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무시” 반발에 공사착공도 못해

옥동주민들“ 상습 침수, 배수문제 우선 해결해야”

지난해 모든 지역민의 마음 한 켠을 훈훈하게 적셨던 옥룡면 옥동마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수학교를 배척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환영 속에 옛 광양옥룡중학교 부지에 건립이 확정된 광양햇살학교 건설공사가 공사 승인이 떨어진 지 한 달여가 넘도록 착공을 미루고 있다.

학교 주변 마을인 옥동마을 주민들이 배수로 문제 우선 해결을 요구하며 공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주민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2022년 3월 개교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된다.

광양햇살학교가 들어설 예정인 옛 옥룡중학교는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학교 건물만 철거한 채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공사장비 대신 학교 정문에는 “마을주민 건의사항이 합의될 때까지 공사를 유보하라”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확인결과 광양햇살학교 입지를 환영하면서 당시 마을주민들이 전남교육청 측에 요구한 건의사항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전남교육청이 공사에 들어가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에 부딪힌 상태였다.

당시 마을주민들의 가장 큰 요구는 옥룡중학교 담벼락이 제방 역할을 해 집중호우나 장마철 상습적인 침수가 발생해 마을의 피해가 막대하다며 적절한 배수대책을 마련한 뒤 주민설명회 후 공사를 시작해달라는 것이었다.

옛 옥룡중학교 시절부터 학교부지 표고가 마을 주택지와 농지보다 높아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학교 담벼락이 제방 작용을 하면서 여러 배수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습 침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배수대책을 내놓아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지난 2002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태풍 루사 피해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옥동마을 주민들로서는 배수 문제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현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결국 지난 22일 옥동마을 회관에서 옥동마을 주민과 전남교육청, 감리단, 시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양햇살학교 건립을 두고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주민들은 “설계 중 주민협의를 거쳐 건립계획을 완성하겠다던 지난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서운하다. 공사시작 직전까지 주민 누구도 설계내용을 설명 듣지 못했다”며 “특히 건의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나 결과에 대한 통보 없이 공사를 진행하려 한 것은 몹시 유감” 이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한 주민은 “특히 배수로 문제를 두고 주민설명회를 하기로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고 공사가 진행됐다”며 “애초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려는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주민은 “학교 담장이 제방 역할을 하고 학교 정문이 수로 역할을 하면서 집중호우나 장마철 마을침수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날 △학교 담장 철거와 △집수정 및 펌핑시설 설치 △배수관로 지하매설과 함께 △학교 정문 앞 불법 건축물 철거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주민 건의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주민 의견을 잘 살피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배수로 문제에 대해선 “마을 침수 관련 배수 문제는 학교와 별도의 문제다. 광양시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한 발 뺐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 시기가 늦춰질 경우 개교 준비가 늦어져 오는 2022년 3월 개교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지난해 광양햇살학교 건립에 적극적인 환영을 보여주었듯이 원활한 공사추진과 개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들이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이후에도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전남교육청은 “배수관련 문제는 현장을 확인한 후 조치 가능여부를 말씀드리겠다”며 “충분히 검토해서 주민 건의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광양햇살학교는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 6학급,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6학급, 전공과 4학급 등 총 23학급 146명 정원으로 운영되며, 2022년 3월 개교예정이다.

옛 옥룡중학교 부지 1만7천500여㎡에 연면적 9천500여㎡ 규모로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신축되며 총사업비 298억원이 투입된다.

학교 건물은 지역과 상생하는 미래지향적 특수학교 모델로 신재생에너지 도입, 에너지효율1등급, 녹색건축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등의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특히 광양햇살학교 개교에 지지를 보내 준 지역주민에게 열린 교육공간으로 마을사랑방, 주민카페, 역사관,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시청각실, 강당, 전기차 충전기 등이 설치된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5월까지 건축설계와 행정절차 이행을 마무리하고 지난 9월 시설공사 계약과 감리용역을 체결, 9월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었으나 주민반발에 첫 삽조차 떼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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