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피도주 관련 처벌 약해 악용사례 줄어들지 않아

경찰 “현행 법률 미비점 보완 필요한 시점

지난 10일 마동 주거지 근처에 주차해 놓은 A 씨는 자정쯤 누군가 자신의 차를 긁고 도주한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의 전화를 받았다. 황급히 차가 있는 곳으로 나간 A 씨는 자신의 차가 ‘주차뺑소니’를 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두워 번호판 확인은 어려웠지만, 검은색 승용차
가 머뭇거리다 도주를 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주변 CCTV와 전방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그러나 결국 물피도주 차량을 찾을 수 없었다. A 씨는 억울했지만 자차보험으로 차량수리를 해야 했다.

주차된 차량을 친 뒤 그대로 도주하는 주차뺑소니가 빈발하고 있지만, 관련법에 허점이 많아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주차뺑소니에 대한 관련 법규조차 마련되지 않아 물피도주가 빈번하자 2017년 6월 도로에서 주정차된 차에 사고를 내면 연락처를 넘겨야 하는 의무를 추가하고, 지키지 않고 도주했을 경우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받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는 ‘인적사항 제공 의무 위반’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같은 해 10월에는 도로가 아닌 곳까지도 처벌 대상에 포함 시켜 도로교통법이 강화됐지만,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주차뺑소니 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피도주를 부추기는 현행법의 허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물피도주 가해 차량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다. 피해자는 물피도주를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스스로 수소문해 가해 차량을 찾아내야 한다. 운 좋게 물피도주 차량을 찾아도 차량 수리비와 20만원 이하의 범칙금, 약간의 벌점 부과에 그친다. 범칙금은 통상적으로 승용차 12만원, 대형차 13만원이 부과되고 있으며, 도로 위의 물피도주는 벌점 25점, 도로 외에서는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다.

가해 차량이 타인의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순간 물피도주를 선택하는 것에는 처벌의 가벼움이 작용하는 것이다. 인피만 없다면 무조건 도망갔다가 “잡히면 보험처리하고 범칙금 약간 내면 마무리 될 일, 안 잡히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음주상태의 경우 물피도주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 제44조에 의거 해, 적발 시 운전자는 보험료 인상과 자기부담금과 같은 민사적 책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형사적 책임, 운전면허정지나 취소와 같은 행정 책임을 모두져야 한다. 음주운전은 물피도주에 비해 월등히 많은 민형사상 책임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주정차 된 차량을 파손시켰을 경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회피를 위해 물피도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시간경과 후 가해자를 찾는다고 해도, 혈중 알코올 수치가 떨어져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고 후 운전자의 상황 인지 여부다. 경찰은 주차뺑소니 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주변 CCTV나 블랙박스를 통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인지했는지부터 따진다.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판단되면 범칙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발뺌하는 경우 범칙금이나 별점을 부과하기 어려워 주차 뺑소니가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또 문으로 옆 차를 흠집 내는 이른바 ‘문콕’ 행위도 범칙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차 뺑소니는 예전부터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지만 가해자 처벌의 가벼움, 고의성 입증, 음주운전과의 연관성 등과 맞물려 현행 법률 상은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법의 허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생긴 뒤 법률상 미비점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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