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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의 시가 있는 월요일 20봉선화-안도현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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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0  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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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안도현

기어코 좋은 꽃으로 피어야겠다
우리는 봉선화 조선 싸리나무 울 밑에 사는
모양이 서툴러서 서러운 꽃
이 땅 겹겹 어둠 제일 먼저 구멍 뚫고
우리 봉선화 푸르른 밤 건널 때
흉한 역적 폭풍우도 맑게 잠재우고
솟을 꽃이겠다
터질 꽃이겠다
세상짓이길 꽃이겠다
젊은 날 물관부로 차올라오는 강물 소리
하염없이 기다리다 잠든 밤에는
아편 같은 꿈에 취한 꽃이 되지 말자고
봉선화 우리 사랑 기다리는 이
설레는 손톱을 찾아 총총걸음 가자고
이 한 몸 다 바쳐
다시없을 그이의 추억 되자고 등불 되자고
열 손가락 끝마다 살아있는 힘이겠다
꼼틀꼼틀 약속하는 우리는 봉선화
그렇다 그 날이 오면
조선 싸리나무 울밑은 태평성대 꽃밭
아무도 처량하다고 울지 않겠다 봉선화
미치도록 피가슴 철철 넘쳐나도록
매 맞으며 좋은 꽃으로
흔들리며 좋은 꽃으로
기어코 굵은 주먹 올려야겠다

시인 안도현
- 1981년 시 ‘낙동강’ 대구매일신춘문예 당선
- 1984년 시 ‘서울로 가는 정봉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1989년 이리중학교 재직 중 전교조 가입 해직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등 외 다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외 다수
년 소월시문학상 외 다수

아무래도 시인 안도현을 밥상 위에 올려놓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연탄재’가 아닐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단 세 줄짜리 시를 통해 거대하게 휘감아오는 나오는 단상이 어쩌면 안도현의 시詩세계 전반에 흐르는 서정이기 때문일 게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이 시를 통해 안도현은 누구에게나 인간의 본성 그 깊은 심연에는 한때나마 인류 혹은 인간에 대한 헌신의 열정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묻는 것이다. 너는 누군가를 위해 뜨거웠던 적이 없었냐고. 물론 과거형이다. 심연의 연못은 이미 탁해졌음을 모르지 않고 있음이다. 그리하여 그 물음은 다시 당신의 변함을 꾸중하는 추궁이 따라붙고 종국에는 다시 회복해야 할 무언가에 대해 곱씹을 것을 주문한다.

시 ‘봉선화’ 역시 그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너에게 묻는다’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결국 인류애 회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봉선화’는 민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한민족의 한과 그 회복을 말하고 있다는 차이 정도다.

다시 말해 ‘봉선화’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라는 암울한 민족의 恨으로 통칭되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해원하고 다시 회복해야 할 민족의 근원에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시절이었음으로 초창기 그의 시가 자칫 거대담론으로 치달을 수는 있는 일이나 그는 끝내 시 안에서 세상을 짓이겨서 꽃피는 그 서정을 놓치 않는다. 하물며 시대의 아픔에 봉사하고자 하는 열망까지야 탓할 일이 아닌 게다.

더구나 울 밑에서 제 혼자 붉디붉게 피어서 서러운 봉선화를 넘어 울 밑을 가득 채우고 이꽃 저꽃 모두 모여 태평성대 꽃밭을 일궈내고자 하는 맑은 욕심이 차고 넘친다. 그러함으로 봉선화 속에서 안도현은 이런 물음을 하나를 던져 놓았다. 그 꽃밭에 왜 너는 없느냐고 말이다. 어서 와서 열 손가락 끝마다 살아있는 힘이 되어 달라는 채근이 그 뒤를 따라붙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하여 안도현이 시 ‘봉선화’를 통해 말하는 건 결국 이것이다. 억압과 핍박 속에서도 우리는 끝내 ‘좋은 꽃’이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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