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꼭 필요” VS 의회 “장소 변경”

광양시가 국토교통부 공모선정을 통해 일자리 연계형으로 추진 중인 광양창업지원주택 건립사업이 제동이 걸렸다. 광양시의회가 건립 장소와 규모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건립계획안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업대상지 인근에 건립되고 있는 센트럴자이 입주민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센트럴 자이 입주예정자들은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다.

광양시는 지난 7월 국토교통부 ‘2020년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성황도이도시개발사업지구 내에 광양창업지원주택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업은 청년창업인과 창업기업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주거와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광양시는 전국 17곳 가운데 유일하게 설계, 건설, 운영까지 직접 시행할 계획이다.
주거와 사무가 복합된 소호형 주거클러스터 평면으로 설계되며 단지 내 카페형 세미나실, 아이디어룸, 미디어룸 등을 설치해 각종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연계 운영하게 되는데 주택 150호와 600㎡ 규모의 창업지원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 사업에는 국비 52억원, 기금융자 69억원 등 건설비를 지원받아 추진된다.
입주대상자는 청년창업인, 창업기업종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일반 청년층도 거주 가능하다.
성황도이지구의 경우 포스코국가산단, 여수국가산단 등 다수의 산단과 창업기업 50여 개 등 일자리가 많고 전남창조혁신센터 창업패키지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입주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광양시의 입장이지만 해당 상임위인 광양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정민기 위원장을 비롯한 산건위 소속 의원들 대다수는 “사업대상지는 현재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주택의 평수가 너무 작아 청년들조차 선호하지 않아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장소 변경과 적정규모 평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백성호 의원은 “작은 평수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현재 입주계약 중인 행복주택 등도 작은 평수여서 입주자들이 별로 없다”고 지적한 뒤 “국비에 비해 시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점도 사업 타당성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와우지구에 건립된 행복주택 430호 가운데 계약 건수가 예상과는 달리 96호에 불과하다는 점과 이번 사업의 총사업비 231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10억원을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노신 의원 역시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할 경우 누차에 걸쳐 적정 규모의 평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창업지원주택은 8평에서 16평으로 설계돼 있다”고 꼬집었다.

정민기 위원장은 “사업대상지는 골약동주민자치센터 건립에 맞춰 공용주차장으로 계획된 부지다. 이곳에 창업지원주택을 짓는 게 맞느냐”고 반문한 뒤 “이 경우 또다시 또다시 주차장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나 태인동, 여수산단 등으로 두고 볼 때 위치가 적정하냐는 검토가 전제되지 않았다. 수요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공동주택 입주예정자들의 불만도 당연한 것”이라며 “행복주택 등을 비춰볼 때 기대했던 만큼 청년들의 선호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모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진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성희 의원은 “(광양시에서)최적지라고 했는데 그런 것 같다”며 “단지 민원이 문제다. 민원인들과 대화해야 한다”며 다른 의원들과는 결을 달리했다.

이에 대해 이은관 건축과장은 “조망권 저해 등 센트럴자이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있었으나 15층 이하로 건립하는 등 설계 공모를 하면서 조망권을 확보하는 선에서 설계를 할 것”이라며 “평수 역시 시장 재량에 따라 25평 규모까지 변경이 가능한 만큼 우려되는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사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다른 지역 창업지원주택입의 경우 도심과 다소 동떨어진 곳에 건립되다 보니 입주율이 저조하다”며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활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도심에 대상지를 선정했다. 어느 지역보다 선호하는 곳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적 혜택이나 인구유입 측면에서 의결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광양시의회는 제292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창업지원주택 건립계획안을 결국 의결하지 않았다. 다만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다음 회기로 의결을 보류했다.

한편 센트럴자이 입주예정자 밴드 등에는 “이번 보류결정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며 “해당부지가 기존 계획대로 주변 입주민을 위한 주차장 등 복리증진을 위한 공간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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