포스코에 경관사업 심의내용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되, 내용 중 다른 법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표출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사용승인 했다.

옥외광고물인지 조형물인지를 놓고 논란이 됐던 미디어보드가 결국 조형물로 최종 사용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에 광양제철소는 2012년 11월부터 미디어보드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관물로 최종 준공돼 상영되는 영상물이 제한됨에 따라 기업홍보, 도시마케팅, 광양브랜드, 특산품, 관광명소 등 광고물에 해당 되는 내용을 표출할 수 없었다.

또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주거지역은 오후 8시까지로 가동 시간이 제한됐다.
이에 미디어보드는 상업적 광고는 물론, 시 홍보나 지역 뉴스 등 정보제공 알림판 기능은 중단된 채 백남준 작가 작품 등 아트 콘텐츠에 한해서만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결국 가동을 또다시 중단했다.

이후 광양제철소와 시는 광양시 경관사업 심의내용과 ’빛공해방지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하면서 미디어보드가 광양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영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했다.

그러나 광양시는 “공익 홍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미디어보드가 광양시와 시민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언제든지 적극 협력한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자연녹지 구역에 설치된 LED 구조물은 광고 영상을 상영할 수 없고, 옥외광고물 관리법상 공작물로 허가받은 미디어보드가 홍보나 기타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철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옥외광고물법 인허가를 득하지 못한 미디어보드는 공공목적의 홍보전광판으로도 활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각종 규제에 묶여 제대로 활용 한 번 못해 본 미디어보드 무용지물로 전락한 채 8년이 지나며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조형물 재설치·공장 외관 조명사업 추진 요망

미디어보드 재가동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광양해비치로 경관조명사업 준공이 오는 11월로 다가오면서 ’미디어보드‘가 새롭게 조성될 야간경관조명과 조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광양해비치로 조성사업은 해양공원~금호대교~이순신대교 9.4km 해안도로에 달빛해변, 키네틱 아트광장 등 25개 감성 콘텐츠를 구축해 시민이 일상에서 여가를 향유하고 관광객이 만족하는 매력적인 수변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시 관광 역점사업이다.

이중 야간경관조명 사업은 해비치로 내 5개 교량(이순신대교 접속부, 마동·금호IC접속교, 길호대교, 금호대교)과 9.4km 구간을 광양(光陽)의 지명에 걸맞게 자연의 빛인 달, 별, 불을 조형하고 영상과 음향을 미디어파사드 등으로 연출한다.

매일 밤 일정 시간대 음악과 함께 펼쳐질 조명 쇼는 야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미디어보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시는 특히 중마동 권역 도심지에 마땅한 관광거리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광양해비치로 사업의 핵심사업인 경관조명사업 준공이 중마권역 관광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시는 광양제철소의 미디어보드가 경관조명과 더불어 야간경관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완성도를 제고할 것으로 보고 광양제철소와 미디어보드 활용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광양제철소는 광양시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시가 활용하는 것에 동의했으나, 장기 방치로 전면적 보수 필요하고, 광고 규제 및 향후 관리비 등 부담도 만만찮아 광양시가 소유권 이전 의사가 없으면 철거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미디어보드가 이순신대교의 광양관문에 위치하면서도 관련 법률에 의한 규제로 수년째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아쉬움이 크고 경관측면에서도 안타깝다”며 “해비치로 경관조명의 준공을 앞두고 광양제철소에서 관련 법률에 저촉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재가동하는 방안과 더불어 미디어보드의 존치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고 대체물에 대한 검토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포항시와 손잡고 제철소 경관조명을 개선해오던 포항제철소는 지난 7월 공장과 건물 외벽을 LED 조명등으로 6㎞에 이르는 세계 최장 야간경관조명을 완성해 공개함에 따라 광양시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광양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양제철소가 미디어보드 철거를 결정했다면 조속히 시행하고, 광양제철소와 광양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조명 포함)을 다시 설치해 광양해비치로 야간경관조명과 조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며 “또한 광양시의 해치비로 일대 경관조명 준공과 더불어 광양시 중마권의 야간명소화를 위해 광양제철소 공장 외관 조명사업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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