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원 15명 줄사퇴…“환경부가 활동 제약”

“댐 조사위 해체, 국무총리 산하 조사위 새로 구성”

지난 8월 최악의 침수피해의 원인이 방류량 조절실패 등 댐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환경부가 마련했던 댐관리 조사위원회가 위원 활동에 대한 환경부 제약 등으로 민간전문가들의 줄사퇴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피해주민 배제 등 조사위 구성 당시부터 책임 면피용 셀프조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올해 집중호우 당시 댐 운영 적정성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댐 운영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 침수피해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환경부가 지명 공통위원 7명과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한 14명 등 총 24명이 임명됐고 위원장은 환경부 장관이 지명한 장석환 교수(대진대, 수자원학회 부회장)가 맡았다.

구성을 마친 조사위는 지난 8월 최악의 침수피해를 당한 섬진강댐과 용담댐, 대청댐, 합천댐, 남강댐의 운영관리의 적정성, 하류 홍수상황 등을 조사하는 한편 댐관리 개선방안도 함께 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사의 효율성을 위해 유역별로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3개 분과위원회로 나눠 운영 중이다.

그러나 민간조사위원과 피해대책위에 따르면 이번 달 초까지 비대면으로 열린 3차 회의를 끝으로 민간조사위원 17명 가운데 15명이 줄사퇴하면서 사실상 조사위 활동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행의 원인은 환경부가 조사위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환경부가 조사위원들에게 준수를 요구한 운영지침 중 조사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공개인 조사위 운영지침엔 댐 운영에 관한 내용만 조사할 것을 명시하고 피해 주민이나 이해당사자와의 접촉, 정보공유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댐관리에 관한 정보 역시 위원장을 통해서만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조사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한 민간조사위원은 “운영지침 내용을 살펴보면서 환경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조사위원들을 들러리 세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며 “특히 자료도 위원장을 통해서만 제공받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환경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 운영지침대로라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도 없다는 게 민간조사위원들의 줄사퇴 배경인 셈이다.

피해조사위 관계자도 역시 “민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접촉하거나 조사 진행사항을 알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독소조항 많아 민간위원들이 학자적 양심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민간전문가 외에도 민간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댐관리 및 수해피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수해피해지역 주민들이 최근 청와대와 국회, 감사원 등 상경집회를 통해 철저한 원인규명과 100%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환경부가 주도해 진행하고 있는 댐관리조사위원회를 즉시 해체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수해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달라고 요구도 함께다.

이들은 지난 19일 국회와 청와대, 감사원을 각각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의견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대통령 직접 주재 수해참사 원인규명과 100% 배상 △환경부 댐관리조사위 즉시 해체 △국무총리실 직속의 수해조사위원회 구성과 주민참여 보장 △국정감사 △감사원의 즉각적인 감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수해에서 피해 주민은 단 1%도 잘못이 없다”며 “홍수조절을 댐 관리의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지침을 무시하고 역대 최장 54일간의 장마철임에도 만수위로 채우고 있다가 하루 만에 물폭탄을 쏟아 부은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산하의 조사위원회도 주민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구성과 운영규정을 두고 있다”며 “가해자인 환경부가 피해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사위원회 공통위원 7명과 지역전문가 17명 중 무려 18명이 수자원학회에 속해 있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업무 수행 중에 있는 사람”이라며 “이번 조사는 수해피해 원인 규명보다 사실을 왜곡, 은폐하기 위한 셀프조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댐관리조사위가 파행을 겪자 환경부는 피해지역 지자체와 대책위와 새로운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일부 의견접근도 이뤄진 상태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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