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한 젠더 취약성과 여성친화도시’

이경자 전남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재난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사회적 취약성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환경 불평등을 말하는 것이다. 환경 불평등이란 사회 경제적 지위의 차이로 인해 특정 사회 계층이 건강과 재생산에서 겪는 불평등한 상태 또는 과정을 말한다.

직업의 특성상 야외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 에어컨을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층,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고령의 노인들에게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와 예방책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재난 앞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 했다. 청도 대남 병원 정신병동에 계셨던 분들, 일터에 발이 묶여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거나 주민번호가 없어 마스크를 못 산 분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신청조차 못했던 분들이 있었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이 사회 불평등의 민낯을 여지없이 비춰 낸 것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양성평등 주간을 맞이하여 젠더 취약점 관점을 ‘재난’과 여성친화도시에 더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재난 속에서 취약한 여성의 문제는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의 재난 현장에서 유독 여성 사망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1991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나르기스 재난은 당시 14만 명의 사망자 중에 90%가 여성이었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했던 쓰나미(지진해일) 재난에서도 여성은 67%가 희생자로 보고되었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 역시 단원고 학생 325명중 남학생은 150명, 여학생은 175명으로 여학생이 더 많았지만 생존 학생 총 75명 중 남학생은 41명(27.3%), 여학생은 34명(19%)이였다.


이처럼 재해가 빈번하고 가부장적인 젠더 관계가 지배적인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의 인명피해
비중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재난을 젠더 취약성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재난에 취약성을 가졌지만 위기대처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재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비장애인보다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 장애인은 더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 여성은 재난경고 같은 정보 전달체계의 반응이 늦고, 위기상황에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 영역의 노동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남성보다 여성이 가족을 돌봐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재난대처 능력이 남성보다 제한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문화적, 가부장적 관습은 여성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낮은 경제적 지위와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을 눈치 채야 한다. 여성의 권익이 잘 보장된 사회에서는 재난 발생 시 사망자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친화도시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의 정책과 발전 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함으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보장되고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여성친화도시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여성친화도시는 전국 92개, 전남 7개 시군구가 지정되었으며 광양은 2018년 1월에 지정되었다. 검색창에 광양, 여성 친화도시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성이 안전한 행복도시 광양 다함께 만들어요’라는 사진과 기사가 검색된다.

그리고 광양의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은 2017년 준비단계를 시작으로 2018년 1월 협약을
중심으로 멈춰선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안심길 조성과 공중 화장실 안심벨, 내 손안에 안심벨 구축과 같은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다만 여성친화도시로 지정을 받은 후 각 지역별 특색사업이 아닌 유사사업이 반복되고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아닌 인증협약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염려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염려가 재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검색어로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성과 관련한 안전사업에 젠더 취약성 관점을 도입하여 광양만의 특색 사업을 키워내는 여성친화도시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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