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번 주에 본 두 글이 생각을 붙들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모파상은 타고난 재능으로 『여자의일생』 등 인생의 참된 가치를 일깨우는 소설로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써 독자의 사랑을 받은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며 노르망디에 저택과 지중해에 요트를, 파리에 호화 아파트를 가졌고 은행에는 많은 돈이 예금되어있었다 한다.

타인이 보기에는 부러울 것이 없이 보였으나 1892년 1월 1일 아침 더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자살을 시도한다. 목숨은 구했지만, 정신병자가 된 그는 1년 동안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쳐대다 43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묘비명에는 그가 말년에 벗들에게 자주 말한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소망한 모든 것은 무엇이고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다음 이야기는 평범한 주부 정은진 씨의 두 번째 출산에 관한 이야기다. 은진 씨는 두 번째 딸
을 임신한 뒤 도서관에 책을 쌓아두고 출산이란 무엇인지 똑바로 그리고 분명하게 공부하며 잘못된 편견과 무지를 걷어내자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숨어있던 비밀의 문을 찾고 인생 최고의 황홀함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두렵고 피하고 싶은 산고(産故)를 무통 주사와 촉진제도 없이 극에 달하는 진통의 파도에 밀려 허우적거리면서도 “하나님 제발 진통을 더 세게 경험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하고 또 했다 한다.

세 번의 힘주기 끝에 들리는 선명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환희라는 단어의 의미를 난생처음 느껴보았단다. 극에 달한 통증은 딸과 남편에 대한 사랑을 보다 선명하고 깊게 확인 시켜 주었고, 처음으로 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거듭나며 출산은 여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임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고 평범한 우리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두 이야기를 붙들고 나는 고
뇌 속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많은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그 해석이 아닌 이해로 뒤척여본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통과 어려움이 행복에 미치는 의미는 무엇일까? 찾아보니 섹스심벌이라며 만인에게 사랑받던 배우 마릴린 먼로도 자살했고,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도, 『쥬만지』 의 배우 로빈 윌리엄스도 자살했다. 부러운 것이 없어 보이고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이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이유는 무엇이며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생 최고의 행복을 경험했다는 이야기 진실은 무엇일까?

결국 돈,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고 남들이 부러워한다해도 스스로 마음에 만족이 없고 공허하기만 하다면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삶인 되는 걸까?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감이 생기는 이유는 또한 무엇일까?

옛날 우리 어머니는 토방에 벗은 신발을 살아서 다시 신어볼까 다시 한번 보면서 분만에 임해도 많은 자식을 낳아 내 몸보다 소중이 길러냈다. 우리의 아버지는 내 논에 물을 조금이라도 더 대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한여름 잡초 매기에 등가죽이 벗겨져도 정성을 다하였기에 쌀 한 톨 허투루 하지 않았다.

낳아준 부모님의 은혜가 고맙고 길러 내야 할 자식들이 눈에 발 펴서 나의 바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정은진의 산고(産故) 이야기가 말해주듯 행복은 고통과 어려움이 시루떡 팥고물같이 고루 섞을 때만이 행복이라는 그릇에 차곡차곡 담긴다.

고통과 시련은 대상물을 사랑으로 감싸며 딸과 어머니 사이를 일체로 이어주고 더 깊고 애틋한 사랑으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예를 든 자살하는 사람들의 성취가 우연이나 노력 없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능은 때로 부족함을 느끼며 더 큰 성취에 매달리는 교만을 낳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미흡하더라도 이룩한 성취에 소중함을 느끼며 아쉬움과 후회를 보듬어 안는다.

나는 여기서 고통과 시련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숙고해 보고자 한다. 히말라야 안
나푸르나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삶을 마감한 위대한 산악인 김창호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라는 의미 깊은 말을 남겼다.

급변하는 기후와 부족한 산소 등 혹독한 환경과 쌓여오는 피로를 견디며 한발 한발 내딛는 산행은 자갈과 모래와 물이 합하여져 단단한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땀과 고통과 인내가 섞이며 몸의 일부가 되어 동상으로 잃은 발가락을 대신하여 주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대한 성취는 아닐지라도 그 이룩함에 시련과 땀과 인내와 각고의 노력이 함께했다면 남들이 우러러보는 객체가 아니라 내 몸이요 내 삶으로 소중하게 체화되며 행복으
로 인식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나는 행복에 관한 한 정신보다 몸을 믿는 편이다. 정신은 상상과 의지로 허공을 황할 수도 있지만, 몸은 느리지만 뚜벅 뚜벅 걸어 마음을 다잡아주며 노력한 만큼만의 충만감을 깨우쳐 준다.

고운 장미꽃도 소중하지만, 대부분의 지구표면을 덮어 수분을 보전하고 토사의 흘러내림을 막는 이름 모를 풀꽃도 그래서 소중하듯, 평범한 우리들의 삶도 행복하다 귀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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