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자“ 이거라도 없으면 바닥에 담배꽁초 마구 버려”
시“ 쓰레기통 설치는 어려워, 청소인력 추가배치로 집중관리”


광양시청 앞 버스정류장 뒤편, 다양한 종류의 깡통이 나무마다 매달려 있어 누가 왜 이렇게 해놨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일고 있다. 모두 11개의 깡통이 나무마다 매달려 있고, 깡통 안에는 쓰레기가 차 있어 도시경관과 다소 이질적인 풍경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광양시청 앞 육교 앞에 다다르면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을 쳐다보면 바로 눈길은 뒤편 나무에 걸려있는 깡통으로 향한다. 버스정류장 뒤쪽으로 키가 큰 나무 11그루마다 깡통이 매달려 있고 그 안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깡통은 업소용 된장과 고추장 말통부터 크기가 작은 업소용 참치캔 등 종류와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깡통을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그 용도가 쓰레기통임을 알 수 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어르신은 “누가 달아놨는지 모르겠지만 정류장 앞에 쓰레기통 하나만 설치하면 될 것을 보기 싫게 나무마다 주렁주렁 깡통을 달아놨다”며 “쓰레기통이라고 달아놓은 모양인데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나무 생육에도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눈살을 찌뿌렸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순천에서 이사와 몇 개월째 이 버스정류장에서 출근차를 타는데, 처음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던 날 저 깡통이 도대체 뭔가 싶어 가까이 가서 살펴봤더니 쓰레기통이었다”며 “시청 앞 버스정류장에 깡통 쓰레기통을 매단 나무가 있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상황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 시청 앞 정류장에 심어진 가로수 마다 깡통 쓰레기통이 걸려있다.

주변 상가의 상인들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 길 건너편 정류장을 청소하는 사람 등을 통해 수소문 한 결과 깡통 쓰레기통을 달아놓은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본인을 광양노인지회 소속이라고 밝힌 박 모 어르신은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이 버스정류장을 기준으로 200여미터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어르신과 함께 두 사람이 월 10회 버스정류장부터 근처 대로변의 환경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

깡통 쓰레기통 설치 이유를 묻자 박모 어르신은 “오죽하면 깡통으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놨겠는가. 깡통 쓰레기통을 매달아 놓기 전에 일주일에 2~3회 청소를 하러 가면 바닥에 수 백개의 담배꽁초와 일회용컵, 담배갑, 과자봉지들이 나뒹구는 건 예사였다”며 “시내버스 뿐만아니라 아침저녁 회사 출퇴근버스가 수시로 정차하는 정류장이다 보니 처음에는 임시방편으로 깡통을 하나 달아놨는 데, 담배꽁초가 차고 넘쳐 하나씩 늘리다 보니 11개가 됐다”고 말했다.

박 모 어르신은 “11개나 쓰레기통을 만들어놔도 3일 정도 지나면 깡통에 쓰레기가 가득이고, 40kg 쌀 포대에 쓰레기를 담으면 2포대에서 3포대 분량이 나온다”며 “그나마 깡통에 버리는 사람은 양심이라도 있다. 흡연자들은 여전히 버스가 오면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유유히 사라진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깡통 쓰레기통의 도시경관 저해에 대해 묻자 “정류장 앞에 공공쓰레기통이 있으면 굳이 이 깡통 쓰레기통이 존재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떼어 내겠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깡통 쓰레기통만 철거해 버리면 정류장 인근은 쓰레기가 나뒹굴 게 뻔한 일”이라며 “깡통을 떼 내고 그자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문구를 걸든지, 정류장 앞에 쓰레기통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양시 관계자는 “공공쓰레기통 설치는 장점도 있지만, 개인이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투기하거나 공공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단점도 존재해 전국적으로 거리의 쓰레기통을 회수 또는 신규 미설치를 추진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쓰레기 집중 투기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노인 일자리사업 인력 외에 시 청소용역업체의 집중배치를 통해 수시로 미화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해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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