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식당 읍, 옥룡, 진상, 봉강 등에 흩어져 영업 중
시·…닭숯불구이특화거리 조성 위해 식당 밀집화 추진

광양불고기와 함께 우리지역 새로운 음식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광양 닭숯불구이. 참숯으로 풍미를 더한 담백한 닭구이에 정갈스런 남도식 반찬으로 맛을 더한다. 광양의 새로운 음식관광 자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닭숯불구이 한상 차림으로 눈과 입이 즐거운 미식여행을 떠나보자<편집자주>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푸르름의 깊이를 더해가고, 눈에 보이는 것마다 풍성함으로 충만한 가을의 어느 날. 평일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황금 같은 월차 찬스를 나는 그녀와 함께 보내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동생이지만, 나의 어린 정신연령과 그녀의 사려 깊음이 보기 좋게 맞물리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본인 일처럼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리는 그렇게 나이의 벽을 넘어 죽마고우가 됐다.

내 사람이다 생각하면 뭐든 주고 싶어 하는 오지랖으로 그녀에게 제일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었다. 우리 지역 맛집은 꿰고 있다고 자칭하는 미식가의 도움을 받아 찾아간 고개마루 닭숯불구이 집으로 향하는 길. 바람은 쾌청했고, 데이트하는 설레임이 이런 기분이었나 잠시 생각했다.

복잡한 식사시간을 피해 들어간 고개마루는 한산했다. 테이블 세팅을 하는 동안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어느새 한 상 차림이 뚝딱 차려졌다.

상차림의 첫인상은 강한 고소함과 정겨움이었다. 먼저 한눈에 들어오는 친근하고 소박한 시골 반찬이 시선을 휘어잡는다. 어릴 적 외갓집 가는 것이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맛깔스러운 외할머니 손맛이었으리라.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그 반찬과 비슷한 느낌이 내심 반가웠다. 더불어 코앞에서 풍겨오는 강한 참기름 냄새. 흔히 구하는 참기름과는 확연히 다른 작은 참기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강의 고소함. 한 상 가득 자리 잡은 조연들은 저마다 맛깔스런 치장을 하고 주연인 닭을 어떤 모습으로 빛내줄까 기대가 됐다.

갑자기 등장한 숯불이 가운데 주연 자리를 꿰차며 동그란 구멍에 철퍼덕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쩌면 주연은 닭이 아니라 ‘숯’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까무잡잡했던 민낯을 주황색 발그런 화장으로 단장을 마친 참숯은, 열정 그 자체이자 프리마돈나의 아우라 같음이다.

테이블에 커다란 접시가 놓이고 양념에 숙성된 닭은 한 마리라고 하기엔 다소 많은 양이다. 여성 셋이 먹으면 적당한 분량일 듯싶다. 집게로 양념 된 닭을 집어 석쇠에 펼친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아래로 빠진 양념 때문인지 강한 참숯 향이 올라온다.

박광현 고개마루 대표는 “일반 가스불과는 다르게 참숯은 불 조절이 쉽지 않고, 숙성된 양념은 쉽게 타기 때문에, 껍질이 붙은 쪽을 아래로 놓고 굽기 시작해 자주 뒤집기를 반복하며 익혀야 한다”며 “강하지 않은 양념으로 숙성된 닭에 참숯 향이 골고루 배고, 닭의 불필요한 기름기는 싹 빠지기 때문에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은 한층 끌어올려 지는 것”이라며 집게 집는 손놀림이 여간 어색스러운 동생을 보며 훈수를 두고 가신다.

동생은 사장님의 설명을 끄덕이며 듣더니, 연신 고기 뒤집기를 반복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기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고, 언니 먼저라며 내 앞에 고기를 수북이 쌓아놓는다. 그녀의 배려에 눈웃음을 보내고 참기름장에 찍어 입어 넣어본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주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독백할 시간을 줘야한다.

입에 넣는 순간 다른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담백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진하고 고소한 참기름 향만 입힌 잘 구워진 닭구이 한점은 화려한 양념으로 덧칠한 어떤 음식보다 깊은 미각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연신 몇 점을 그리 먹었다.

이제 눈은 조연들로 향한다. 우선 상추, 치커리, 쑥갓을 넣어 버무린 겉절이를 앞접시에 소복이 놓고, 참기름장에 살짝 몸 한번 담근 닭구이를 살포시 얹어 겉절이와 함께 입에 넣는다. ‘음식 좀 한다’는 이들은 알다시피 간장과 참기름은 한식 양념에 찰떡궁합이다. 잘 구워진 닭구이 한점은 간장베이스로 맛을 낸 겉절이의 아삭함과 곁들여져 풍미가 한층 살아났지만, 담백함이라는 본연의 색깔을 뺏기지 않은 채 삼키는 순간까지 묵직했다.

상추와 깻잎을 집어 들었다. 무심히 허공에 툭툭 물기를 털어내고 상추 위에 깻잎을 얹었다. 닭구이 한점을 올리고 마늘편과 무심히 자른 고추 한 조각을 된장에 푹 찍어 넣는다. 보자기 싸듯 잎사귀를 살포시 모아 잡고 한껏 입을 벌려본다. 쌈은 입안 가득 밀어 넣어야 제맛이지 않은가. 연신 오물거리며 마늘이 주는 알싸함과 고추가 주는 청량한 매운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기의 기름기를 말끔히 정리했다. 우리는 입에 넣은 쌈으로 복어처럼 부풀어 오른 서로의 볼이 우스워 키득거린다.

동생이 젓가락으로 반찬 몇 개를 하나씩 가리키며 수선을 떤다.

“반찬에 고기를 곁들여 먹으니 진짜 맛있어요. 얼른 먹어봐”라며 연신 채근하다. 솜씨 좋은 주방장이 고추장을 넣고 맛깔나게 지지고 볶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발그스름한 멸치볶음에서 꽈리고추를 하나 집어 들어 닭구이 한점과 함께 입안에 넣는다. 달큰매콤한 고추장양념을 묻히고 적당히 볶아진 아삭한 식감의 꽈리고추는 닭구이 한점과 꿀조합이다. 김치는 적당히 곰삭아 새콤한 맛이 일품인 젓갈향이 부담스럽지 않은 전라도식 김치다. 물김치는 시원하면서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닭구이 한 마리는 여자 둘이 먹기엔 양이 많다. 실컷 구워 먹고, 젓가락질 속도가 늦어질 때쯤 닭죽이 등장한다. 코로는 은은한 한방향이 느껴졌고,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 정성이 묻어남을 느꼈다. 가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분주하신 사장님을 불러세워 죽에 들어가는 부재료를 묻는다.

박광현 고개마루 대표는 “황칠, 황귀, 당귀 외에도 다양한 한약재를 넣고 육수를 만들고 닭을 넣어 푹 끓인 후 갖은 야채와 찹쌀, 녹두를 넣고 죽을 쑤기 때문에 보양식이나 마찬가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잘 끓여진 부드러운 죽은 정갈한 뒷마무리의 화룡점정이었다.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생각한다. 광양의 닭숯불구이는 순한 양념으로 본연의 색깔을 가진 닭이, 참숯이라는 서브주연의 도움으로 풍미를 머금으며 전혀 새로운 맛으로 재창조된다. 더불어 각자의 반찬, 참기름, 신선한 야채 등이 프리마돈나 닭구이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주며, 한 시간의 식도락 만찬을 만족스럽게 꾸며내는 잘 짜여진 공연 같다는 느낌이다.

배가 든든해진 우리는, 함께여서 더 즐겁고 맛있는 식사였다는 애정 어린 말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마쳤다.

이제 맛있는 닭구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우리는 오늘의 추억을 소환할 것이다. 닭구이 한 상 앞에 놓고 주고받던 담소는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세월과 함께 쌓여간다.

닭숯불구이로 음식 관광 활성화

흔히 광양의 먹거리로 광양불고기를 첫손에 꼽는다. 물론 참숯 위에서 구워지는 광양불고기도 최고의 맛이지만, 닭숯불구이 또한 광양이 자랑하는 먹거리이다. 그동안 광양불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양만의 특색있는 닭숯불구이 홍보 미비는 아쉬운 점이었다.

광양시는 여행지 선택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음식’ 관광트렌드에 맞춰 광양만의 고유한 음식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맛·청결·안전, 미식여행은 광양으로’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키 위한 ‘광양음식관광 활성화’ 기본계획에 닭숯불구이특화거리 조성을 포함하고 있다. 광양의 대표 향토음식인 불고기와 더불어 광양 닭숯불구이특화거리를 광양읍권에 조성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중마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권형성이 열악한 광양읍권 상권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광양의 대표 먹거리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광양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닭숯불구이 식당들의 밀집화를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다.

광양의 닭숯불구이는 좋은 참숯, 강하지 않게 양념 된 닭, 정갈한 반찬이라는 특색은 가져가 돼, 식당마다 구성이나 손맛의 차이가 있다. 닭 한 마리 기준 5만원~5만5천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닭 양념의 매운 정도는 주문 시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 닭숯불구이 참 맛을 볼 수 있는 곳은 광양읍과 옥룡, 봉강, 진상 등의 산장과 전문식당을 중심으로 영업 중이다. 광양읍에는 고개마루(061-795-8765), 소낭구(061-762-5676) 등이 있으며, 옥룡면에는 캐빈하우스(061-762-7133), 차도리가든(762-3065), 먹뱅이흙집(061-762-3900) 등이 있다.

봉강면에는 하조나라(061-762-1177), 푸른산장(061-762-0033) 등이 계곡을 끼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특히 하절기에 손님들로 붐빈다. 진상면은 어치계곡을 중심으로 닭숯불구이 가게가 성업 중이다. 계곡산장(061-772-3449), 시골산장(061-722-486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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