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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의 詩가 있는 월요일.21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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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8  11: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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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우리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 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시인 이해인
- 1945년 강원도 양구
- 1964년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회
- 1976년 시집 <민들레의 영토> 외 다수
- 2006년 천상병 문학상 외 다수


가을의 초입을 지나 중간 어디쯤을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바람 아픈 연초부터 심상치 않았지요. 현 지구상에 존재하는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지닌 새로운 감염증이 창궐했고 그 여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로 인해 인류의 일상이 바뀌었다는 말이 서슴없이 사람 없는 거리를 횡횡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성난 태풍은 잇따라 불어왔고 곳곳에 수많은 생채기를 남겼으니 그 신음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그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할, 병들고 지친 지구의 몸부림 속에 어느 해보다 우울한 시대를 우리는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 겁니다. 이해인의 시를 들여다보았던 이유 말이지요.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때이니 말입니다. 가을의 풍경과 심중을 담아낸 여러 시편 가운데서도 이해인의 시를 다시금 펼쳐 든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이해인의 시는 시인의 오랜 마음공부 탓인지 가벼우나 맑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관조하는 눈빛은 정갈하고 고즈넉하지요. 세상을 향해 드러낸 사나움을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 시의힘은 그러나 강합니다. 오래도록 품어 둔 독기조차도 무장해제되는순간을 경험하게 되니 말입니다.

우리 서로에게/부담없이 서늘한가을바람/가을 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달리 덧붙일 말이 더있을 리 만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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