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 광양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 백성호 광양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광양시의회 제287회 임시회에서 광양시의 대표적 육성정책사업인 매실 산업의 지원을 두고 다수 시의원들의 호된 질책이 있었다.

‘광양매실’이 국민에게 각인되면서 한때는 호황을 누리기도 했으나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전국에 걸쳐 매실이 생산되고 소비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광양매실’이란 브랜드가 사실상 소실될 처지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광양시가 사양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70억원 규모의 또 다른 공모사업을 추진하자 “최근 들어 매실산업 육성정책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빛그린매실사업단이 67억여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고도 직원들의 인건비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상태로 부도 직전에 내몰려 있는데, 다수 매실 농가의 소득보장이라는 기대만으로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실 농가의 미래 소득을 더욱더 암울하게 할 뿐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렇다고 매실을 다른 과수로 대체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과수의 특성상 묘목 식재에서 수확까진 적어도 5년은 더 기다려야 하고 안정적인 수확 시기까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까지 대체할 소득이 마땅찮고 더군다나 고령화된 농민들에게 소득보장 없이 새로운 작물로 대체를 유도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매실 농업을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적 전환을 꾀하는 것은 어떨까?

지난달부터 합천군은 한국남부발전과 공동으로 6년간 2710억원을 투자해 ‘주민참여형 농촌태양광사업’을 추진하는 주민설명회를 각 지역을 돌며 진행하고 있다. 합천군은 농민들의 고령화 극복과 안정적인 소득을 목적으로 유휴농지와 한계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농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정책 목표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민은 농지의 임대 수익과 태양광 사업 참여로 발전 수익을 얻고, 상황에 따라 해당 농지에 농작물 재배도 겸업할 수 있다.

매실농업의 특성상 영농형 태양광처럼 농작물 재배와 겸업하는 것은 어려우나, 상황에 따라서는 복분자나 블루베리, 버섯처럼 키가 작은 작물로 바꿔 태양광 사업과 겸업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광양지역의 매실 밭 분포도를 보면 밤 재배단지와 달리 대체로 낮은 분지에 많이 조성돼 있다. 경사가 있는 매실 밭보다 평지의 매실 밭을 집중 선택해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마을기업을 만들고, 주민참여형으로 농촌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좋다.

최근 들어 산지 태양광 사업이 무분별한 산림 개발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으로 침체되면서 농촌 태양광 사업까지 불똥이 튀었다. 여기에 일부 보수언론의 가짜뉴스까지 가세하면서 농촌 태양광 사업마저 농민 스스로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이미 농지로 개발됐고 그 농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처지라면, 새로운 작물로 대체하지 못하는 농지는 과감하게 농촌 태양광 사업으로 전환해봄 직하지 않겠는가?

현행 제도는 농업인이 농지에 태양광발전사업을 하면 저금리(년 1.75%)로 시설비 최대 90%까지 장기융자(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혜택을 준다. 또한, 농지보전부담금 50% 감면과 100kw 미만의 발전소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발급에 120%의 가중치도 적용된다.

합천군의 예처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농촌 태양광 사업은 광양매실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매실의 품종개량이나 가공식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매실을 다른 작물로 대체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도 없지 않겠는가?

농촌 태양광 사업은 100kw 미만의 시설인 경우 장기 고정계약(20년)에도 유리하다. 적어도 지금처럼 매실 농업으로 미래가 없는 한계는 당장 극복이 가능하다. 합천군의 사례처럼 광양시가 매실 농가의 전수조사와 사업지원을 위한 행정적인 제도 마련으로 정부의 지원정책을 잘 맞추는 시도를 더 늦기 전에 해보는 것이,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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